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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마지막 소원이충구 이현구(큰형둘째형), 105×130cm, Digital Pigment Print, 2015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 소망을 재현하는 사진 : 변순철 <마지막 소원>

조선일보미술관, 15.8.14 - 8.16


이기원

포토닷 2015 10월호


어느새부터인가 가족이 옷을 차려입고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는 풍경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사진관에서 찍는 장의 커다란 액자 사진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의미의 가족사진은 사진이 귀했던 시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기념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있게 되었고, 자연스레 사진은 이상 귀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각각의 개인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진을 찍고 찍힐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사진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하나의 데이터로만 남아 잊혀지고 어느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기도 하는 시대에사진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814일부터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3일간 열린 변순철의 <마지막 소원>에서 선보인 사진들은 사진 인물들이 활짝 웃거나 미소를 띠지 않고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얼핏 흔히 있는 가족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띠고 있다. 하지만 제작과정과 의미를 살펴보면 이는 분명 여느 가족사진과는 다른 무게를 지닌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변순철 작가와 조선일보, 대한적십자사, 삼성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협업으로 진행된 이번마지막 소원프로젝트는 오래전 촬영된 북측 가족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는 남측 이산가족에게 사진을 받아 그동안 주로 범죄자 검거나 미아찾기 등의 용도로만 쓰였던 KIST ‘3D 나이변환 기술 적용해 70 전의 사진에서 현재의 모습을 예측, 복원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변순철 작가가 찍은 남측 가족의 초상을 함께 합성, 배치하는 과정으로 완성됐다. 비록 사진 헤어진 가족의 모습을 실제로 만나 없지만, 이들 사진이 당사자에게 갖는 의미는 세상 어떤 사진보다 값진 것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진이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기억을 보조하는 역할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뭔가를 회상하는데 있어 스스로의 기억을 더듬는 외에 당시의 사진을 찾아보는 것만큼 쉽고 명확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는 사진 표면에 담긴 상황뿐 아니라 이에 얽힌 다른 기억까지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마지막 소원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사진은 예측된 얼굴의 정확성과는 별개로, 여느 가족사진과 동일하게 헤어진 가족들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는 하나의 지표로 작동한다.



 마지막 소원임화숙 동생(세언니), 147×185cm, Digital Pigment Print, 2015


임화숙 할머니 (83서울시 강동구) 남에 있는 남동생 분과 함께 모이면 아직도 북에 있는 언니의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당시에 젊은 처녀들을 정신대로 끌고 가는 경우가 허다했기에 이른 나이에 시집을 갔던 언니는 함께 피난을 오지 못했다유난히도 동생들을 예뻐해줬던 언니가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무치게 그립다. <마지막 소원전시에서 발췌


 

<마지막 소원전시전경


이처럼마지막 소원 구성하는 사진들은 사진의 주인공인 이산가족들에게는 소중한 기억의 지표이자 이들의 마지막 소원을 간접적으로나마 이뤄주는 매개체로 존재한다. 70 전에 찍은 사진을 지금까지 간직해왔다는 점과 더불어 당시 사진 장을 찍는다는 것이 당대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고려하면, ‘마지막 소원시리즈는 이산가족 당사자뿐 아니라 작품을 마주한 관객에게도 울림을 전해주며 한반도의 근대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작동한다. 물론 작업이 컴퓨터 합성을 통해만들어진 사진이라는 측면에선 이것이 다큐멘터리로 기능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있다. 그동안만들어진 사진(Making Photo)’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그것이 의도하거나 지칭하는 바가 우리의 현실에 주어진 문제나 사건에 가까이 다가갈 없다는 인식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마지막 소원 사진의 표면이 아닌, 작업이 만들어지게 과정과 컴퓨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사진 얼굴이 진실과 다를 있음을 알면서도 헤어진 가족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산가족의 현실에 초점을 맞추면 이것이 어떤 사진보다 명확하게 이산가족 문제를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가 있음을 부정할 없을 것이다.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가족의 얼굴이 허구일지언정 그것이 담고 있는 문제나 의미까지가짜라고는 말할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가족사진이자 분단의 아픔이 담긴 다큐멘터리인 이번 작업은 예술작품으로서의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지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소재와 의미에 있어서는 이것이 지금, 한국에서만 가능한 작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생존해 있는 모든 이산가족들이 최소 70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과 작품을 탄생하게 핵심 기술인나이변환 기술 발전을 고려했을 , 일찍 진행하지 못한 데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술의 발전을 마냥 기다리기에는 아무리 첨단의 기술이라 해도 이산가족 당사자가 사진을 보지 못하게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마지막 소원시리즈가 우리에게 어떤 형식으로 다가오느냐에 따라서도 맥락이 바뀔 있다. 작가를 거치지 않은 공익적 캠페인의 문법에서만 진행됐다면 이는 관객에게 그저 하나의 이벤트나 기록물로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물을 다뤄온 변순철이라는 작가를 통해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획득하면서 공익적 캠페인으로 발표됐을 때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작품으로 작동할 있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마지막 소원 예술작품으로서 향후 다른 전시나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선보이며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가진다는 역시 기대해 볼만하다.

우리는 흔히 장의 사진에 본질적으로지금 순간 장면이 담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사진은 찍히는 바로 순간 이후로 그것이 재현하는 것을 끊임없이 과거로 밀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장의 사진이 갖는 의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질 있고, 또한 시간이 누적될수록 깊은 가치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라 있다. 이런 맥락에서 컴퓨터의 힘을 빌어 만들어진마지막 소원시리즈 헤어진 가족의 얼굴과 옆에 남측 이산가족의 초상은 낡고 오래된 원본 사진으로부터 출발한 70년의 세월에 걸쳐 담긴 그리움과 기억을 되새기는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수도, 혹은 안타깝게도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는미래 간절한 소망을 재현한다. 이처럼마지막 소원 그것이 이산가족 개인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주는 것으로 작용할 아니라, 새로운 형식의메이킹 포토이자 다큐멘터리로서 과연 지금 시대에 사진만이 해낼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다른 한편으로는 나날이 발전하는 첨단 기술에 사진이 잠식당하지 않고 어떻게 공존하고 시너지를 있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마지막 소원곽육규(큰형), 105×130cm, Digital Pigment Print, 2015


마지막 소원윤병국(어머니셋째형), 105×130cm, Digital Pigment Print, 2015

사진제공 : 변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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