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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불, Digital pigment print, 160×100cm, 2012


중첩된 사진으로 이야기하는기억 속성

이재용 ‘기억의 시선


포토닷 2015년 5월호

 이기원

 

작가 이재용을 이야기할 아직까지도 꼬리표처럼 늘상 따라붙는영화 포스터 전문 상업사진가라는 수식어는 이제 더이상 언급될 필요가 없다. 그가 영화를 위한 사진이나 광고주를 위한 사진이 아닌작가 이재용으로서, 자신의 작업을 해온 것이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었고, 2009년부터 시작해 꾸준하고도 집요하게 이어온기억의 시선시리즈는 그가 과거 상업사진에서 해왔던 사진들과 완전한 결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가 카메라를 잡고 보내온 시간에 따른 경력으로는) 충분히중진 작가 불릴 있지만, ‘작가로서의 경력 이야기한다면 이제 고작 개의 작업-‘자기분석’, ‘기억의 시선’- 선보인신진 작가라고 보는 것도 설득력을 가질 있다. 또한 이러한 시각은 그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서울 강남의 스페이스22 아홉 번째 중견, 중진작가 지원전시로 427일부터 514일까지 열리는 그의 여섯 번째 개인전 <기억의 시선> 앞둔 이재용을 만나 그가 중첩된 사진을 통해기억이란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010, 최원석 작가와 함께한 2인전에서 발표한자기분석시리즈는 제작방식에서 어느정도 포스터 작업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역시도 인화한 사진을 핀홀로 재촬영해 완성시켰다는 측면에서 초기 작업부터중첩 요소가 존재했다고 본다.과거 포스터 작업-‘자기분석’-‘기억의 시선으로 이어오는 변화과정이 궁금하다.


과거 작업과 지금 작업의 공통점을중첩으로 보는 것은 일정부분 맞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상업사진을 하면서도 항상 개인작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본격적으로 개인작업을 시작하고 전시로 선보인 최원석 작가와의 2인전은 막상 전시가 만들어지고 나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사진 속에서 마치 과거 상업사진에서 그랬던 것처럼 구체적인 광고가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보여주고자 했는지 너무 뻔히 읽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후 한동안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 광고사진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 모든 겉으로 보여지는 결과물로서의 이미지에만 치중하는 상업사진의 습관이 아직 남아 있는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렇다면자기분석이후기억의 시선 이르는 과정에서 그러한 회의와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했는가?


앞서 언급한 2인전 이후 작업 자체에 대한 고민과 공부를 나름대로 많이 하게 되었다. 지금 시점에서 과거 작업을 평하자면, 솔직하지 못한 작업이라고 본다. 남들은 내가 솔직한지 아닌지 알아채는데, 정작 나만 모르고 나를 속이고 있었던 같다. 그래서 작업에 충실해지기 위해 나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의 고민이 무엇이고, 관심사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꽤나 고통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어머니에게서 기억에 없는 나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인데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신기했다. 과정에서기억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후 기억이란 무엇이고,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쌓이는지를 생각하며 관련한 책을 찾아보다 베르그송(Bergson, Henri) 기억이나 무의식에 관련한 개념들이 나를 사로잡았고, 이를 실마리 삼아기억의 시선 시작했다. 여러 각도와 위치에서 피사체를 찍은 이미지들을 겹치다 보면 바닥에 깔려있는 이미지는 위에 켜켜이 쌓인 이미지에 가려져 있는지 없는지조차 없게 사라진다. 또한 완성된 이미지에서 어느 장만을 따로 놓고 보면 그것이 완성된 이미지에 포함되었는지 아닌지도 수가 없다. 이런 측면이 인간의 기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구체적으로 떠올릴 없는 기억이 존재하는 것처럼.


 

기억의 시선시리즈를 구성하는 소재(꽃과 곤충, 정미소, )들은 어떤 계기로 선택되었는가?


먼저기억의 시선작업과정을 짚고 넘어가야 같은데, 시기에 따라 단계별로 촬영 소재를 바꾸기보다는 모든 동시에 진행된다고 보는 맞다. 가령 정미소를 찍으려 나가 보니 주변의 숲이 눈에 들어와서 숲을 찍고 주변의 다른 소재를 발견하는 식이다.물론 처음에 어떤 소재를 담기 시작할 때는 계기가 있었다. 초충도 시리즈는 마치 프루스트(Marcel Proust)에게 마들렌 과자가 갖는 의미처럼, 어릴적 동네에 있던 꽃에서 단서를 잡았다. 정미소 시리즈의 경우, 이를 처음 작업의 소재로 인지하게 영화고양이를 부탁해포스터 촬영을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스터의 배경으로 폐허가 정미소의 문을 적이 있는데, 한창 촬영을 하던 도중에 정미소 안에서 주인아저씨가 나타났다. 겉으로만 봐서는 더이상 가동되지 않는 곳인 줄만 알았는데, 여전히 운영되는 곳이라는 사실이 무척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고, ‘기억만 남은 공간인줄 알았던 정미소가 여전히기억을 만들고 있는 공간이라는 측면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래서 언젠가 정미소라는 공간을 다뤄봐야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있었다. 어렸을 기억 정미소는 무척이나 거대한 건물이자 안은 살펴볼 없는 미지의 세계로 존재했다. 작업을 위해 다시 정미소를 살펴보면서 어떤 힘의 균형이 깨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상 정미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그저 서서히 무너져가며 창고로 남아있는 모습과 유독 강렬한 정미소 건물의 색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앞선 질문과 같은 맥락에서, ‘기억의 시선 중첩이라는 방식 자체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소재를 찍었느냐에 따라 이를 해석하는 여지도 다양해진다. 특히 지난해 미술매체에 실린 이나연[각주:1] 비평문과 유헌식의 메타비평[각주:2] 통해 논의가 있는데, ‘기억의 시선에서 중첩이라는 작업방식과 작품에 담기는 소재(피사체) 어느쪽에 비중을 두는가? 더불어기억의 시선 끝맺음은 언제가 것인지도 궁금하다.


작업이라는 결국 나를 향한 스스로의 질문이고, 이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에, ‘기억이란 소재는 평생 가져갈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나 압박이 있긴 하지만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작가로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개인작업을 처음 시작할 자신감이 많았던 것과 달리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조심스러워진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번의 거울과 바다 시리즈뿐만 아니라 정미소, , 유물 모든 시리즈가 여전히 지속 상태에 있다. 계속기억이라는 주제를 붙잡고 이어가다보면 피사체나 중첩을 하는 방식에서의 변주는 가능할 같지만, ‘중첩 통해기억 이야기하는 방식 자체는 계속 이어갈 같다.


 

기존의 정미소와 시리즈와 달리 이번 스페이스22 개인전에서 새로 선보일, 거울이 등장하는 작품은 얼핏 그동안의 작업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가 바닷가(풍경) 이야기하는 것인지, 거울이라는 상징적 오브제를 다룬 것인지 다소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을 둘로 나누어 한쪽에는 정미소 시리즈를, 나머지 공간에는 거울 시리즈를 선보이려 한다. 거울이 등장하는 작업들은 상대적으로 사이즈로 봐야 겹쳐진 상들이 드러나기에 기존 작업과 조금 다르게 보일 있다. 사실 처음에는 새로운 작업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고향이 전남 여수라서 어렸을 적에 많은 시간을 보낸 바다라는 장소가 익숙해 평소 바다를 자주 찍었다. 지금까지 다뤘던 공간들(, 정미소, 유적지)처럼 바다 역시 주로 혼자 바라보는 공간이라 이와 연결될 있다고 보았다. ‘바다를 이번 작업에 써야겠다 생각이기보단 일단 무작정 바다를 찍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바닷가에서 반짝거리는(반사되는) 물체가 찍혔다. 아크릴이나 비닐봉지였던 같은데, 역시도 여러 사진이 겹쳐지다보니 물체 자체는 쉽게 사라져버렸다. 외부를 반사하면서 정작 물체 자신은 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극대화하고자 거울을 가져와 작업을 시작했다. 거울의 경우, 항상 주변의 무언가를 반사하기 때문에 거울 자체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이런 맥락에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의 기억은 올바른 것인지 고민했다. 마치 영화메멘토 나오는 주인공이 나중에는 자신의 기억조차 믿지 못하는 것처럼. 물론 소재의 조합이 관람자에게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는 거울과 바다가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시리즈로기억의 시선 끝낼 것도 아니기에 호흡 안에서 다음 작업을 위한 중간단계로 작용할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오는 6 베를린 아시아 미술관에서 열릴 전시에 관해 설명해달라.


아직 전시 제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번 전시는 베를린 아시아 미술관(Asia Art Museum of the National Museums in Berlin)의큐레이터인 Uta Rahman-Steinert 베를린의 Galerie Esther Schipper 디렉터인 오시내가 공동기획한 프로젝트로 훔볼트 포럼(Humboldt Forum, 아시아 미술관 별관) 한국관을 새롭게 꾸려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미술과 소장 유물들을 어떻게 접목하고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고 신미경, 오인환 등의 작가들과 함께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5 후에 한국관이 완공되면 상설전으로 다시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청간,Digital Pigment Print 107x160, 2013


marshall, Digital pigment print, 200×100cm, 2015


Memories of the Gaze 수동정미소, Archival pigment print, 107×160 cm, 2012


Memories of the Gaze 길산정미소, Archival pigment print, 107×160 cm, 2012


Memories of the Gaze 수동정미소, Archival pigment print, 107×160 cm, 2012

 





 

  1. 이나연, ‘머무름의 기술로 기억짓기’, 퍼블릭아트, 2014년 12월호 [본문으로]
  2. 유헌식, 실재의 현상학과 존재의 긴장, 퍼블릭아트, 2015년 1월호 [본문으로]
2016. 9. 26. 16:34  ·  inter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