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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80×102cm, inkjet print, 2010

작가의 눈에 비친어딘가 이상한풍경

유리와조경사진

포토닷 2015년 9월호

이기원


유리와 작가의조경사진시리즈는 얼핏 보면 그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있는 오래된 주택 지역의 풍경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비좁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화단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어떤 공간마다 힘겹게 자리잡은 나무를 발견할 있다. 자연스레 감상자는 이런 기이한 공간에 나무가 뿌리 내리게 이유는 무엇인지, 작가는 이런 장면을 수집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다. “과연 이러한 장면이 탄생하게 배경은 무엇일까?”, “그저 조경법을 준수하면서도 최대한 넓은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밖에 없는 것일까?” 그러나 유리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어떤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작업노트에서도 그녀는조경사진시리즈가 시작된 계기를 묘사하는데만 집중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규정짓기 보다는저거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라는 물음을 던질 뿐이었다.

유리와의 개인전 <조경사진>(류가헌, 15.8.18~8.30) 사진을 다루는 공간인 통의동 류가헌과 창신동 지금여기의 정기교류전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공간은 유리와 작가를 교류전의 번째 주자로 선정하며 “<조경사진> 젊은 작가의 일상풍경에 대한 시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소재주의로 빠지지 않고 철저히 자신의 개념화된 코드를 적극적으로 구현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런 작업의 방식과 결과물들이 신생-기존 공간 사이의 교류전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생산해낼 같았다. 또한 작업의 양도 충분히 개인전을 있을만큼 축적돼 있었고 이미지의 완성도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밝힌 있다.

 

이번 시리즈의 제목조경사진 어떻게 만들어지게 것인가?


이런저런 제목들을 고민해봤는데, 특정 단어로 해석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추가적으로 내용을 덧붙이거나 설명하는 방식이 싫었다. 또한 작품에서 보여지는 시각적인 외의 다른 요소를 통해 작업을 전달하고 싶지 않았다. 개별 사진들에 제목을 달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조경사진이었다. 제목은 관객에게 보는 방법을 제시하지도 않고, 어떻게 생각하라고 명령하지도 않는다. 하나 흥미로운 점은 작품을 보면 이를 직관적으로 조경사진이라 생각할 없지만 작업이 나무가 있는 풍경들로 구성됐다는 측면에서는 결국조경사진이라는 제목을 부정할 없다는 것이다.


 

작업을 시작하게 계기는 무엇인가? 또한 조경법에 대한 사전 조사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조경법 때문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인식하고 작업을 시작하진 않았다. 단순히 이런 풍경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촬영을 진행했다. 나중에서야 이러한 모습들이 조경법 때문이라는 알고 부동산 사무소에 가서 묻고, 인천시청을 찾아가 문의도 했다. 조경법에는건물대지 면적당 조경면적을 일정부분 조성해야 한다 정해져 있어 이를 준수하면서도 최대한의 건물 면적을 확보하려다 보니 이렇게 우스운 풍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인간의 필요에 의해 나무의 삶의 형태를 규정하고 그걸 법으로까지 강제하는 것이라 있다. 그런데 이런 태도가 인간이 인간을 포함한 다른 개체를 대하는 어떤 상황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사진 사례와 같이, 분명 이상한 것인데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느껴지면 그것이 본래 이상한 것이란 느끼기 힘든 것처럼.


 

그렇다면 평소 작업을 진행할 ,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인가?


작업해야지!”해서 시작하는 작업방식이나 어떤 의미를 전달할 것을 처음부터 상정하고 작업을 시작하기보다는 평소 마주하는 시각적으로 재미있는 것들, 다시 말해이게 맞나?”싶은 현상이나 장면에서 작업의 소재를 찾는다. 개인적으로는 개념이나 의미를 먼저 정해두고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정작 작업을 사진으로 해야 하는가?”라는 부분에서 약점이 생긴다고 본다. 실제 작업을 진행할 때도 처음에는 계속 돌아다니며 핸드폰 카메라로 상세한 구도까지 맞춰서 스케치를 해둔 , 나중에 대형카메라를 가져가 촬영을 했다.


 70×88cm, inkjet print, 2010


각각의 작품들을 보면, 무척 건조하게 대상을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루는 소재와 이를 풀어내는 색감과 같은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카메라의 구도나 작가의 시선이 너무나 무던하기 때문에 오히려독특한인상을 받는다. 마치 길을 걷다 마주하거나 창문 밖으로 보이는 그런 장면처럼 느껴진다.


되도록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빛이나 , 화면 구성 등을 이용해 분위기를 밝거나 또는 어둡게 조절할 있었지만 감상자에겐 그런 분위기를 걷어내고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가령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이야기할 때와 감정적으로 말할 , 둘은 감정을 표현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분명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업의 소재가 장소는 크게 주택지역과 도시지역으로 나뉠 있는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또한 인천 지역을 위주로 촬영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천 이외의 다른 지역도 찍었지만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인천 만수동을 비롯한 주택지역은 예상치 못했던 장면들을 불쑥 불쑥 마주하게 되면서 찾아내는 재미를 느꼈다. 또한 모습 자체도 제멋대로라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서는 어느정도 찍다 보니 질려 버렸다.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조경들인데다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 있어 가지 유형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조경사진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작업할 계획인가?


이상 이런 장면을 찍진 않을 것이다. 전에는 아직 시리즈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다양한 장면들을 추가해 마무리하려고도 했었는데, 문득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해버리면, 이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생각할 여지가 없게 같다. 작업을 사람들이 길을 걷다 보게 되는 나무나 식물들 혹은 어떤 것이라도 다시 보게 된다면 그것이 내겐 뿌듯한 일일 같기 때문이다. 관객이 스스로 상상해볼 있는 영역까지 굳이 건드리고 싶진 않다.


 

작품 나무들이 저런 장소에 자리잡게 이유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작업에서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엿보이기도 한다.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다큐멘터리적인 표현방식를 이어갈 것인지 궁금하다.


나의 작업들이 다큐멘터리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것이 어떤 의미 전달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장면 자체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을 가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진 매체를 다루는 이런 표현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 보기에 앞으로도 이러한 말하기 방식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70×88cm, inkjet print, 2012

 


16×20cm, inkjet print, 2011


16×20cm, inkjet print, 2011

2016. 9. 26. 16:39  ·  inter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