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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Pine Trees, Wolcheon, Gangwondo, South Korea, 2007, Michael Kenna 





'솔섬'사진 저작권 공방 1심 판결, 대한한공의 승소 뒤에 가려진 것 (1)


글 이기원


  이전에도 포스팅을 했던 마이클 케나의 ‘솔섬’ 사진을 둘러싼 저작권 침해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공근혜 갤러리측(원고) 패소로 1심 판결이 났다. 물론 앞선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어떤 자연풍경을 담은 사진을 독창적인 창작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두 사진 사이의 표절에 대한 내용은 앞선 글 참조 ). 하지만 이를 단순히 대한항공이 ‘이긴’ 것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법원의 사진 저작권에 대한 해석 역시 애매한 측면이 있다. 


 27일, 판결과 동시에 언론에서는 ‘대한항공 승소’에 초점을 맞춰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논란의 핵심을 조금 더 파고들어 생각하면, 무작정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줄 순 없다. 공근혜 갤러리와 마이클 케나 측이 다소 억지스러운 지점에서 소송을 제기하여 어떤 측면에선 ‘질 수밖에 없는’ 소송을 걸었지만(역시 앞선 글 참조), 이 소송의 승자는 김성필(대한항공 광고에 쓰인 사진)씨가 되어야지 대한항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항공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과연 ‘윤리적’으로도 떳떳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한다.


 이번 1심 판결을 요약하자면, 김성필씨의 사진이 마이클 케나의 사진에 대해 ‘실질적 유사성’을 찾을 수 없다, 즉 표절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문제는 피고가 김성필 씨가 아니라 대한항공인 것이다. 두 사진 사이의 표절 문제가 이 소송의 핵심인데, 표절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을 광고에 사용한 대한항공까지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


 먼저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김성필씨의 솔섬 사진이 케나의 사진을 표절했다고 볼 수 있는가의 문제에서 법원은 판결문에서 자연풍경이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가질 수 없으며, 컨셉이나 느낌이 유사하다 하더라도 디테일한 프레이밍나 빛의 방향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두 사진이 ‘실질적 유사성’을 갖지 않는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하지만, 이는 ‘법적’으로는 합리성을 가질지라도 일반적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두 사진을 표절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김성필씨의 사진이 케나의 사진에 비해 어떤 프레이밍나 세밀한 부분에서 독창성을 띠기 때문이 아니다. 표절이냐 아니냐의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이 성립될 수 없는 것에 독창성이 있고 창조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 이는 조금 과격한 비유를 하자면, 달 사진과 같이 누구나 비슷하게 찍을 수 밖에 없는 대상을 찍어놓고 이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 이를 솔섬으로 옮겨오면, 문제가 되는 사진들은 솔섬에 가면 ‘그렇게 찍을 수밖에 없는’ 보편적 프레이밍를 가졌기에 두 사람의 사진 모두 어떤 독창성을 가진다기 어려운 것이다.(이에 대해서는 나의 이전 글에서 '네이버 거리 뷰’의 사례를 통해 자세하게 기술하였다)

 광고에서 사용된 ‘솔섬’이란 캡션과 이를 차용한 표현은 분명 케나의 사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삼척의 이 섬이 본디 명칭인 속섬보다 ‘솔섬’이란 표현으로 불리게 되고, 그곳이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찾는 출사지에 오르게 되어 구글에서 ‘솔섬’이라 검색하면 유사한 사진 수 백장이 뜨는 것에 케냐의 솔섬 사진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 이러한 사항들을 고려하면 (법원이 인정을 하건 안한건간에)케나의 솔섬 사진이 ‘솔섬’이라는 피사체에 대한 대표성을 지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해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첨언하면, 이것은 케나의 사진이 수 많은 솔섬 사진들 중에서 아이디어나 프레이밍에서 독창성을 가진다는 뜻이 아니라, 유명세나 인지도 즉, ‘솔섬’이란 명칭을 만들어내고 이를 널리 쓰이게 한 것과 같은 외적인 요인으로부터 케나의 작품이 대표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한항공이 그들의 광고에서 의도적으로 ‘솔섬’이란 표현을 쓰면서도 케나의 사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적어도 ‘윤리적’으로는 떳떳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항공이 광고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솔섬’이란 표현을 적극적으로 쓴 것은 분명 케나의 솔섬 사진의 존재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간주할 수 있다. 이들이 광고에 ‘솔섬’을 소개하면서 굳이 ‘솔섬’의 대표성을 지닌 마이클 케나의 사진이 아닌 김성필씨의 사진을 쓴 것은 케나가 쌓아놓은 ‘솔섬’의 이미지(대표성)는 챙기면서 이에 대한 대가는 김성필씨의 사진을 통해 회피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므로 대한항공이 1심 판결에서 승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근혜 갤러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손배 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대한항공이 본인 스스로 그들의 이미지(명예)를 떨어뜨려 놓고 법원의 승소 판결을 등에 업은 채 도리어 공근혜 갤러리측에 화풀이(?)를 하는 격이다.             


 이와 별개로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모든 사진의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주장들이 있는데, 이는 법의 테두리로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관련기사 링크(경향신문)



최초 업로드 날짜 : 2014/03/29 01:42

2016. 9. 26. 16:13  ·  critiqu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