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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사진이 예술이 될 때와 지탄의 대상이 될때 
: <침몰하는 청와대>와 YTN의 김정은-무인기 합성사진을 보며

글 이기원

 최근 이슈가 되는 두 장의 합성사진이 있다. 하나는 바닷 속으로 침몰하는 청와대의 모습이고, 나머지 하나는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을 무인기 앞에 세워둔 사진이다. 두 사진 모두 포토샵 조작을 통해 각기 다른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반응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전자는 세태를 풍자하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도 쓰일 수 있지만, 후자는 사진적 가치는커녕 오히려 권력의 시녀가 된 언론의 부패한 단면을 보여주는데 지나지 않는다.

 민예총 배인석 사무총장이 올린 <침몰하는 청와대>의 경우는 이어 다룰 YTN 사례에 비해 월등하게 사실적으로 합성을 하였지만 애초에 ‘바다에 빠진 청와대’라는 전제 자체가 사진으로 표현되기에는 매우 비현실적이기에 사람들은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땐 다소 놀랄 수 있어도 이내 이것이 합성임을 알아챌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사진은 바라보는 사람들은 ‘침몰하는 청와대’라는 표면적인 내용(기표)보다 그 의도(기의)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고, 해석하게 된다. 더군다나 이 사진에는 어떠한 부연 설명(캡션)도 없기 때문에 어떤 이는 이를 ‘실제로 일어났으면 하는 상상도’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청와대의 위기를 표현한 ‘걱정과 우려의 산물’로 받아들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듯 이 사진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작가의 의도가 두드러지고, 관객의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는 지점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다분히 현대미술적이고,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사진과 포토샵의 등장 이후 쉽게 사진이 찍히고, 그보다 더 쉽게 사진이 조작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광고사진은 물론이고  SNS의 셀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마주하는 거의 모든 사진에 대해 그것이 ‘신뢰할 만한’ 진실이란 전제를 갖지 않게 되었지만, 이에 반하는 거의 유일한 예외로써 보도사진이 남아있다. 우리는 언론의 보도를 어떤 진실과 연결된다는 전제하에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떤 사진이 TV 뉴스화면에, 설령 앵커 뒤편 배경화면이었다고 해도 ‘뉴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쓰인다면 누구라도 그것이 ‘믿을만한 진실’이거나, 혹은 ‘사실과 연관된’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런 보도사진의 속성을 고려할 때, YTN의 합성사진은 그것이 ‘합성’임을 차후에 밝혔다고 하더라도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합성을 하는 것 자체는 합성여부를 명확하게 밝힌 상황이라면 용인될 수 있지만, 합성을 하고 ‘안한척’한 것은 윤리적인 측면에서 비판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이는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때의 조선일보의 사례처럼 보도사진을 ‘진실을 전달하는 것’외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사용한 것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단지 자료화면으로 쓰기위해 두 사진을 함께 ‘배치’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고, 굳이 정교하게(?) 무인기의 테두리를 따서, 김정은의 시선과 묘하게 맞춰서 합성할 필요가 있었을까? 앞으로는 한때 가요프로그램에서 시행했던 립싱크/라이브 표시처럼 뉴스에도 ‘자료화면 합성/원본 표시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 같다. 


최초 업로드 날짜2014/05/12 02:54

2016. 9. 26. 16:14  ·  critiqu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