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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 없이 조립하기

문형조 <Assembling Model>, <Zero Point>

이기원 (보스토크 편집동인)

보스토크 9호 <뉴-플레이어 리스트 II> 게재


문형조의 작업은 모형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생긴 고민으로부터 출발한다.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을 참고해 조립한 모형은 그가 상상했던 완성품과 크거나 작은 차이가 있었다. 그는 모형의 원본을 기록한 사진과 자신이 조립한 모형을 비교하면서 조립을 완성할 있었다. 이는 불완전했지만 한편으로는 모형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처럼 조립할 모형의 완성된 형태를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조립도를 통해 결과물을 유추할 있고, 반대로 모형의 완성된 이미지만 보고 조립할 있는 것처럼, 작가는 피사체와 그것을 찍은 사진의 관계를 모형의 원본(또는 원본 이미지) 조립된 모형의 관계로 대비시킨다. 오래된 상품 카탈로그에서 스캔한 광고사진과 평소 촬영해 이미지들을 아카이브 삼아 이를 겹쳐보거나 특정한 부분만을 오려내 배치한 <Assembling Model> 시리즈는 배경으로 깔린 자신의 이미지와 레이어로 올라간 카탈로그 사진이 어떤 맥락과 관계를 만들어 있는지 탐구한다.

<Zero Point> 시리즈는 <Assembling Model>에서 나아가 여러 종류의 이미지들이 모이고 섞이면서 생기는 관계를 살펴본다. 작가는 <Assembling Model>에서 사용한 이미지 재료에 게임 스크린샷과 드로잉 등의 이미지들을 추가해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그는 배경이 되는 사진 위로 스캔 이미지를 쌓는 방식을 넘어 각각의 이미지의 투명도를 달리해 겹치거나 드로잉을 더하면서 보다 입체적으로 이미지를 섞고 쌓으며 흥미로운 시각성을 도출한다. 이런 지점에서 작가는 마치 설계도나 완성품 이미지 없이 모형을 조립하듯 특정한 목표치를 상정하지 않고, 재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재구성하며완성될 없는이미지를 제작한다.                

작업을 구성하는 사진은 주로 특정한 사물을 표상하고 있지만 정작 결합된 이미지들 사이에서는 어떤 의미를 읽어내기  어렵다. 오히려 개별적으로 존재했을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읽어낼 있는 (사물)이미지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의미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기존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해서 그것이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마치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단어들이 문장으로 엮여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결합된 이미지에서는 각각의 사진만으로 읽어낼 없는 요소들이 드러난다. 이는 단순히 사진 피사체에서 도출되는 의미뿐 아니라 스캔이미지와 촬영한 사진, 스크린샷, 드로잉 사이에서 감지되는 이미지의 질감이나 (프레임 안에서의) 크기, 비율 다종다양한 이미지가 결합했을 존재하는 차이를 시각화한다.



오래 전에 촬영된 카탈로그 제품사진을 스캔하다 보면 내가 사물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아니면 사진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의문이 때가 많다. 내가 촬영한 사진들을 봐도 그렇다. 사진은 자체로 매력적이지만, 절반만 완성된 무엇 같기도 하다. 비슷하게도, 촬영하기 위해 어떤 것을 관찰할 때도, 스크린샷을 찍거나 사진을 다운받아 저장할 때에도, 완성시키지 못한 모형을 보는 것만 같다. 모형을 조립하는 것처럼 사진을 재구성해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발견하고 풍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마치 완성된 모형을 상상하며 조립하는 행위처럼. (작가노트 발췌)


문형조(Hyungjo Moon)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ICP - Bard College에서 사진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사진이 보여지고 사유되어지는 방식을 특정 사물과 전유된 이미지를 통해 탐구하고 있다. «30 Under 30» (Viridian Artists, 2018, 미국 뉴욕) «All Utilities Included» (School of the ICP, 2017, 미국 뉴욕), «Shim Invitational 5» (Arthelix, 2017, 미국 뉴욕), «Familiar Strange»(Baxter St CCNY, 2017, 미국 뉴욕)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www.hyungjom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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