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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한 산책 잡초, Pigment print, 150x120cm, 2011-2015



규칙에 매몰돼 흐려진 인과관계 : 정영돈 <의아한 산책>

송은아트큐브, 16.1.26 – 3.9

포토닷 2016년 4월호

글 이기원


 정영돈은 자신의 거주지인 파주 지역에서  ‘의아한’ 장면들을 포착하고, 지역 주민들과 파주에 대해 대화하며 그들이 그려준 집 주변 지도를 전달받아 ‘의아한 산책’(2011-2015) 시리즈를 완성했다. 전시장 안쪽에는 작가가 포착한 파주의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이와 연관된 (주민이 그려 준)지도를 함께 배치하고, 바깥 벽에는 그가 작업을 구상하며 남긴 메모가 적힌 파주 지도를 붙여놓았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작업의 구상 단계부터 진행과정, 최종 결과물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작품 속 파주의 모습은 군사도시의 이미지나 최근 재개발 열풍이 부는 지리적 특성보다는 작가의 ‘사적 시선’이 감지된다. 이는 지역 주민인 작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바라본 ‘동네 풍경’이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시리즈 제목이나 작업 전반에서 촬영을 위해 동네를 산책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산책을 통해 탄생한 동네 지도와 편지는 사진을 보완하는 부수적인 요소이기보다, 사진 너머의 풍경을 조망하며 작가가 바라본 ‘파주’를 서술하려 한다. 결국 ‘의아한 산책’에서 사진은 작업의 최종 결과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의 출발점이 되어 주민들의 지도와 편지를 파생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이번 작업의 기반이 되는 어떤 규칙들을 설계해 두었는데, ‘산책하며 사진찍기', ‘그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과 대화하기’, ‘그들에게 지도나 편지를 부탁하기’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지점에서 ‘의아한 산책’은 작가의 전작 ‘개미’시리즈에 비해 좀더 넓은 범위에서 작업의 규칙을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층 아파트에서 1000mm렌즈와 고감도 필름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찍어 거칠고 흐릿한 이미지를 강조한 ‘개미 시리즈’의 경우, 그 규칙은 어디까지나 최종 결과물인 사진이 도출되는 개입하는 원인으로만 작용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의아한 산책’에서의 규칙은 앞서 살펴봤듯 사진찍기의 과정이 지역 주민들의 지도와 편지를 파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며, 그러한 과정 자체가 작품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전작과는 그 범위나 결이 다르다. 


하지만 문제는 규칙을 만들고 수행하는데 매몰된 나머지,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사진과 지도 그리고 편지 등의 연관관계에서 정교함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설득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그린 지도는 다소 모호할 수 있는 사진의 의미를 풀어 주는 실마리 같은 역할을 해야 하지만, 해당 지역을 경험하지 못한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사진보다 더 모호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주민의 눈으로 본 ‘파주의 현실적인 풍경’인지, 아니면 그저 제목처럼 ‘의아함’ 뿐인지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어쩌면 처음부터 어떤 연관성 없이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사진과 지도, 편지를 작업의 규칙을 이유로 무리하게 한 시리즈로 접합시키려 시도한 건 아니였을까? 이처럼 작가의 의도와 관객의 시선은 빗겨나가고 있지만, 정영돈이 포착한 장면들은 분명 그 자체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묘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의아한 산책’은 작가의 안내를 따라 작업을 살펴보는 것보다 오히려 ‘사진 시리즈’로만 바라봤을 때, 어쩌면 좀 더 명확하고 흥미롭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의아한 산책> 전시전경


의아한 산책, 김형년, Pigment print, 150x188cm, 2011-2015



의아한 산책, 화분 위에 깨진 달걀, Pigment print, 120x150cm, 2011-2015



의아한 산책 고드름, Pigment print, 150x188cm, 2011-2015


의아한 산책 환풍기, Pigment Print, 188x150cm, 201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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