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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은 쉽고기억은 어렵다 : 오석근 <기억투쟁>

공간해방, 15.12.30 - 1.13

 

포토닷 2016년 2월호

이기원

 

기록은 정확할 있지만, 그것이 정직함을 담보하진 못한다. 여러 기록의 형식 중에서도 특히 사진은 더욱 그렇다. 사실 사진은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진은 자신을 선별하는 기준과 의도에 쉽게 휘말려우리들을 혼란과 착각에 빠뜨린다.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사진은 사람들의 기억을 통제하는 효율적인 도구다.

오석근의 개인전 <기억투쟁>은당대 권력이 기억하고 싶었던 역사와 실제 역사 사이의 간극을 이야기하는 한편, 사진 이미지가 얼마나무능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강화 민간인 학살사건, 금정굴민간인 학살사건, 월미도 미군 민간인 폭격사건, 5.18 광주민중항쟁등과 같은 국가폭력사건 피해자들의 구술녹취록을 통해 피해 당사자가 겪은 사건의 기억을 살펴보고, 『대한민국정부 기록사진집』에서 선별한 사진을 통해 정부권력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편집, 왜곡한 역사를 대비시킨다. 영상 작업명령레지스터는조명이 비출 때마다 총검술을 수행하는 퍼포머가 시간이 지날수록 의도치 않은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권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다.


『대한민국 정부 기록사진집』에서 발췌한 사진과 캡션으로 구성된기억투쟁시리즈는 권력이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을 통제하는 방식을 파고든다. 작가는 1960~80년대 정부기록사진을 선별, 재배치해 당대의 권력이 무엇을강조하고 숨기려 했는지 드러낸다. 가령최규하 대통령내외 하계 휴가사진은 표면적으로 그저 숲을 거닐고 있는 대통령 내외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줄 뿐이지만, 사진을 찍은 당시(1980 7 31)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이는 단지 대통령 내외의 단란한 휴가 모습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처럼기억투쟁시리즈는 1960~80년대당시의 권력이 보여주고 싶었던 이미지와 사진집을 제작했던 후대 정권의 시각, 그리고 이를 다시 재배열한작가의 시점까지 기준점을 두고 각각의 관점에서 누락시키거나 의도한 맥락을 유추하게 한다. 또한 같은맥락에서 역사가 어떻게 기록돼 왔고, 사진이 어떻게 기능했는지 드러낸다. 한편 기록사진을 등신대 판넬로 제작한얼굴없는 한국인시리즈는 처형 직전의 죄수와 이를 통제하는 군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사진 얼굴이 가려진 인물들이 국가폭력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손이 묶인 죽음을앞둔 희생자들의 모습은 그저 자신과 동떨어진 타자가 아닌, (많은 가정이 필요하겠지만) 관객 자신의 모습으로 치환된다. 작품 이미지가 어쩌면 나의 마지막사진이 수도 있었다는 섬뜩함과 이내 현실로 돌아와 느끼는 안도는 우리가 역사와 기억에 집착해야 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수사나, 뉴스기사 제목에서역사가 기억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종종 마주한다.여기서역사 적어도국정 역사교과서나 정부 발간 기록물처럼, 힘을 가진 특정한 누군가의 시점에서 기록된 역사를 뜻하진 않는다. 이는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걸고 잊지 않으려 애쓴 기억투쟁의 산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망각은 너무나도 쉽고, 기억을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수고 이상의노력과 희생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역사 시대를 기억하게 만들 의무가 있다.


사진제공 : 공간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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