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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사진 보고서> 제3호

*변두리 사진 보고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진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작동하는지에 대해 다루는 연재물입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아카이브로 작동할 수 있을까?


공기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는 사진에 대한 고찰


글 이기원

포토닷 2015년 4월호


 현재 가장 인기있는 사진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시간당 올라오는 사진은 과연 몇 장이나 될까? 지난해 10월, 영국의 사진인화 사이트 CEWE Photoworld 에서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을 모두 프린트하여 쌓는다는 가정 하에 그 통계를 인포그래픽으로 선보였다.1) 이를 살펴보면 인스타그램에 매 37분마다 업로드되는 사진들로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높이인 443m만큼 쌓을 수 있으며 12시간 동안 올라오는 사진을 전부 모으면 에베레스트산 높이인 8,848m와 맞먹는다고 한다. 나아가 일주일이면 지구 대기권 높이인 100km를 돌파하고, 1년 동안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약 219억장)을 모두 쌓으면 높이가 무려 6,351km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문득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 참가한 노순택 작가가 전시장에 썼던 글귀, “우리를 공기처럼 감싸고 있는 것은 분단만큼이나 사진이다”가 생각났다. 이처럼 그야말로 우리는 사진에 파묻혀서 살고 있다. 집 밖을 나서서 눈을 감고 있지 않는 한, 어떤 사진 이미지도 보지 않고는 발 걸음을 쉽게 뗄 수 없는 세상 속에 살고있다. 


사진 한 장이 갖는 의미와 가치의 변화 


 디지털 사진의 등장과 인터넷의 보급에 이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사람들이 사진에 대해 갖는 인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보급 되기 전인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는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조심스레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사진관에 들러 현상과 인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렇게 얻게 된 사진은 장식장 한 켠의 앨범에 정성스레 옮겨져 이따금씩 추억을 되짚어 보고싶을 때, 집에 손님이 왔을 때 함께 꺼내보는 하나의 이벤트로 자리했다. 카메라는 각 가정에 한 대씩만 있는 나름 귀한 물건이었으며, ‘잘 나온 사진’의 기준 역시 얼굴이 작고 피부가 매끈하게 나온 사진이 아니라 그저 노출이 맞고, 사진 속 인물이 눈을 감지 않았다면 잘 나온사진에 속했다. 사진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기에 한 장의 사진이 지니는 가치는 꽤나 묵직했다. 


이처럼 디지털카메라를 통해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면스마트폰과 SNS 등장은 모두  사진을 ‘ 찍을  있는환경을 만들었다거의 모든 사람이 언제나 손에 카메라(스마트폰) 쥐고 다니게 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진이 찍히고 소비되기 시작했다이를 사진의 대중화라고  수도 있지만아이러니하게도 사진  장이 지니는 가치는 오히려 훨씬  가벼워졌다사진에 담긴 추억과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상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이것이  나올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며 맘에 드는 사진이라할지라도 인화해 정성스레 앨범에 옮겨 담지 않는다대신 스마트폰이나 SNS 계정의 사진첩에 ‘저장해둘 뿐이다이제  장의 사진이 갖는 지위는 어떤 추억이 담긴 기억의 매체라기보다는 어떤 한순간의 단편적인 기록으로 변화하고 있다마치 과거의 사진이 편지나 감상문 같은 글이었다면최근의 사진은 영수증이나 포스트잇에 휘갈겨  ‘메모 같아졌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검색에 #sunset을 입력한 결과의 일부, 참고로 #sunset 으로 검색되는 사진은 51,570,743장이다.(2015년 3월16일 오후3시 기준)



더 가벼운, 하지만 ‘분류가능한 공적인 사진’으로의 진화 


 인스타그램은 더 쉽고 편리하게 사진을 찍고, 보정하고 올릴 수 있게 해주며 사진의 ‘가벼움’을 한층 더 파고든다. 얼핏 인스타그램은 그간의 SNS 플랫폼(싸이월드, 페이스북 등)과 별다른 차이를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로드되 는 사진의 특성에서 미묘한 차이가 발견된다. 또한 결정적으로는 해시태그(#)2)가 다른 어떤 사진 플랫폼보다 활발히 쓰인다는 점에서 온라인상에 ‘공기처럼 널려있는’ 사진에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그저 일상을 추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툭툭 찍어 올리는 행위 자체는 앞서 언급한 플랫폼의 작동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의 실명을 굳이 내세울 필요가 없고, 아이디 역시(마치 프로필 사진을 바꾸듯)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싸이월드나 페이스북보다는 훨씬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트위터처럼 ‘팔로우’ 형식으로 사용자가 연결되므로 굳이 친구(일촌)관계를 맺지 않아도 각자의 사진을 해시태그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소통구조는 사용자가 올리는 사진의 성질에도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최근 10~20대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가족, 친척, 선생님, 직장상사까지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하면서 점차 이들 사이에서 페이스북은 ‘공적인 SNS’로 자리잡았고, 이곳에 자신의 사적인 일상을 올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셀카를 찍건, 방금 먹은 음식사진을 올리건 그것이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가능성 덕분에, 결국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이런 측면에서 그들의 해방구로 작동한다.3) 적당히 익명화된 아이디를 통해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 요 없이,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공적인’ 사진들(문득 바라본 창밖의 풍경이나, 오늘 먹은 근사한 음식, 새로 산 물 건, 오늘 입은 옷)을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을 점유하게 되면서 콘텐츠의 성격에서 차이를 갖게 되었다. 페이스북에 주로 올라오는 가족 여행이나 학교/직장 행사 사진들은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자료로 작동하기에는 그 의미상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인스타그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적인 사진들’은 명확하게 특정사물이나 사건을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인스타그램이 차별화된 지점을 갖는 것은 해시태그가 사용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해시태그를 통해 각각의 사진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고 친구관계가 아닌 누구라도 이 태그를 통해 사진에 접근할 수 있게 하면서 더 많은 반응(좋아요, 댓글)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사실 사용자들이 해시태그를 활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거대한 사진 아카이브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올린 사진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반응할 수 있게 하려는 개인적인 욕구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사용자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자연스레 해시태그를 통해 각각의 사진에 꼬리표를 부여하면서, 이를 분류/분석할 수 있는 아카이브의 구조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검색창에 #sunset이라 입력하면  세계에서 찍은 해질녘 사진 5천만 장을 살펴볼  있으며,4) 자신의 셀프카메라(셀피) 묶어내는 #selfie 해시태그를 통해서 2억여 (그것도 실시간으로 불어나고 있는)이라는 엄청난 양의 인물사진을 마주할 수있다.이런 측면에서 인스타그램은 ‘살아  쉬는  것의’ 사진 아카이브로 작동한다특히 특정 지역이나 소품브랜드와 관련된 해시태그들은꽤나정확성이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는데가령 검색창에 #seoul 입력하면 한국인들이 서울에서 찍은 사진을 비롯해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서울의 모습을 찾아볼  있다이는 마치 (다소 비약이 있지만 지역을 선정해 세계 유명 사진가들을 섭외해 그곳의 24시간을 기록했던프로젝트인 ‘A Day in the Life of OOO’ 시리즈의 새로운 버전이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고도   있다.  



강석곤은 인스타그램 내 같은 해시태그로 걸러진 유사한 사진들을 겹쳐서 보여주는 작업 ‘Reappearance’를 통해 SNS에서의 과잉 정보(사진)로 인해 각각의 정보의 가치가 떨어지고, 의미가 불투명해지는 현상을 설득력있게 지적한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에 범람하는 특정 사건 혹은 사물에 대한 획일적인 시선이 과연 하나의 자료로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Reappearance | #Rubberduck, 36×48cm, pigment print, 2014

Reappearance | #Starbucks, 36×48cm, pigment print, 2014

Reappearance | #Honnybutterchip, 36×48cm, pigment print, 2014

 


아카이브로서의 인스타그램, 그 가능성과 한계 


 하지만 아카이브로서의 인스타그램이 갖는 취약점은 명확하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된 사진 중에서는 사용자가 그저 더 많은 ‘좋아요’를 얻기 위해 사진의 내용과는 크게 관련 없이 무분별하게 많은 해시태그를 입력한 경우가 상당하다. 또한 #love, #cool 등과 같이 범주화 하기에 너무 추상적이거나 #follow, #instagood과 같이 무의미한 태그5)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히 팽창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을 사진 아카이브로 원활하게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자료들을 걸러내고 교정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아 보인다트위터의 경우 텍스트 기반의 플랫폼이라 분류/정리가 비교적 수월하고 이미 이러한  데이터(big data) 활용하는 분석이 작동하고 있지만과연 인스타그램의 이미지들을 일일이 사람의 눈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분류/분석하는시스템이 만들어져 유의미한 통계와 분석을 만들어낼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기에 당장 인스타그램이 아카이브로 작동하기는힘들어 보인다.  


 이러한 약점을 감안하더라도인스타그램은 그것이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뻗어갈 것인지가  궁금한 플랫폼이다 같은 맥락에서 스크랩북 형식의 SNS 핀터레스트(pinterest) 아카이브로 작동하기에   수월한 구조를 가졌지만이곳의 자료들은 즉흥적인사진이기보다는 대부분  정돈된 포트폴리오나 스톡사진이 다수를 차지하기에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다만 이러한 카테고리를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에 적용시킬  있다면 충분히  방대한 자료를 정리정돈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그렇기에 앞서 지적한  가지 취약점이 개선되고무엇보다  훗날까지 데이터가 남아있기만 한다면인스타그램은 2010년대 인류의 생활상을 탐구하는데 있어 보도사진이나 역사서와는 다른 맥락에서 활용할  있는 꽤나 흥미로운 대안적 아카이브가   있을 것이다.


도판 캡션

도판 1 : 인스타그램에 반나절동안 올라오는 사진만 모아도 에베레스트산 높이인 8,848m를 쌓을 수 있고, 26일이 지나면 국제우주정거장 높이에 다다른다. 출처 : CEWE Photoworld, ‘If You Printed All The Instagram Photos Uploaded in a Year’

도판 2 :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검색에 #sunset을 입력한 결과의 일부, 참고로 #sunset으로 검색되는 사진은 51,570,743장이다.(2015년 3월16일 오후3시 기준)

도판 3 : 강석곤은 인스타그램 내 같은 해시태그로 걸러진 유사한 사진들을 겹쳐서 보여주는 작업 ‘Reappearance’를 통해 SNS에서의 과잉 정보(사진)로 인해 각각의 정보의 가치가 떨어지고, 의미가 불투명해지는 현상을 설득력있게 지적한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에 범람하는 특정 사건 혹은 사물에 대한 획일적인 시선이 과연 하나의 자료로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각주

(1) : Sam Dew, ‘If You Printed All The Instagram Photos Uploaded in a Year’,2014, photoworld.com/photos-on-the-web

(2) : #(샤프 기호)와 특정 단어(들)을 붙여 쓴 것으로, 해시태그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소셜 미디어에서 특정 핵심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메타데이터의 한 형태이다. 예를 들어, '브라질 월드컵 축구'를 검색어로 하려면 '#브라질월드컵축구'로표기하고, '월드컵'을 검색어로 하려면 '#월드컵'으로 표기한다. IT용어사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2014 

(3) : 김원철, ‘“부모들 페북 많이 사용”...미국 10대 ‘인스타그램’ 몰려’, 한겨레신문, 2014년 10월 13일, 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59486.htm

(4) :  2015년 3월 16일 오후 3시 기준 인스타그램 내 #sunset 검색결과 중 일부

(5) : #love, #cool, #follow, #instagood과 같은 해시태그는 공교롭게도,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해시태그 랭킹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BrianHonigman, ‘The 100 Most Popular Hashtags on Instagram’, HuffingtonPost US, 2013, www.huffingtonpost.com/brian-honigman/the-100-most-popular-hash_b_24631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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