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로딩중입니다.
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이승훈 Moving days 아파트를 바라보는 현주, 2015


즐길 있는사진축제, 가능성의 발견

서울루나포토 2015 : 내리다 - 유목과 정주 사이에서

 

이기원

포토닷 2015 10월호


국내에선 어림잡아 7~8개의 크고 작은 사진축제들이 존재하지만, 이들 자신만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가진 행사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지자체나 특정 단체의 주도로 매년 특별한 주제 없이 관성으로 굴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저사진인을 위한 그들만의 축제 작동하는 것이 대다수 국내 사진축제들의 현실이다. 그렇기에그들만의 잔치 전락한 기형적인 환경 속에서 다른 종류의 축제와 달리사진축제만이 갖는 정체성과 특징을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의 사진축제에서 실종된 것은 정체성이나 주제만큼이나 축제를 오롯이 즐기는관객 존재도 포함될 것이다. 이처럼 사진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행사는 많지만, 정작즐길 있는축제는 없는 국내 사진축제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서울루나포토페스티벌(아래 서울루나포토)’ 자신을 소개하는 문장사진과의 친근한 만남을 꿈꾸는 행사에서도 드러나듯, 좀더 다양한 사람들이 사진을 즐길 있는 축제를 지향한다. 더불어 이름에 포함된루나(Lunar)’ 지칭하는 것처럼, 서울루나포토는 달빛 아래 모두 모여 함께 사진과 음악을 즐기는포토필름 상영회 축제의 메인행사이자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다. 그리고 올해로 2회째를 맞아 내리다-유목과 정주 사이에서 주제로 서촌 일대의 전시공간과 골목에서 8개의 전시와 5개의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지난 912 덕수궁 함녕전에서 포토필름 상영회달과 사진의 +루나뮤직카니발’(기획:송수정, 창파, 이정민) 개최했다.

 


보안여관<닻의 아카이브> 노기훈구미설치전경


먼저 매년 서울루나포토의 메인 전시로 작동하는 보안여관의 <닻의 아카이브>(기획:박미연) 다섯명의 참여작가(김승택, 김현식, 노기훈, 박수환, 장수종) 통해 도시라는 공간과 시간의 관계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그중 노기훈의구미시리즈는 구미 지역 젊은이들의 초상을 통해 지금 시대, 한국에서의 유목과 정주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특히 구미에서 정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긴 작품들이 전시장 건물 마당의 풀밭에서 마치 유목하는 모습으로 놓여 유목과 정주가 공존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장면으로 남는다. 이처럼 노기훈의 작업이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김현식의가족첩시리즈는 1928년생부터 1950년생까지로 구성된 9남매의 흑백 초상사진과 함께 그들 각자의 삶을 회상하는 인터뷰를 배치하면서 어른 세대의 유목과 정주에 대한 생각을 엿보고 비교할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루나포토 올해의 작가 수상 작가전> 열린 류가헌은 다소루나만의 색이 스며들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자연스럽게 페스티벌의 축을 담당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올해의 작가 수상 작가전 통해 대형 사이즈로 선보인 강홍구의한강 시민공원’(2001) 시리즈는 주거와 삶의 조건을 다룬 소재의 측면에서 강홍구 작가의 이전작은평 뉴타운시리즈와 묘하게 엇갈리는 지점을 갖는다. ‘은평 뉴타운 사람은 없고 집만 덩그러니 남은 풍경이었다면, 역시 사진을 이어 붙여 구성한한강 시민공원시리즈의 한강 둔치 풍경은 사람은 있는데 정작 집이 보이지 않는, ‘은평 뉴타운시리즈의 대척점과 같은 작업으로 비쳐져 시선이 머문다.

 


ⓒ강홍구 한강 시민공원 Hangang Public Park, 258 x 70 cm, Digital print, 2001


류가헌과 보안여관 사이를 잇는 골목에는 <골목,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통의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초상사진을 통해골목의 이야기 풀어낸 사진이 걸렸다. 석정 작가의 <통의동 이야기>(기획:한민서, 이재화) 경복궁 오래된 한옥동네라는 특수성과 최근 들어 하나의 문화예술지구로서 외지인의 출입이 잦아진, 유목과 정주가 서로 얽혀있는 통의동의 단면을 골목 밖으로 꺼내 전시의 형태로 담아냈다. 이와 더불어 진행되는<골목의 기억>(기획:한민서, 이재화) 역시 6 작가들이 저마다의 골목에 대한 기억을 풀어놓으며 사진 장면과 통의동 골목을 교차해서 바라보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 전시는 사진 인물들의 생활공간이자 기억의 지표인 골목을 걸으며 각각의 작품을 관람하는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골목의 풍경을 작품의 일부분으로 수용할 있게 하며 기존의 거리전시와는 차별화된 지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서울루나포토가 갖는골목 대한 관심은 공간291에서 진행되는 <세상의 모든 골목>(기획:김현경)으로도 이어진다. 전시장에는 사진 기반 SNS 인스타그램에서골목해시태그(#골목) 걸러진 수많은 사진들을 선별하여 동시대의골목 이미지로서 어떤 의미와 형태를 갖는지 고민하게 한다.

 


골목, 인사이드 아웃프로젝트 보안여관-류가헌 골목 일대에서 진행된 야외전시 <통의동 이야기> 설치전경


이용재건축사무소+사이드 <Cutting on the Bias> 유리와조경사진설치전경


이용재건축사무소+사이드(아래 사이드)에서 열린 <Cutting on the Bias>(기획:김현주)전을 이루는 작품들은 실내 전시장과 야외의 중간지대에 위치한다. 이러한 실험적인 전시공간과 더불어 작품 역시 이번 서울루나포토의 전시 가장 젊은 작가들(권경환, 금혜원, 유리와, 이승훈, 이해민선)들로 구성됐다. 이곳 전시는 4채의 한옥으로 구성된 레지던시인 사이드의 실내 공간과 앞마당, 계단, 테라스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특정하지 않고 마치 보물찾기하듯 작품을 곳곳에 배치해 관객과 작품이 서로를 찾거나 우연히 맞닥뜨리게 한다. 특히 사이드는 건물 자체가 이용재 건축가의 작품으로 기능하면서, 온전히 작품을 정착시키는 틀이기 보다는 ‘Cutting on the Bias’라는 제목과 작품들이 의미하는 바처럼 이주와 정주 사이의 경계를 사선으로 빗겨간다.

 

이처럼 올해 서울루나포토를 이루는 8개의 전시들은 올해의 주제와 페스티벌의 정체성에 대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기획자의 의도와 색깔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한 각각의 전시가 공간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도 각기 다른 개성과 성질을 지닌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울루나포토라는 하나의 사진축제로서 일관성을 갖추면서도 각각의 색채는 모두 다른 전시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국내 여느 대형 사진축제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있다. 특히 기존의 사진축제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됐던 영상, 설치, 회화 작업과의 접점을 모색하고작품으로서의 사진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우리와 교차하는 이미지들까지 전시의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측면에서 좀더 유의미한 지점을 갖는다. 서울루나포토가 사진만을 위한 사진축제가 아닌, 여러 다양한 분야·장르와 사진과의 교집합을 꾸리는 넓은 의미의즐길 있는축제로 계속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용재건축사무소+사이드 <Cutting on the Bias> 이해민선동강’, ‘엠버그리스케이 설치전경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