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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아카이브 사진

구름재 아카이브 발걸음 사진아카이브연구소 지역아카이브 프로젝트팀

 

포토닷 2015년 6월호

이기원

 

골목마다 설치된 CCTV, 거의 모든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거리 곳곳을 스캔하듯 촬영한 구글 스트리트 뷰와 같은거리뷰시스템 그리고 멀리 우주에서 지구를 기록하는 위성사진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들은 1초도 없이 촬영되고 있다. 그렇기에 요즘 시대에 어떤 공간을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첨단 기록매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무척이나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사진들이 공간의 표면은 꼼꼼하게 기록할지는 몰라도 어떤 지역이나 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기억까지 담아내는아카이브로는 작동하지 못한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무려 600여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공간이지만, 어느새부터 끊임없이 덧칠되고, 획일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10 , 50 후의 사람들은 지금의 서울을 어떤 모습과 방식으로 기억할까? 그저 고층 건물만이 가득한 삭막한 공간으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지난 4 22일부터 일주일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광화랑에서 열린 <기억의 공간, 공간의 기억>전은 이러한 물음을 풀어갈 실마리를 제시한다. 전시는 지역을 기록한 사진뿐만 아니라, 지역의 역사적 사건이나 각각의 공간을 심도깊게 조사하고, 이를 분류, 재구성해 현재의 모습뿐만 아니라 훨씬 과거의 모습과 기억까지 불러온다. 마치 이들 공간에 대한 역사기록물을 대하는 듯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사진아카이브연구소의 이경민 대표를 만나 이번 전시와지역아카이브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지역아카이브프로젝트를 소개해 달라


사진아카이브연구소는 2011 인문주간 행사 자료집 개의 마을, 개의 기억 비롯해 2012 서울사진축제에서도 같은 주제와 제목으로 서울 시민들의 기념사진을 25 자치구별로 모아 분류, 전시한 있었다.

서울에는 개의 마을 상징되는 수많은 마을들이 존재하며, 마을마다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과 자본논리에 따라 마을의 고유성과 정체성이 점차 사라지고, 마을 공동체가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30~40년간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600 도시의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신도시의 외형을 갖게 것이다. 예전 모습을 보존하고 언젠가 복원을 하게 사진이 도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개발의 흐름 자체는 막을 없겠지만, ‘지역아카이브 통해 현재의 모습을 기록해 흔적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고, 수집되고 기록된 자료를 통해서는 마을공동체의 집단기억을 복원하는데 일조할 있을 것이다. 나아가 마을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서울에 대한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재탄생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역아카이브 작업의 이름은구름재 아카이브인데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이번 전시는지역아카이브프로젝트의 번째 공간으로 종로구 운니동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익선동, 돈의동, 낙원동, 봉익동, 권농동, 묘동, 와룡동, 경운동, 훈정동 10 동을 선정해 이들 공간의 기억을 되짚어보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이었다. 이들 공간은 현재 4대문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형이 많이 남은 지역이다. 또한 흥미롭게도 사진과 관련된 공간이 많은데, 우리나라 최초의 조선인 사진관인 지운영 사진관이 위치했고 그외에도 여러 사진교육기관이나 사진관이 자리했던 곳이다. ‘구름재 아카이브라는 이름은 운니동(雲泥洞)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시에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후속 조사와 연구, 정리 과정을 거쳐 최종 결과물은 올해 하반기에 자료집으로 출간된다. 연구소 내부적으로는 지역의 해방 이전 자료를 조사해왔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해방 이후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다. 자료집에는 해방 이전 자료까지 모두 포함될 예정이다.


 


<기억의 공간, 공간의 기억> 리플렛에서 발췌


프로젝트의 팀원들은 누구이며, 연구와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기록작업에 참여한 7인의 팀원들은 이번 프로젝트 이전부터 4~5년간 함께 해온 분들이다. 대부분 50~60대의 사진 애호가 분들이며 작년까지 한달에 한번 혹은 비정기적으로 연구모임을 갖다가 진행하다가 올해 들어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모였다. 순전히 취미로 사진을 해오신 분들 입장에서는 아카이브 작업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인데도 지금까지 묵묵히 함께 하며 전시라는 성과물까지 내놓게 되어 무척 의미 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한 어떤 지점에서는 팀원들이 각자 살아온 삶과 환경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치가 어우러져 형성되는 연륜에서 오히려 내가 배울 있는 것도 많았다.


지역아카이브 프로젝트가 늘고 있고 관심도 생겨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른바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산으로 들로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마을과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 아카이브를 진행하는데서 지역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은 자체로도 귀중한 아카이브적 자료가 있고, 조사과정에도 외지인이 개입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고 효과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활성화되어아마추어 사진가라는 표현이마을 사진가시민 사진가라는 표현으로 대체될 있기를 기대한다. 일본의 경우 마을공동체 사업이 어느덧 20~30년의 역사를 가진다. 최근 서울시에는 시장 부임 이후마을공동체과 생겨서 좀더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시정철학과 상관없이 시민들에 의해 지속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는 역할을 사진계 내부의 사람들도 고민해봐야 같다. 예술제도 안에서의 사진만을 사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역할에 제한을 두는 같아 아쉽다. 외부에서는 이미 사진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지하면서 다양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학, 인류학, 민속학, 역사학 등에서 사진을 중심으로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사진계에서 해야 일을 놓치고 나니 결국 남는 제도라는 울타리 뿐인데, 이를 지키려고 사진계가 더욱 보수화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지역아카이브 모임과의 협력 교류 가능성은?


지역아카이브는 특정 단체만 이끌어갈 있는 규모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사진기록문화를 새로이 만들어간다는 측면에서 다른 여러 단체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지속할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런 맥락에서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만들어진 자료들(리플렛, 자료집 ) 지역 아카이브 작업을 위한 하나의 매뉴얼로 작동하여 다른 지역아카이브에도 도움이 있었으면 한다.


 


<기억의 공간, 공간의 기억> 리플렛에서 발췌


전시에서 선보인 몇몇 사진들은 공간의 겉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한겹 파고드는 것이라 보여진다. 특히 한복집의 재봉틀, 세공 장인의 세공도구와 같은 오브제를 통해공간의 기억 드러낸다고 느껴진다. 따라서 아카이브의 경계를 확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기존 아카이브에서는 이러한 대상을 다룰 단순히 작업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사실 이는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이 좀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상의 성격에 따라 접근방식은 달라질 있지만, 아카이브가 기본적으로 유형학적 스타일을 가져갈 수밖에 없기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풀어내 보았다. 세공도구 같은 경우, 팀원들이 3~4회에 걸쳐 촬영했다. 세공사가 작업을 하고 있을 옆에서 대기하다가 잠시 연장을 빌려서 바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사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무엇을 찍고 기록해야 하는지 선정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나조차도 도시계획이나 건축, 역사적 사건, 인물 등이 전문 분야가 아니기에 조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있었으면 한다.사실 이런 맥락에서는문화우리 임옥상 작가가 지난 2006년부터 4~5년간 이끌었던 도시경관기록보존 프로젝트의 경우 앞서 언급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했었다.

 

끝으로지역아카이브프로젝트가 번째로 다룰 공간은 어디인가?


아직구름재 아카이브 마무리되지 않아 당분간은 자료집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다음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운니동 일대는 4대문 안에 있어 비교적 옛날 신문에 지역에 대한 정보가 많이 남아있지만 밖의 지역은 자료에 한계가 많다. 따라서 당분간은 기록이 어느정도 남아있는 지역을 위주로 프로젝트가 진행될 같다. 사실 서촌 같은 경우도 기록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특정 구역이 아닌 중심으로 진행해 보고픈 생각도 있다.




 


돈화문로, 사진아카이브연구소프로젝트팀 공동작업(클릭해서 보세요)


<기억의 공간, 공간의 기억> 리플렛에서 발췌






사진아카이브 연구소 지역아카이브팀

사진아카이브 연구소에서는 최근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마을아카이브의 핵심인 사진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마을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를 다층적으로 연구하고자 2014 연구소 회원들을 중심으로 연구모임인 지역아카이브 프로젝트팀을 구성하였다.

이혜숙(문화예술/국악), 김국화(회사/건물/인물), 송경신(도시계획/종삼), 손기범(단체/기관), 조성민+윤익현(상업 시설), 허령(종교/교육/의료)  



사진 자료제공사진아카이브연구소



2016. 9. 21. 16:21  ·  inter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