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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들어온 현실의 우주 : <우주생활>

일민미술관, 15.2.6 - 5. 17


포토닷 2015 3월호

이기원


우주를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영화그래비티’(2013)인터스텔라’(2014) 그동안의 다른 SF(Science Fiction)영화와 달리 좀더 현실적인 우주 이야기를 그리면서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이끌어낸 있다. 다만인터스텔라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최신 물리학 이론을 토대로 쓰여진 시나리오 덕분에, 일반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어렵고 난해할 있었다. 따라서 그저 공상으로 치부하고 넘겨버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그래비티 경우 영화적 배경이 지금도 지구의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이다. 그래서 내용 면에서도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어쩌면 나도 경험해볼 있을 법한이야기였기에관람하기보다는 체험하는 영화”(이동진 영화평론가) 작동했다.


기계비평가 이영준(계원예대 교수) 기획한 전시 <우주생활>(2.6~5.17, 일민미술관) 말하자면인터스텔라보다는그래비티 비유할 수있다. 지구를 눈앞에 두고도 돌아가지 못하고 미아가 되버린 매트(조지 클루니 )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신비롭고 화려하게만 보여졌던 우주 공간의 싸늘하고 먹먹한 이면을 간접체험할 있다. 이영준은 <우주생활> 전시의 기획의도를우주생활이란 우주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이아니라 우주시대에 맞는 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라고 밝힌다전시장에서 만날 있는 미항공우주국(아래 NASA) 기록 이미지 자료와 현대미술가 7팀의 작품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 지식을 통해서만 만날 있는 우주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전시의 제목처럼 우리 주변에서실제로 벌어지고 있는생활 우주 보여준다.


전시의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NASA 기록 이미지들은 그동안 인간이미지의 세계 우주를 향해 어떤 도전과 노력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간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우주라는 공간에 덧씌워진 신비로움과 환상을 걷어내고, 실제하는 우주를 짚어낸다. 그중에서도 주황색 우주복을 입고 환히 웃음 짓는 우주비행사들의 기념사진이 사실은 귀환 도중 폭발로 숨진 콜롬비아호 승무원들의 마지막 사진이라는 점을통해 그간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혹은 모르는 했던 현실과 슬며시 마주할 있다전시장 전반에 걸쳐 배치된 NASA 기록 이미지는 가장 이성적인 영역인 과학, 그중에서도 우주공학을 대표하는 것으로 차분하게 비춰진다. 반면에 각자의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7 작가의 작품들은 감성의 산물로서 치부되어 NASA 아카이브와 대립하거나 충돌하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서로를 매개하고 보완하는 역할로 작용한다. 이들 작품들은 우리가 흔히예술작품 떠올렸을 예상하는 감성의 영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덕분에 전시장은 세심하게 정돈된우주 아카이브인 동시에 작품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하나의 우주(Cosmos)로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팀을 이루어 활동하는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이번 전시에서 ‘헨릭 입센 위성작업을 선보였다. 이들의 작업은 실제 인공위성을 정교하게본 따서 동일한 외관을 갖추었지만, 우주나 위성과 같은 개념과 가장 이질적인 소재인 나무로 제작해 인공위성을 비롯한 우주생활이 우리에게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태도는 김지원이 항공모함과 공항을 작가 특유의 질감으로 그려낸 유화무제에서도 이어진다. 또한 정재호가 선보이는 드로잉 연작괴물들역시 우주와 항공에 연관된 사건을 소재삼아 이들을 괴물의 형태로 보여주며, 우주와 항공에엮여있는 환상의 요소들을 걷어낸다.


카메라로 조선소, 석유화학 공장 산업현장을 담은 조춘만의 사진 복잡하고 거대한 기계의 풍경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이라 믿기어려울 정도로 시각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이와 함께 배치된 까마득한 우주의 모습은 역시 지구나 태양계가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 부분을차지하는지를 깨닫게 하며 다른 방식으로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처럼 조춘만의 사진작업은 시각적으로도의미상으로도 우주 자료들이작동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박아람은 앞서 언급한 작업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우주를 이야기한다. 얼핏 외계공간에서 날아든 물질처럼 보이는운석들 우연한 계기로 설정/조합되어 3D 프린터로 출력된 결과물이다. 특별히 어떤 것도 묘사하지 않고 있는 플라스틱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모두의 머릿속에 관념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체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파편 표현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김상길은 NASA에서 다운받은 자료를 변형/조절한 사진작업 ‘Accession Number’ 선보인다. 작가는 변형과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 각종 우주공학적 부품/장치의 과학적 정보와 의미를 제거시키고, 시각적 조형성만 남겨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처럼이들 작업은 아직 인간에 의해 정의되거나 완전히 확인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을 비튼다. 이러한 뒤틀기는 김홍석이 기계를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하듯 구겨진 종이의 정밀한 설계도를 만들고, 이를 다시 조각으로 만든 ‘DIN’ 시리즈에서 정점에이른다. 구겨진 종이와 같은 우연한 현상을 설계의 언어와 논리로 규정짓는 다소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가 실은 인간이 드넓은 우주를 규정하고 정의하는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과연 우리에게우주 무엇인지, 나아가우주생활이란 것이 정말 우리의 실생활과 동떨어진지구 일에 불과한 것인지 고민을 남긴다.


<우주생활> 그동안 인류가 우주를 파악하고 규정짓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단적으로 우리는 지금 당장 트위터(@Space_Station) 인스타그램(@ISS) 통해 국제 우주 정거장의 우주비행사가보내는 메시지와 사진을실시간으로 있고, 또한 그들에게 말을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처럼 우주는 이미 개개인의 눈에서 손에 스마트폰까지의 거리만큼이나 우리 생활에 근접해있다.


*사진제공 일민미술관


전시장 2 전경 


NASA-형틀에 우주인 의자, 1959


NASA-아폴로 13 월면활동 보행연습, 1970



 NASA-아폴로 17호의 우주인이 표면을 걷고 있다. 그는 달에 마지막 인간이다, 1972


조춘만, 석유화학, 화이버베이스 잉크젯프린트, 110×165cm, 2014


NASA-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초심 우주, 2004



김상길, Accession Number_Jan/20/1987+May/23/2002+April/27/1967+May/08/2012, c-print, 180×225cm, 2012





2016. 9. 26. 16:32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