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로딩중입니다.
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Typ #52, 30cm×40cm, pigment print, 2015

일상의 티끌에서 찾은 모순의 풍경

 이미지 ‘Seen from a Third Person’ 시리즈


포토닷 2015 8월호

이기원

 

‘Seen from a Third Person’ 시리즈 작품은 그저 책장에 꽂힌 책과 가방이라는 일상적 풍경을 무덤덤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책등의 글자가 우리나라와는 반대 방향으로 쓰여 있다는 알아챌 있다. 이처럼 어떤 문화권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상하고, 신기하게 다가오는 경우를 쉽게 찾을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책등의 사례처럼, 어떤 것들은문화적 차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유를 도무지 추측하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한다.

한국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독일로 건너가 순수예술을 전공하고 있는 이미지의 ‘Seen from a Third Person’ 시리즈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에서 정작 당사자들은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미묘한 지점을 짚어낸다. 이는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고, 개인의 습관이나 성격 차이일 수도 있지만 작가는 이러한 차이가 실제로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의미는 무엇인지 고민한다.

 

평소 관심 있는 작업의 소재 혹은 분야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진행했던 작업들과 독일에서의 작업은 결이 다를 수밖에 없을 같다.


사회적, 개인적 기록으로서의 사진에 특히 매력을 느낀다. 덕분에 자연스레 대한 관심이 작업 전반을 대표하는 소재가 되었고, 다큐멘터리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회가 개인의 삶에 ·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여성의 삶에 궁금증이 있다.

한국에서 작업할 때는 주로 작업의 대상이 되는 입장에 속해 있었다. 나와 같은 위치에 놓이거나 혹은 최소한 심정적으로라도 가깝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러한 지점이 작동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사건이나 현상의 당사자가 없고, 관찰자의 입장에 서더라도사회에 속한 관찰자라기 보단외부인으로서의 관찰자 위치에서 벗어날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 시리즈들이 내부의 관찰자의 시점에서 접근한 것이라면, 독일에서 진행하는 시리즈는 3자의 시선에서 출발해 참견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고 있다.


 

Seen from a Third Person시리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베를린 바우하우스에서 쿠르트 크란츠(Kurt Kranz) ‘Zahlriehe’라는 작업을 보고 사회의 규칙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Zahlreihe’ 손을 이용해 숫자를 세는 사진으로 구성된 작업인데,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는 작업을 통해 몸이 숫자를 세는 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독일에 와서 처음 배워야 했던 것이 숫자를 독일식으로 쓰는 일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커다란 차이는 아니었지만 1 7 사이의 작은 차이가 일상생활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고쳐야만 했다. 작은 차이에서부터 사회에서 공유되는 규칙과 규칙에 적응한다는 , 다시 말해 사회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아가 독일사회에서 자란 혼혈인이나, 이민 2세들의 행동방식도 궁금해졌다. 이미 그들이 어떠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그들의 몸에 녹아든 습관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그들을 바라볼 이들은 전형적인 독일인으로 여겨지지만, 정작 그들은 끊임없이 차별의 언어들(출신에 대한 질문) 마주하고 있었다. 독일에서 자랐고, 이곳의 방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하지만, 단지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혼혈인이나 이민 2세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사람의 정체성은 사회적 주변환경, 말하자면 자라난 곳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정체성은 외모나 조상의 고향이 아닌, 행동이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혼혈인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이들이 어떤 사회로부터 차별 없이 수용되는 일은 꿈같은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업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는 친구들의독일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해내야겠다 의도가 컸다. 그래서 3자의 시각에서 보고 느낀독일스러운것에 관해 고민하고, ‘독일스러운 대한 발견을 전형적인 독일인의 행동방식으로 규정할 있는가에 대한 작업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알았다. 사실 정체성이라는 자체가 증명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고, 입장 또한 그들을 증명하고 판별해줄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관찰자인데, 그것도 미흡한 관찰자였다. 독일스러운 찾겠다면서 독일에서 고작 2 , 자기 정체성에 예민해져 있는 관찰자의 눈에 것들은 정말 사소한 풍경이라는 깨달았다.


 


Typ #11, 30cm×40cm, pigment print, 2015


그렇다면 작업의 방향은 어떻게 변화했나?


앞서 말했던 문제점, 독일인들이 각각의 사진에서 느끼는별거아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라는 감상에 기반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스러움 지시하는 풍경을 찾기보다는 공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았을 , 공간의 주인으로 누구를 떠올릴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려고 한다. 그렇기에 ‘Scene from Third Person’ 시리즈에는 혼혈이나 이민 2세들의 집에서 나타나는 의뭉스런 풍경과 독일인의 집에서 찍은 이국적 풍경이 섞여 있다. 보기에는 비슷한 공간에 살면서도, 어떤 사람은 차별을 당하는 입장이고, 어떤 사람은 차별을 하는 입장인 것이다.


 

장소 섭외가 작업의 부분을 차지할 같은데 과정이 궁금하다.


공간은 주로 친구들을 통해서 섭외했다. 소개를 받은 혼혈이나 이민 2세들의 집을 방문해서 기록하고 있다. 요즘은 독일인 친구들의 집들도 기록 중이다. 자신의 집을 전형적인 독일인의 집이라고 소개하거나, 자신의 집엔 독일스러운게 없다는 친구들의 말을 통해 풍경의 차이를 잡아낼 있도록 공부하는 중이기도 하다. 5개월 가량을 진행했는데, 앞으로 가야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본인이 생각하고 느낀독일스러운 무엇인가?


사실 나도 모르겠다. 독일스러운 것이 뭔지 안다면 작업이 이렇게 더디게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단 사소한 차이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가스불이 없는 주방이나, 물의 석회성분 때문에 설거지 후에 접시를 닦는 행주가 있어야 한다는 , 회사처럼 가정집에서도 각종 서류를 정리해두는 폴더가 일상적으로 존재한다는 , 혹은 양말에 샌들을 신는 농담같은 차이까지 조금이라도 습관이나 방식과 다른 것들은 일단 기록하려고 한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고작 2 한국사람이 보는 독일스러운 것에 대한 기록이라는 점을 언제나 감안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Typ #12, 30cm×40cm, pigment print, 2015



‘Scene from Third Person’ 독일사회에서 타자(혼혈, 이민2 ) 바라보는 시선을 다뤘다면, 한국에서 진행했던 이전 작업 하나인 ‘home sweet home’ 역시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이야기하는 같다는 점에서 작업을 연관 지을 있을 같다.


작업은 평범한 일상에 질문 던지기라는 점에서 비슷할 있을 같다. 작업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돌아왔던 반응이 똑같았다. 익숙한 풍경이며 평범한 일상이라는 점에서다. 차이는 내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다. ‘home sweet home’ 통해서 나는 가족이 사회 안에서 보여지는 방식, ‘유토피아적인 사회의 작은 구성단위라는 것에 의문이 있었다. 가족은 그저 평범하고 가끔씩 균열이 생기기도 하고 그래도 따뜻하기도 ,한마디로 정의할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우리의 삶에서 어떤 절대적인 기본요소인 것처럼 규정되고, 가치에 나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에 거부감이 있었다. ‘ 그럼 우리의 진짜 일상은 어떨까보여주고, 그것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이게 뭐야 당연한 풍경이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반응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질문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달랐다.


 

현재 진행중인 다른 작업이나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Seen from a Third Person’ 동시에 화가 나혜석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다. 나혜석이란 여성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고, 나름의 작은 연대의 의식이기도 하다. 작업은 나혜석의 삶의 이력을 정리해서 학교의 여자친구들에게 이야기한 전부다. ‘너네 이런 삶이 상상이 되냐, 너희의 삶은 어떤지.지금도 존재하는 차별에 대한 공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남근이 가지는 권력에 대한 것인데, 사실 아직 진척이 없다. 이곳에서 나는여성이국적이라는 개념 각각의 상대성에 대해서 꾸준히 고민하게 같다.


Typ #14, 30cm×40cm, pigment print, 2015



Typ #41, 30cm×40cm, pigment print, 2015





+ 이전작업 살펴보기



'home sweet home' 시리즈, Householder Kim #01, 33cm×49.5cm, Archival pigment print, 2012 


home sweet home 작업노트

다수의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가족을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이러한 인식이 이상적 가족의 이미지에 대한 학습화로 인해서 기인했다고 본다. 행복한 이미지로 학습화된 가족의 이미지는 가족을 인지할 장애물이 된다. 이는 타인의 가족을 때도 편견으로 이어 진다. 당신이 속해있는 가족은 얼마나 행복하고 유토피아적인 공간으로서 당신의 삶에 자리 잡고 있는가? 작업은 가족구성원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구성원들의 집안에서의 태도를 알려달라고 물은 즉각적으로 나온 번째 대답을 토대로 찍어나간 작업이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가족들은 서로의 행동양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에 관한 표상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나는 가족구성원들의 외로움의 원인을 구성원 개개인의 탓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 안의 거대한 균열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공간에서 같이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같은 주소를 쓴다는 외에는 소통이 현저히 부족한 가족의 일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부여되는 임무의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한다. 관찰은 회복이 있다. 익숙한 것과 인식하고 바라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당연한 무엇에 의문을 품는 , 그것의 관찰은 당연하고 소소한 개인들 혹은 어느 가족에 포함된 가족구성원들의 의미를 회복하기 위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home sweet home' 시리즈, Householder Lee #01, 33cm×49.5cm, Archival pigment print, 2012



Householder Kim #02, 33cm×49.5cm, Archival pigment print, 2012



*이미지 Miji Ih

1990년생으로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사진 다큐멘트를 공부했다현재는 베를린국립예술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공부 중이다동시대 삶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다



2016. 9. 26. 16:37  ·  inter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