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로딩중입니다.
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스스로를 추적하며 써내려간 DMZ 관찰일지

김태동강선

 

포토닷 2015 11월호

이기원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Real DMZ Project) 지난 8 강원도 철원군 동송 시내에서 열흘간 <동송세월>전을 갖고,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오는 1129일까지 전시를 확장해 이어가고 있다. 53() 작가가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DMZ 장소성, 역사성 등을 연구하거나 접경지역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동시대 미술이분단 어떻게 이야기할 있는지 실험해온 국내외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였다. 특히 그동안은 민통선 접근이 제한된 장소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철원군 최대 인구 밀집지역이자 상업 문화 중심지역인 동송으로 전시 지역을 설정하면서 기획자와 작가들이 밀접하게 지역주민과 교류할 있었다. 그중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강선시리즈를 발표한 김태동 작가를 만나 이번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겪은 일들과 새로운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의 준비기간은 얼마 정도였나? 사전 준비과정에서 고려해야 사항이나 가이드라인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제안을 받은 것은 올해 1~2월쯤이었고 준비과정에서 특별한 지침은 없었다. 아무래도 4회째 이어진 프로젝트라 기획팀에서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인 탓인지 참여작가가 자율적으로 작업할 있게 해줬다. 덕분에 스스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선보여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나를 비롯한 요즘 젊은 세대에겐분단 크게 와닿지 않는 사안일 있는데, 사진을 다루는 입장에서 전쟁이나 분단과 같은 주제를 한번쯤 다뤄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개인적인 작업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을 없이 의욕적으로 참여할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작업 ‘Day Break’, ‘Break Days’ 소재나 방향성을 고려하면, 김태동이라는 작가가 DMZ에서 무엇을 포착하고 이야기할지 무척 궁금했다.


평소 도시에서, 일상을 다뤄온 작가로서 DMZ분단이라는 소재를 마주했을 , 나의 시선과 카메라가 어디를 향할 것인지 스스로에게도 궁금했다. 이런 맥락에서 자신을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회적인 이슈를 건드리게 ,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게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스스로 관찰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면 이번 작업은 철원에서 낯선 것들을 보며 일기 같은 것이다.


 

강선(Rifling)-004’, Digital Pigment Print, 2015


강선시리즈의 본격적인 작업기간은 얼마나 걸렸는가?


작업 기간은 6개월 정도 걸린 같다. 철원은 스무 정도 방문해 2~3일씩 묵으며 작업했다. 특별히 동기부여가 부분은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가 지금까지안보관광지 불리는 민통선 안팎의 쉽게 접근할 없는 곳에서 전시를 진행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동송 시내에서 진행하면서 일상적인 공간으로 전시가 넘어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동송을 처음 마주한 느낌은 어땠나?


동송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히려 막막했다. 딱히 별다른 계획이 없었기에 새벽 시간에 동송 일대를 돌아다녔다. 평소 밤에 작업을 많이 해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새벽3시쯤 노동당사 건물 주변을 갔는데, 도시의 밤과 시골의 밤은 확실히 달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그러던 손전등으로 벽면을 살폈는데, 총탄 자국이 낮보다 훨씬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리곤 노동당사, 수도국지, 철원제일교회, 얼음창고 탄흔이 남아있는 유적지들을 둘러봤다. 평소 도시에서 작업하며 느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처음 갔을 때는 무서워서 제대로 작업하진 못했고, 공간에 대한 스케치 정도만 했다. 이후 번의 탐방을 거친 탄흔을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강선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붙여진 것인가? 다소 생소한 표현이라 설명이 필요할 같다.


사실강선이라는 것은 총신 안쪽에 나선형으로 새겨진 홈을 뜻하는데, 탄환의 비행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강선의 부가적인 기능으로는 탄환에 흔적을 남기는데 총마다 자국이 달라총알의 지문이라 불린다. 또한 총구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마치 렌즈 셔터의 모양과 묘하게 닮아 있다. 이번 작업이 탄흔을 추적하는 과정이고, 총과 카메라가 의미상으로 엮이는 부분들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선택한 제목이다.


 

동송 전시를 준비하면서 사운드 작업을 제작했었다고 들었다.


사운드 작업을 넣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너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같아 마지막 단계에서 제외시켰다. 수도국지는 철원의 저수지인데, 한국전쟁 수복지역, 점령군이 수시로 바뀐 지역이라 전쟁통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임민욱 작가가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곳이라 새벽에 가니 더욱 으스스했다. 촬영하면서 렌즈셔터 소리가 메아리쳐 돌아왔는데 마치 총소리처럼 들려 놀랐다. 나중에 실제 소리를 찾아 들어봤는데,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했다. 그래서 셔터소리를 녹음해 사진작업과 함께 들려주고자 했지만 사진과 사운드 작업이 어울리지 않고, 인위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같아 제외했다.


 

강선(Rifling)-011’, Digital Pigment Print, 2015


강선 시리즈 유일하게 인물이 등장하는 사진이 있다. 철원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Day Break’ 시리즈에서의 인물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그동안 해온 것처럼 인물 위주의 작업을 시도해봤지만 막상 철원의 사람들과 어떤 동질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내가 이들에게 개입할 있는 나만의 규칙이 있어야 했는데, 작가로서 상황에 완전히 개입하지 않고서는 인물들에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군인도 찍었고 노인도 찍었두었지만, 사진만 내보인 , 정체가 모호한 인물에 매력을 느껴서다. 사진 인물은 입대를 앞둔 청년이다.


 

밤하늘을 담은 사진의 경우, 시리즈로 묶인 다른 사진들과 함께 살펴보면 마냥 아름답다고만은 느낄 없는, 으스스한 감정을 준다.


수도국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한창 탄흔을 찍으면서 두려움과 긴장감이 교차했는데 문득 하늘을 보니 별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편으론 이질감이 느껴졌다.


 

동송 전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적극적인 작가들이 많아서 그런지, 주민분들이 관심과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내가 전시했던 곳은 허름한 여인숙이었는데, 전시가 끝날 때쯤 되니 주인 할머니와 그새 정이 들어 왠지 짠한 감정을 느꼈다. 이런 형식의 프로젝트에서는 매번 서울에서 기획자, 평론가의 평가에만 집중하고 정작 지역 주민의 반응에는 무관심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이 나왔다는 특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동송 전시와 아트선재센터 전시에서 작품 구성의 차이가 있었나?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사이즈로 액자를 둘러 점만 걸었지만, 철원에서는 액자 없이 작품을 핀으로 고정해 마치 널어놓듯 걸었다. 아무래도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고 날씨도 무척 더워서 애를 먹었다. 천장이 낮아 스팟 조명을 바닥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미술 작업과 함께 구성되는 전시에서 사진을 튀게 배치하려다가는 좋은 결과를 내는 같다. 물론 작가로서 작품을 돋보이게 걸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오히려 이를 자제하면서 작품이 갖는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강선(Rifling)-001’, Digital Pigment Print, 2015


강선(Rifling)-005’, Digital Pigment Print, 2015


<동송세월> 금풍여인숙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5> 전시전경

2016. 9. 26. 16:41  ·  inter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