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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세준, 귤트럭풍경, 2013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

황세준, <등신대 아침>

팔레 서울 / 4.17 - 5.4

경향 아티클 2014년 5월호

글 이기원


 누구에게나 출근, 혹은 등교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서 마주하는 동네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지겹기까지 정도로 반복되는 아침 출근길의 풍경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단한 새벽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일과의 마지막 과정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운동을 나온 상쾌한 아침의 풍경일 수도 있다. 이처럼 같은 시공간이라 할지라도 개개인이 놓인 상황에 따라 각자가 받아들이는 풍경의 표정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게다가 세계의 다채로운 모습은 시간대를 달리하면 다른 낯선 분위기로 옷을 갈아입는다. 황세준 작가의 11번째 개인전 <등신대 아침> 이러한 풍경의 다양한 단면을 중첩시킨 회화 작품들로 구성되어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무심한 그려낸 풍경처럼 보이지만 캔버스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특정 순간과 장소의 모습이 아닌, 존재하는것 같지만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던 낯선 풍경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시 제목인등신대 아침 실제 사람의 크기와 같은 크기를 지칭하는 용어인 '등신대' 필연적으로 모방의 산물로써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주제 아래 묶인 작품들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실제로' 재현되었지만 본질적으로 '원본' 없는 등신대의 속성을 가진다. 작품은 익숙한 현실을 그대로 가져온듯 보이지만 서로 다른 시점의 장소가 겹쳐지고 이어지면서, 회화 속에서만 재현될 있는 비현실적이고 낯선 모습으로 남는다. 이를 통해 전시는 관객에게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어떤 현실의 풍경에 대해서 다시 한번 바라보고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2016. 9. 26. 16:14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