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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사진 보고서> 제6호

*변두리 사진 보고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진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작동하는지에 대해 다루는 연재물입니다.

*메인 사진 : 이희훈 오마이뉴스 출처 링크



보도사진은 CCTV, 블랙박스, 스마트폰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촬영자에서 편집자의 역할로 변화하는 보도사진


글 이기원

포토닷 2015년 7월호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카메라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겐 특권으로 작용했다. 당시에도 많은 이들의 휴대폰에는 카메라가 내장돼 있었지만, 오롯이 사진 촬영만을 위해 만들어진 카메라와 비교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설령 그 대상이 똑딱이였을지라도). 그렇기에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나 장소에서,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은 일종의 전담 사진사로의 역할을 부여받아 단체사진을 찍곤 했다. 당연히 그가 찍는 사진은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는 다른 대접을 받았다. 사진이 일상생활에서도 사소하게나마 권력으로 작동했던 마지막 시기였다.

그리고 이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카메라를 가지게 되었다. 집집마다 한두 대 정도만 있었던 가전제품으로서의 카메라는 이제 완전히 옛날 얘기가 돼버렸으며, 사진을 취미로 삼거나 그 이상의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카메라를 따로 가지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이처럼 디지털 사진의 등장이 사진기술의 대중화를 촉발시켰다면, 스마트폰의 보급은 사진을 카메라를 가진 이들의 기술(재능)이 아닌, 볼펜과 같은 일상의 도구로 변화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기억해야할 내용이 생기면 펜과 메모지를 꺼내기보다는, 그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그 성능은 이제 왠만한 보급형 콤팩트 카메라(똑딱이)와의 비교가 무의미해진 정도다. 더군다나 사진을 찍고, 바로 편집해 SNS나 메신저를 통해 전송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오롯이 촬영만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으로서의 카메라는 이제 장점이 아닌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제 우리는 일상 곳곳에 침투한 너무나 많은 카메라의 존재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이렇게 카메라의 특권은 크게 축소되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진의 분야는 아마도 (그간 이 특권을 가장 많이 누려온) 보도사진일 것이다.

 

과거의 틀에 얽매인 보도사진

 

보도사진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함께 붙은) 글로는 미처 다 표현할 수 없는 사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짚어내야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보도사진은 과거의 틀에 얽매여 있고 이 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문제 역시 드러내고 있다.

포토샵으로 사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거나(2010년 연평도포격 사진 조작 논란), 과거의 사진을 현재의 사진인양 게재하고(2012년 조선일보 1면 해운대 태풍 카눈 사진 조작 사건), 자극적인 사진이나 유가족의 얼굴을 무분별하게 공개한 경우(2014년 세월호 사건) 그리고 유명인의 (보도될 이유가 없는)사생활을 집요하게 추적해 보도하는 이른바 스토킹 저널리즘까지, 오늘날 언론이 그들의 사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언론계 대내외적으로 제기(1)되어왔지만, 여전히 뚜렷한 변화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사진매체에 대한 뒤쳐진 인식은 그 문제의식 자체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 김성룡 기자(2)는 요즘의 보도사진 환경에 대해 “10년 전에 비해 지금의 보도사진은 오히려 후퇴했다고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기사(텍스트)보다 사진 자체에 무게를 두는 보도 형식도 있었지만, 요즘은 기사 내용에 맞는 사진만 보도되는 형국이다. 특히 사진기획 기사는 몇몇 신문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져버렸다고 전했다.

 

정답사진의 존재

 

언제부터인가 신문이나 온라인 뉴스의 사진들은 보도될만한, 알려져야 할 사진이라기보다는 보도되기 위해 찍은 사진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명절에 한복을 입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큰절을 올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이나 매년 11일에 신문을 장식하는 해돋이 사진은 관련 단어만 떠올려도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 ‘정답사진(3)의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답사진들은 한 장의 사진에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설명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곳곳에 포함돼 있는, ‘서술형 보도사진의 맥락에 놓인다. 이는 현장의 사진기자가 보고 느낀 요소의 개입이 거의 불가능한 형태로써 사실상 사진을 찍는 주체가 사진기자가 아닌 데스크(편집자)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경열 기자는 자신의 저서(2004)에서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8개의 규칙을 소개(4)한다.

 

첫째, 보도사진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사람이 나와야 하며 사람은 많을수록 좋다.

둘째, 되도록이면 여백이 없어야 하며 있더라도 잘라낸다.

셋째, 수직과 수평이 반듯한 구도이어야 한다.

넷째, 주제 피사체를 크게 찍고 초점도 주제에 맞춘다.

다섯째, 주제, 분위기, 장소 등 최대한의 정보를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넣어야 한다.

여섯째, 가급적 사람 뒷머리를 찍지 않아야 한다.

일곱째, 구기 스포츠에는 반드시 공이 있어야 한다.

여덟째, 눈을 감거나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인터뷰 사진은 게재되기 어렵다.

 

물론 위 저서는 출간된 지 어느덧 10년도 지난 것이라 지금의 상황과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 몇 가지는 2015년의 보도사진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섯 번째 규칙은 바로 앞서 언급한 서술형 보도사진과 직결된다. 이처럼 한 장의 사진에 최대한의 정보를 넣어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서술형 보도사진은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그 한계가 명확하다. 사진은 그저 어떤 장면을 재현하는 기능만 수행하기 때문에, 어떤 사진이 그 자체로 말하는 것은 사실처럼 보일지언정 그것이 진실이라고 확정지을 순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사진으로 진실을 비춘다는 것은 사진이라는 이미지 그 자체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 사진에 따라붙는 캡션이나 제목, 글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신문이나 온라인 뉴스를 비롯한 모든 언론매체에서 사진이 없는 기사는 있어도 오로지 사진만 있는 기사는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국 새로울 것 없이 정형화된 서술형 보도사진은 결국 그에 따라붙은 텍스트가 말하는 것을 반복하는 무의미한 사진이거나 그저 지면의 피로감을 덜기 위한 시각적 도구로 남게 된다(이 사례로는 경제기사에 따라붙는 사진을 떠올리면 쉽다).

 

찰나와 그림만 좇는 증거로서의 사진

 

지난 1, 한국사진기자협회에서는 2015 한국보도사진전의 대상으로 계란 맞은 안상수 시장을 선정했다. 그 심사평에는 찰나의 순간을 너무나 정확히 포착하여 현장감을 잘 살린 작품이며 한국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5)고 밝혔다. 하지만 야구장 입지 변경 건을 둘러싸고 시의회에서 벌어진 소동이 2014년의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한국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순간이라는 점에 공감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는 의문이다.

사실 계란 맞은 안상수 시장의 대상 수상이 시사하는 바는 사진기자들의 문제를 드러내기보다는 그들의 사진을 선택하고 편집하는 데스크의 문제에 가까워 보인다. 한국사진기자협회 홈페이지에서 역대 한국보도사진전 대상 작품들을 살펴보면, 2010년 이후의 대상 수상작만 해도 순간포착 사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오늘날 보도사진의 위상이나 심사위원들이 생각하는 좋은 보도사진의 기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이러한 사진이야말로 굳이 사진기자가 아니어도 현장에 있었던 누군가의 스마트폰이나 CCTV로도 충분히 포착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시기획자이자 사진평론가인 송수정은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6)을 통해 이러한 형태의 사진을 증거로서의 사진으로 규정한다. 이어서 송수정은 우리가 보고 싶은 보도사진은 사건의 증거로서의 사진이 아니라, 사건의 해석으로서의 사진이라 이야기한다.

카메라가 귀하고, 사진이 흔치 않았던 과거 필름 시대에는 그저 어떤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 사진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찬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찰나를 포착한 사진은 촬영자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카메라 자체의 기능으로 변화했다. 최근 출시되는 DSLR 카메라의 연사속도는 동영상 못지않게 빠르고, 동영상으로 촬영해 이를 캡처하더라도 신문 지면이나 웹용으로 쓰기에 크게 손색없는 화질과 화소수를 가졌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증거로서의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 이상 사진기자만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황색언론들은 보도사진을 자신들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한 용도로 활용한다. 어떤 사안이 보도될만한 가치가 있고 이견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라면, 굳이 잠복수사 하듯 몰래 찍은 사진이 없더라도 그 기사의 신뢰도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이들이 주로 취재하는 사안들은 (그들의 표현대로)‘팩트라 할 순 있을지언정, 그것이 꼭 세상에 알려질 필요는 없는 것이기도 하기에 황색언론은 자신들의 부족한 당위성을 증거로서의 사진을 통해 덮는다. 결국 이들의 카메라는 증거를 기록하는 역할 외에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추세대로 더 많은 장소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고성능의 카메라를 가지게 된다면 증거로서의 사진만을 좇는 사진기자들의 상당수는 자신의 역할을 현장 시민의 스마트폰이나 CCTV, 드론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촬영자에서 편집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점점 축소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언제 어디서나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이제 보도사진의 영역은 사진기자가 갈 수 없었던 곳의 사람들이나 카메라(CCTV, 블랙박스)가 만들어내는 사진으로까지 확장되었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는 일반인에게도 어떤 기자보다 빠르게 사건현장의 장면을 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주었다. 때문에 현장성 강한 증거로서의 사진들이 매체의 사진기자를 통해 생산되는 비중은 차츰 줄어들 것이고 (비교적)사소한 사건 사고를 담는 것은 현장 시민들의 스마트폰 카메라나 CCTV, 블랙박스가 그 역할을 대체할 것이다. 물론 보도사진에서 현장성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현장성만이 어떤 사진이 보도되기 위해 고려되어야 할 유일한 척도 역시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현장의 무분별한 사진들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 앞으로 보도사진의 역할은 직접 현장을 기록하는 촬영자라기보다 현장에서 찍혀 날아오는 사진들을 분류하고 선택하는 편집자로 변화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기도 하다. 지난 2010,연평도 포격사건을 목격한 한 장의 사진이 각 신문사에 전달되어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었는지, 또한 지난해 세월호 안에서 날아온(발견된) 사진과 동영상이 있는 그대로 보도될 수 없었던(보도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를 떠올려 보자.

결국 사진은 글쓰기와 같은 맥락에 놓이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기술은 갖추었지만, 정작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제 보도사진을 다루는 사람의 자격요건에 사진을 기술적으로 잘 찍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마치 글씨를 잘 쓰는 것과 을 잘 쓰는 것이 연관성이 없는 것과 같다. 이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사진의 언어를 이해하고,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설득력 있는 사진을 내보일 수 있는 표현력과 넘쳐나는 사진들 속에서 보도될만한 사진을 솎아낼 수 있는 시각적, 윤리적 판단력을 갖추는 것이다.

 












둘 중 한명은 비정규직 누구일까요?’, 한겨레신문, 2013 8 6일자 9 3


한겨레신문 박종식 기자는 해고 노동자들의 3년 후 모습을 취재한 ‘3년 전 만난 해고노동자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2013 둘 중 한 명은 비정규직 등의 사진을 신문지면에 실었다. 사진 자체만 놓고 보면 누구나 특별한 기술 없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이지만, 그 표면 너머에서 우리 사회 노동과 차별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짚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박종식 기자의 사진은 표현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보도사진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한다. 이외에도 한국일보 사진부 기획팀의 박서강, 류효진 기자는 낙후된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을 찍은길바닥 언어 수난시대’, 거리의 맨홀 뚜껑을 촬영한 맨홀뚜껑 이꼴 저꼴 다 보여요 등 다양한 사진 기획기사를 통해 보도사진의 형식과 소재에서 차별화를 두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3년 전 만난 해고노동자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한겨레신문, 2015 5 1일. 기사 링크


각주


1) : 보도사진의 문제점에 대한 제기는 다음 문헌들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박재영, ‘보도사진 게이트키핑’, ‘언론과 사회’, 2006년 봄호(통권 14), 2006

정경열, ‘사진기자 사진을 말하다’, 조선일보사, 2004

김봉규, ‘정치 사진에 있어서 연출의 문제점’, ‘계간 사진기자’, 2004년 여름호, 2004

김영수, ‘기록자와 해설자 : 조선일보와 뉴욕타임스의 사진 비교’, 미디어연구소, 2004

이종수, ‘신문 1면 사진에 나타난 한국 포토저널리즘의 변화 경향’, ‘한국언론학보’, 2003

2) : 중앙일보 김성룡 기자는 박종근, 배재민, 임종진, 정선준, 조인원, 채승우 기자와 함께 취재현장에서 촬영했지만 신문에 보도되지는 못한 사진을 모은 두 차례의 전시 <사진, 연감>(경기문화재단아트센터, 2004) <신문사진에 반하다>(2007년 동강국제사진축제, 영월초등학교주차장)를 통해 보도사진의 오래된 관행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3) : 박재영, 위의 논문, 2006, 85.

4) : 정경열(2004), 66.

5) : 한국사진기자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심사평 전문은 다음과 같다

51회 한국보도사진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경남신문 김승권 기자의 계란 맞은 안상수 창원시장입니다. 경상남도 창원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진해구 출신 김성일 시의원이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새 야구장 입지변경에 항의하며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계란을 던지고 있는 장면입니다.최근 창원시가 새 야구장 건설 부지를 당초 예정됐던 진해구 육군대에서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변경하면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찰나의 순간을 너무나 정확히 포착하여 현장감을 잘 살린 작품으로 한국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2014년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의 모습을 함께 고민하게 만듭니다.

6) : 물론 사진상인 만큼 뉴스 가치 못지않게 사진의 완성도 부분이 심사의 중요한 기준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을 담은 이 사진은 사진기자가 구도에 개입하지 못한, 증거로서의 사진에 가깝다. 송수정, ‘넘쳐나던 세월호 사진은 어디로?’, ‘한겨레21’ 통권 제107, 2015





2016. 9. 26. 16:36  ·  critiqu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