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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변두리 사진 보고서> 제1호 
*변두리 사진 보고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진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작동하는지에 대해 다루는 연재물입니다.  

신화화된 작가와 강요된 감동

늘어나는 블록버스터 사진전,  이면에 남은 

 | 이기원

포토닷 2015 2월호


 대형 대관전시, 이른바 ‘블록버스터’(1)전시는 해외의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누구나 국내에서 유명 작가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화와 여가 활동의 폭을 넓히는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강조되곤 한다. 하지만 많은 블록버스터 전시가 다루는 소재가 다양한 시대의 작가들이라기보다는 관람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대중이 선호하는 특정 작가에만 편중되면서, 2000년 이후 한국에서 열린 대형 전시의 절반 이상은 19세기 서양화가(그중에서도 인상파)의 회고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제와 형식의 쏠림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사진전시에서도 2008년 여름부터 2년에 걸쳐 서울, 대전, 광주, 대구에서 열린 <매그넘코리아-매그넘이 본 한국> 전시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국내 블록버스터 전시에 사진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내셔널지오그라픽 사진전>, <퓰리처상 사진전>, <인물사진의거장, 유섭 카쉬>,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라이프지 사진전>, <애니 레보비츠>, <점핑 위드 러브-필립 할스만> 등의 사진전 역시 흥행을 거두며 후속 전시까지 열리는 등 블록버스터 전시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 대형 사진전이 소비되는 방식은 과거 회화 전시와는 다른 모양새를 보인다. 또한 같은 대형 사진전 안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나타난다.


자본의 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이들의 속사정


기존의 대형 회화 전시의 경우, 주로 작가 자체의 인지도나 특정 작품의 인지도를 통해  인기가 판가름 난다고   있었다.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는 유명 작품의 실물을 마주하기 위해 꽤나 비싼 입장료를 치르고서라도 전시장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요약하면, ‘내가 보고 싶은  보여주는 전시라   있다.

하지만 사진전의 흥행 공식은 회화와는 조금 다르게 작용한다. <매그넘 코리아>전의 경우 매그넘 작가들이 한국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케이스이고, 작품 자체나 작가가 유명한 경우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전과 최근 열렸던 <세바스치앙 살가두-제네시스>전이 거의 유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블록버스터 사진전은 다큐멘터리 사진 일색으로, 작품 자체의 시각적경이로움으로 승부하는 경우(내셔널지오그라픽, 퓰리처상, 라이프지 사진전)이거나, 작가나 작품의 인지도보다 사진  인물 인지도가 월등하게 높은 인물사진 전시(유섭 카쉬, 애니 레보비츠, 필립 할스만 )였다. 되도록 많은 관객이 찾아 최대의 수익을 내는것이 대형 전시의 사실상 가장  관심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관객이 쉽게 즐길  없는 작가나 작품 위주의 전시보다누구나 보면 금방 이해할  있는 인물, 다큐멘터리 사진 전시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형식의 블록버스터, 대림미술관의 등장


이러한 블록버스터 사진전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2013 <청춘,  찬란한 기록-라이언 맥긴리>전의 유례없는 성공을 전후로새로운 흥행공식을 만들어가는 대림미술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품을 빌려온다는 측면에선 기존 대형 사진전과 동일하지만 대관이 아닌 자체 기획전시인 덕분에 상대적으로 무척 저렴한 입장료와 다양한 부대행사, SNS 통한 적극적인 홍보로 대림미술관의전시는 대형 전시의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대림미술관은 2010 <인사이드  스미스>전을 기점으로 이후 <유르겐 텔러-Touch Me>, <Work In Progress- 라거펠트> 등의 전시를 통해 서서히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고, <청춘,  찬란한기록-라이언 맥긴리>전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거두었다. 이는 딱히 작가나 작품이 (상대적으로) 유명하지도 않고, 다큐멘터리나 인물사진도 아니지만 전시 전반의 방향을 청춘’, ‘힐링 등의 코드와 접목시키면서 20~30 젊은이들의  관심을 불러왔다. 덕분에그동안 사립 미술관에서   없었던  관람대기줄 만들어냈고, 이후 <트로이카>전과 현재 진행 중인 <린다 매카트니-생애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역시 흥행을 거듭하여 2014 연간 관람객  40만명(대림미술관측 발표)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같은 시기에 열린 블록버스터 사진전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라고   있다.


2014 116일부터 시작된 대림미술관의 린다 매카트니 전시와 같은  1016일부터 열린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사진전인 세바스치앙 살가두 전시의 온라인상 게시글 (2) 살펴보면 젊은 층이 선호하는 SNS 인스타그램의 경우 린다 매카트니의 경우25,000 , 살가두는 500 개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3) 연령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네이버와 다음 블로그 게시물의 경우에도 린다 매카트니는 5,500, 살가두는 2,200건이다. 살가두 전시가 린다 매카트니 전시보다  달여 먼저 시작되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대중의 관심이 린다 매카트니에 월등히 쏠려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처럼 비록 물리적인 규모는 작지만 대림미술관의 전시는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과 파급력을 놓고 보면 블록버스터 전시라 불리기에 전혀 이질감이 없다.

 앞서 언급한 사진전의 흥행공식에 비춰 봤을 때도 차이는 유효하게 작동한다. 살가두의 경우 사진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관객이아니라면 국내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는 작가이고, 린다 매카트니 역시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녀가 찍은 사진 인물들(린다 매카트니의 남편인  매카트니를 비롯한 비틀즈의 멤버들, 롤링 스톤즈, 에릭 클랩튼  20세기 유명 뮤지션들) 인지도가 무척 높은데다 이를 대림미술관이 가족’, ‘사랑’, ‘모성애 등과 같은 키워드로 버무리면서 관객들이 부담없이 찾을  있는실패할  없는 전시가 만들어졌다고   있다.


대형 전시를 통한 예술의 대중화 가능한가


이처럼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블록버스터 사진전은 각각 작동하는 방식과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문제점은 대부분의 전시에서공통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이들 대형전시는 객관적으로 작품을 선보인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작품에 개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확하게는 관객에게 작품 감상의 방식과 작품에서 받는 인상과 감정까지도 가이드라인 정해두고 통제하는 모양새다. 그렇기에 어떤 대형 사진전에 가더라도 전시장 벽면에서 감동’, ‘순간’, ‘ 시대 최고의 사진작가 같은 글자를 마주할  있다. 작가에대한 신격화 관객에게 작가나 작품에 대한 비평적, 주관적 감상을 거부하고 일관된 작품 감상법을 주입시킨다. 이는 작품 옆에붙는 캡션과 도슨트의 작품 설명을 통해 더욱 공고히 작용한다. 특히 도슨트의 작품 설명은 작품 자체의 미술  사진사적 맥락을소개하기보다는 그저 작품 주변에 얽혀있는 일화, 이른바 비하인드 스토리 치중한다. 특히 인물사진이 주가 되는 전시의 경우 작가보다는 사진  인물과 관련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고, 이것 외에도 후보정이나 트리밍을 하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사진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작가를 신화화하기에만 치중한다. 이러한 신화화는 관람을 마친 관람객이 아트샵에서 작품이 프린트된 엽서와 같은 아트상품을 구매하면서 거장의 위대한 작품( 일부) 소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처럼 블록버스터 전시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문제, ‘사진의 주변만 훑는 전시구성 매번 답습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과도 연결될  있다. 사진은  자체로 어떤 메시지도 던질  없기 때문에, 결국 관람객이 사진을 보고 읽어내는 것은 본인의 지식이나 경험에 기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작품  인물들이 유명하거나, 보도나 다큐멘터리와 같이 사진을 통해 읽어낼  있는 정보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진들에  가지 배경지식이나 정보만 제공되면 관객 입장에서는 이를 쉽게이해하고 감상했다고 느낄  있다. 때문에 전시를 주최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측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상 방식은 전시장을 찾은  순간의 작품 감상 체험만을 하게   근본적으로 예술작품을 즐길  있게 하고, 나아가 예술의 대중화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짜여진 전시장에서 일반 관객-평소 미술관을 찾지 않는 관객- 보고 느끼는것은 작품이나 전시에 대한 감상  자체보다는 작품 감상을 일방적으로 유도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월드컵 때마다거리에 모여 열광적으로 축구를 보던 사람들의 열기가 월드컵 이후 K-리그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경기 자체보다는 길거리 응원의 분위기만 만끽하는 사람은 축구를 즐긴다고 보기 어려운 것처럼(물론 분위기만 즐기는 것을 나쁘다고만  수는 없다). 대형 전시들이 관객에게 작품 주변만 멤도는 겉핥기식 감상만을 유도하는 것이 과연 예술의 대중화 기여한다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각주
(1) : “평소 미술관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게 되는 대규모 대여 전시 -알버트 앨슨(Albert Elsen)” 황경자(2004), 미술관 블록버스터 전시의 상업주의적 경향 연구, 미술이론과 현장, 제2호, 193p
(2) : 2015년 1월11일 기준, 인스타그램의 경우 해쉬태그(#) 수, 네이버와 다음은 블로그 게시글 수
(3) : 인스타그램이 사진 중심의 SNS란 점에서 전시장 내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된 살가두 전시에 비해 촬영이 허용된 대림미술관의 린다 매카트니 전시가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이러한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격차는 무척 큰 편이다.


2016. 9. 26. 16:31  ·  critiqu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