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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사진 보고서> 제10호

*변두리 사진 보고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진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작동하는지에 대해 다루는 연재물입니다.

 

명예로운 사진공모전은 존재할 수 없는가?

사진공모전에 얽힌 문제들



글 이기원

포토닷 2015년 11월호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공모전은 참신한 의견이나 아이디어, 창작물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스펙을 위해 지원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상금에 비해 턱없이 많은 결과물을 요구하는 열정페이 공모전부터, 출품작에 대한 저작권 및 소유권이 모두 주최측에 귀속되는 갑질 공모전, 낙선작의 아이디어를 슬그머니 도용하는 사례에 지난 2012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명칭 공모전의 최우수작이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로 선정되는 다소 황당한 사례까지 뉴스를 통해 접하는 공모전 논란은 이제 너무나 흔한 일이 돼버렸다. 한편 여러 분야의 공모전 중에서도 사진공모전의 경우, 그 역사가 다른 분야에 비해 오래되었음에도 공정한 기준이 자리잡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문제와 논란을 낳고 있다.

2015 10월 현재 접수를 진행 중인 사진공모전의 수는 대략 100여개에 육박한다. 그중 상당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최하고 한국사진작가협회(아래 사협)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이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지자체는 입상 및 입선작(출품작 수의 20% 이내)의 소유권을 가져가 해당 지자체의 홍보물에 활용하고, 사협은 수상결과에 따라 사협 입회점수를 부여하면서 1인당 20,000원에서 많게는 50,000원까지 출품료를 챙기는 사실상 협회의 수익활동으로 사진공모전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몇몇 공모전의 경우, 지자체는 예산이 적은 지역 행사의 구색 맞추기를 위해 사협을 통해 사진공모전을 개최하고, 사협은 공모전 출품료를 통해 수익을 챙기는 묘한 공생관계가 형성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행태는 비단 사협이 관여하지 않는 공모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몇몇 굵직한 사진공모전을 제외한 소규모 사진공모전의 경우 그 공모요강을 살펴보면, 사진공모전에 적합하지 않은 모호한 주제, 불명확한 출품·수상작 저작권 조항, 베일에 가려진 심사 기준 및 방식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또한 수상자 발표 역시 개별 연락으로만 처리하는 경우도 있어 공모전이 끝난 이후에는 어떤 사진이 대상을 받았는지조차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존재한다.


책임은 명확하게, 권리는 불분명하게

 

앞서 짚어본 여러 문제점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은 출품·수상작의 저작권에 관련된 조항이다. 여러 사진공모전의 공모요강을 살펴본 결과, 초상권, 표절, 합성 등은 거의 모든 공모전에서 명확하게 출품자의 책임으로 명시한 반면, 출품·수상작의 저작권에 관련한 부분은 모호하게 서술돼 있거나 저작권을 주최측으로 귀속시킨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같은 불합리한 행태를 바로잡으려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그중 저작권 귀속 관련 조항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저작권 귀속 관련

-공모전에 출품된 응모작의 저작권, 즉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인 응모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 (저작권법 제10)

-저작권은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포함하는 개념이고, 저작 인격권은 저작자의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따라서 공모전의 주최가 응모작에 대하여 가질 수 있는 권리는 저작재산권에 한정되므로, 그 용어를 저작재산권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저작권법 제14 1)

-공모전의 주최는 응모작들 중 입상하지 않은 응모작에 대해서는 어떠한 권리도 취득할 수 없으며, 입상한 응모작에 대해서도 저작재산권의 전체나 일부를 양수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고지할 수 없다.

-공모전의 주최가 입상작에 대한 저작재산권 전체나 일부를 취득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입상작에 대한 발표 후 해당 응모자와의 별도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 때, 공모전의 주최는 다른 사람들보다 우선하여 해당 저작재산권을 양수할 수 있으나, 해당 응모자에게 거래관행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만 한다.

 

이처럼 가이드라인과 저작권법에서는 공모전 출품작에 대한 저작권이 출품자에게 있고 수상작에 대한 저작재산권 역시 주최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고 있어 배포 1 6개월이 지난 요즘도 여전히 일부 공모전들은 불합리한 저작권 조항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 91일부터 대구광역시 북구청에서 공모를 받고 있는 1회 행복북구 사진공모전은 앞서 제기한 문제점들 중 상당수가 집약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대구 북구청 홈페이지(www.buk.daegu.kr)에 올라온 공모요강은 그 유의사항으로 입상, 입선작의 모든 권리는 대구 북구청으로 귀속됨’, ‘출품한 모든 작품은 반환하지 아니하며 낙선한 작품은 임의로 폐기 처분함이라는 조항이 있다. 물론 디지털 파일로 접수받은 경우, 이같은 조항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공모전은 11×14인치의 인화된 사진으로만 출품작 접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품자들이 공들여 찍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인화한 사진을 돌려주지도 않을 뿐더러, 낙선한 작품을 임의로 폐기하겠다는 것은 주최측이 입상한 사진의 물리적인 소유권 및 저작권 일체를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사진공모전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여러 사진공모전에서 수상경력을 가진 사진가 박호광씨는 상금없는 상장을 남발하여 저작권을 인수하는 경우나 수상 후 시상식에 불참하면 수상을 취소하는 사례 등 출품자 입장에서 불합리한 규정이 많다”, “주최측이 비교적 적은 상금이나 상장만 주고 저작재산권을 가져가는 경우에 대비해 심사결과 발표 후 수상자가 수상을 원치 않을 경우 이를 취소하거나 거부할 규정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작년에 낙선한 사진이 올해는 대상으로

 

사진공모전을 둘러싼 문제 중 앞서 다룬 출품작의 저작권 문제와 같은 경우는 공모요강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제제기와 개선이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또 다른 갈래에 자리한 심사과정 및 기준에 대한 문제는 오히려 심사의 공정성을 내세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명확한 문제제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대다수의 공모전이 제한적인 공모주제를 제시하고 사진 1장 단위로 시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명확한 심사기준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사진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 사실상 심사위원의 취향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박호광씨는 실제로 모 공모전에서 낙선한 사진을 다음해 같은 공모전에 출품하여 대상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주최 측에 바뀐 선정기준을 묻자 심사위원이 바뀌었다는 대답을 받았다며 심사위원의 취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심사과정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다수의 사진공모전이 공모 단계에서 심사위원에 대한 부당청탁 등을 이유로 심사과정이나 심사위원을 공개하지 않고, 심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심사위원이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경우 역시 드물어 공모전 참가자들은 수상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출품작이 일정 수준만 넘어간다면, 특정 인물이나 단체에게 상을 몰아주더라도 이에 대해 명확하게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눈먼 상이 되버릴 우려가 남는다.

 

일반인과 사진기자가 경쟁하는 공모전

 

총상금 1억 원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올해 2회째를 맞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최의 대한민국 기업사진공모전’(아래 기업사진공모전)이 있다. 공모전의 취지를 기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소개하며 기업과 삶 그리고 사람들이란 주제로 지난 51일부터 930일까지 공모접수를 받고 오는 11월 심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사례를 든 공모전과 달리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공정한 공모전으로 보이지만, 꼼꼼하게 따져보면 사실상 특정 단체에 특혜를 주는 듯한, 의심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기업사진공모전이 다른 공모전과 가장 큰 차이를 갖는 지점은 공모대상을 일반부 언론부로 나누어 현직 사진기자(한국사진기자협회 소속으로 한정)에게도 공모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 사진기자들에게도 공모를 받아 좀더 다양한 사진을 접수받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정작 단일 시상액으로는 국내 최대인 대상(상금 3,000만원)을 일반부와 언론부를 통합하여 1명에게 시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통합 1등상인 대상과 언론·일반부를 나눠 시상하는 2등상인 최우수상(상금 500만원)의 상금이 6배나 차이 나는 것 역시 미심쩍은 부분이다. 일반인과 사진기자의 기술적 숙련도는 차치하더라도, 사진기자들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나 장소에서 촬영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엇을 찍었는가라는 피사체의 힘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단사진공모전의 특성상 일반인과 사진기자를 경쟁시키는 것은 그 출발선부터 어긋나 있다.

이러한 우려는 기업사진공모전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작년도 대상 수상작 사진을 보면 더욱 커진다. 작년도 대상은 한국일보 김주영 기자가 찍은 사막에 새 생명을에게 돌아갔다. 해당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청년봉사단원들이 중국 네이멍구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해 파종하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이는 이 행사를 동행취재한 기자가 아니고서는 찍을 수 없는 장면으로 보인다. 또한 언론부 시상의 경우에도, ‘한국사진기자협회가 국내 모든 사진기자가 소속된 단체가 아닌, 일부 주요 언론사들의 사진기자만이 가입할 수 있는, 현재 회원수 약 500여명의 단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한국사진기자협회가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특혜를 받는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기업사진공모전 사무국측에서는 심사위원은 사진학과 교수와 언론사 사진부장, 상공회의소측 인사 등 다양한 시선으로 사진을 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선정했고, 심사과정에서 모든 출품작은 무기명 처리되어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진다고 우려를 일축했지만 여전히 의혹은 남아있다. 무기명이라 할지라도, 언론사 사진부장이 일반부와 언론부를 모두 놓고 평가하는 대상 심사에 참여한다는 점은 불공정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진에 담긴 장소나 사건만 보더라도 그것이 일반인도 찍을 수 있는 것인지, 사진기자만이 찍을 수 있는 장면인지는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이보다 앞서,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현직 사진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찍은 사진을 특정 단체, 그것도 기업을 대표하는 집단인 상공회의소의 홍보를 위한 사진으로 응모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언론부 수상작을 살펴보면, 수상작들이 당장 기업 이미지 광고에 쓰여도 손색없을, 사진 일색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업의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공모전에 언론사 기자들이 사진을 응모하는 것은 언론윤리의 차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에 대해 기업사진공모전 사무국에서는 공모 주제가 기업과 삶 그리고 사람들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홍보를 위한 사진만을 공모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올해의 경우 노동문제를 다룬 비판적인 시각의 사진도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는 11월 초 심사결과 발표를 지켜봐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현직의 한 사진기자는 기업사진공모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한다. 일하는 노동자를 찍어 기업과 기업활동을 홍보하려는 목적이 다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료 기자들에게 응모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싶어도, 그런 행동이 나 자신만 고고한 사람이 되고, 응모하는 기자들은 기업의 홍보에 복무하는 사람이 되는 셈이니 터놓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단 한 장의 최고의 사진을 꼽는 것은 가능한가

 

이처럼 사진공모전이 노출시킨 여러 문제들의 원인에는 기본적으로 한 장의 사진을 기준으로 심사, 수상하는 공모전 형식상의 한계가 존재한다. 더욱이 대부분의 공모전이 주최 단체의 홍보 목적에 부합하는 사진을 공모주제로 내걸고 있기에, 출품작의 이미지나 소재가 이미 정해져있는 경우가 많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사이에서 우열을 명확하게 가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심사의 최종 단계에서 상의 등급을 판가름하는 것은 심사위원의 개인적 취향이거나 주최측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 등 무척 모호한 기준이 작동할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공모전이 1년 단위로 공모를 진행하고 심사위원 역시 한정적이기에 매해 전년도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사진이 선정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공모전의 본질적인 한계와 더불어 앞서 언급한 두 사례(대구북구청 사진공모전, 기업사진공모전)에서 다뤘듯, 주최측이 불합리하게 사진가의 저작권을 획득하고, 일관성 없는 심사기준으로 사진을 선정하거나 특정 집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요즘의 사진공모전은 그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럽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사진의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로 작동하며 수상작에 오르는 그 자체로 자랑스러울 수 있는 공모전이다. 단 하나라도, ‘좋은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면 그것이 공모전의 기준으로 작동하며 다른 공모전들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각주

(1) : 이번 글에서 지칭하는 사진공모전은 연작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공모하는 작가지원 프로그램으로서의 공모전을 제외한 한 장 단위로 접수 및 시상을 하는 사진공모전을 말한다.

(2)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위원회,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 2014 (http://www.mcst.go.kr/web/s_notice/notice/noticeView.jsp?pSeq=9074)



 ‘2회 대한민국 기업사진 공모전 홈페이지 중 지난해 대상 수상작을 소개하는 수상작 갤러리 캡처 

(http://kcciphoto.korcham.net/gallery/gallery_2014.asp)

 

 

 

 

2016. 9. 26. 16:41  ·  critiqu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