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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다큐멘터리 : 변순철, <전국노래자랑>

북서울 시립미술관, 14.10.28 - 15.1.4


포토닷 2015 1월호 Review

 이기원 


TV 켜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시간대와 관계없이 노래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한번은 마주할 있을 만큼, 언젠가부터 우리의 TV 노래하는 프로그램의 홍수에 빠져 있다. 각종 가요 프로그램부터 오디션, 공연 실황, 프로 가수들의 서바이벌에 모창 대결에 이르기까지 TV화면 사람들은 모두 노래를 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목적과 속성은 분명 다르다

그중에서도전국노래자랑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가장 명확한 차이점을 가진다. 이곳의 출연자들은 어떤슈퍼스타장래의 한류스타 같은 원대한 목적 없이 그저 순수하게 자신의 끼를자랑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선다. 이런 맥락에서전국노래자랑 시청자를 위한 예능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참가자들과 현장의 관객들을 위한 지역축제로서 일상과 가장 가까운 음악 프로그램이라 있다. 그렇기에 높은 시청률을 위한 필수 요소라 있는 이른바악마의 편집 심사위원의 오그라드는 심사평도, 참가자들의 눈물 나는 드라마도 없는, 그저 동네잔치를 실황 중계하는 것에 가까운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시청자로부터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을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변순철 작가의 <전국노래자랑>전은 2005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2012~2014년까지의 작업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쓰였던 장비를 함께 전시한다. 사진 참가자들의 모습은전국노래자랑이라는 잔치를 즐기는 외엔 다른 어떤 목적이 없는,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이하며 때론 우스꽝스럽기까지 그들의 옷차림과 몸동작은 마치 핼러윈 파티를 즐기는 서양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작가는 이미 것에 가까운전국노래자랑 풍경을 파고든다.

사진 인물들은 잔뜩 꾸미고 잡은 연출된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연출의 주체가 카메라나 작가가 아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사진 바깥의 프로그램 자체이기 때문에, 이는 지금까지 그가 선보였던 유형학적 사진의 맥락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은 전작-와의 비교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 등장하는 커플들은 한결같이 어떤 표정도 짓지 않은 무미건조한 모습으로, 다른 어떤 가치판단이 개입할 틈을 봉쇄한 오로지 자신들이 서로 피부색이 다른 커플이라는 사실만을 드러낸다. 관객은 사진의 표면에서 객관적으로 읽어낼 있는 정보를 통해 사진 인물들이 다른 피부색을 지닌 커플이라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있기 때문에-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로부터 시작된 이른바유형학적 사진의 계보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전국노래자랑 인물들에게는 그간 변순철의 작업에서 찾아 없었던표정 존재가 강조된다. 참자자들은 자유롭게전국노래자랑이라는 축제의 참가자로서의 자신의 감정을 자유로이 표출한다. 외부의 개입 없이 이루어지는 참가자 나름의 설정과 어설픈 연기, 과장된 표정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시각적으로 분류될 있는 어떤 유형화된 인간의 군상이 아니다. 작업은전국노래자랑이라는 축제에 비친 한국인의 욕망과 다루는 다큐멘터리라 있다


이런 측면에서전국노래자랑 전통적인 유형학적 사진의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모색한다. 특히 전시장 가운데 놓인 소품들을 통해전국노래자랑이라는 문화적 코드에 대한 아카이브 작업의 면모를 드러낸다. 하지만 아카이브라는 표제 아래 버스표나 필름캐리어, 참가자들의 촬영 동의서와 같은 사물들로 이루어진 조합은전국노래자랑이라는 현상에 대한 아카이브라기보다는 마치 영화의메이킹 필름 같은, 변순철의전국노래자랑프로젝트의 작업 과정을 엿볼 있는 부록에 불과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소품보다 오히려 방송 프로그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자료들, 예컨대 참가자의 합격/불합격을 판가름하는 실로폰이나 참가신청서, 메달이나 상패 등과 같은 것들이 유리관 속에 함께 전시되었다면 완성도 있는 아카이브가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전국노래자랑 아직 완결되지 않은, 여전히 진행 중인 프로젝트이다. 오는 4,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의 전시가 끝나면, 작품들은 경기도의 문화공장오산으로 자리를 옮겨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전국 순회전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전시도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로젝트가 작업량이 쌓여전국노래자랑이라는 문화현상에 대한 역사성과 지역성, 나아가 세대를 포괄하여 분석할 있는 의미 있는 자료이자 흥미로운 작품으로 거듭날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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