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리뷰 : 히만 청, <절대, 지루할 틈 없는>
아트선재센터 / 15.2.7 - 3.29
이 전시는 내가 그간 관람했던 '화이트 큐브' 형태의 전시장에서 열린 어떤 전시보다도 폐허같은 느낌, 다시말해 '여기가 전시장이야?'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2층 전시장에 들어서서 마주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어수선함' 그 자체인데, 흔히 전시장 입구 벽이나 그 근처에 붙는 전시제목이나 서문 레터링도 없고 리플렛은 바닥 한켠에 쌓아져 있으며 얼핏 작품으로 보이는 것은 구석에 내걸린(그것도 뒤집어서) 붉은 현수막과 테이블 위의 냄비 두개, 그리고 한 곳에 모여있는 세개의 소화기 뿐이었다. 이처럼 작품들은 시각적으로 관객을 사로잡기 보다는 리플렛을통해 각 작품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6개의 기둥과 하나의 가벽 외에는 딱히 장애물이 될만한 어떤 요소도 없는 탁 트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리플렛을 지도삼아 '보물찾기' 하듯 전시장을 더듬어가며 작품과 만나게 된다.
전시장의 작품 대다수는 시각적인 접근보다는 리플렛의 텍스트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개념적인 측면에서 작동하며 흥미로운 지점을 생산해낸다. 전시 서문 대신 쓰여진 단편소설 <절대, 지루할 틈 없는>이나 그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던 전시제목들로 조합된 텍스트인 <지난, 삶>그리고 직전 전시의 흔적을 남겨둔 <안에, 네가 남아 있다>등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작업이지만 이를 퍼즐 조각 맞추듯 풀어가며 히만 청의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전시 제목처럼 지루할 틈 없이 전시를 감상하게 된다. 특히 2015년 1월 1일 이후 금지된 공공장소 실내흡연을'퍼포먼스'화 한 작업 <연기가 (당신 눈에)들어간다>가 '예술'의 이름으로 규정을 깨뜨린다면, <안전장치>의 소화기 세개는 그동안 늘상 존재해왔지만 의식하지 못했던(혹은 못 본척 했던) 규칙을 작품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풍자와 조롱의 지점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는 지난해 같은 곳에서 열렸던 <6-8>전과 작동 방식이 유사하다고 느꼈다. <6-8>전이 '아트선재센터'라는 공간의 변주였다면, <절대, 지루할 틈없는>은 전시장 내에서 벌어지는 작품과 각종 오브제를 통한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제작 기술>,변현된 파운드 오브제(2007년 10월호 아트포럼), 26.8x13.4cm, 2015
<이 세상 끝까지 (일시 정지)>, 퍼포먼스, TV 모니터, DVD, 2008
<지난, 삶>, A1사이즈 포스터, 6000부, 2015
<절대, 지루할 틈 없는>, 전시 텍스트로 기능하는 단편소설. 초대장에 인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