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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실종되고, 나열만 가득한 사진제 : 제14회 동강국제사진제 <인생은 아름다워>

 

포토닷 2015년 9월호

이기원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사진축제와 더불어 국내 ‘3 사진 행사이자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동강국제사진제는 올해 운영위원회 개편을 거치며 다른 어떤 해보다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공개한 결과물은 국내의 대표적국제 사진제라는 명성과는 동떨어져 있을 뿐더러 국내 사진전시의 평균에도 미치는 실망감만 전해줬다고 있다. 악천후에 적절하게 대비 못한 개막식 진행이나 한국사진계가 논의해야 유의미한 주제를 제시했으나 정작 청중과의 교감에는 실패한 동강사진워크샵 전시 외적인 측면에서도 아쉬움은 존재했지만, 이들은 사진제의 핵심이라 있는 전시 부분에서 노출된 문제에 비하면 차라리 용인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있을 정도다.

 

작품만 걸면 전시가 있는가

 

이번 동강국제사진제에서는 10개의 전시(동강사진상 수상자전, 주제전, 국제공모전, 강원도 사진가전, 거리설치전, 보도사진가전, 영월군민사진전, 평생교육원 사진전, 포트폴리오 리뷰 수상자전, 전국 초등학생 사진일기 공모전) 열렸다. 이들 전시들은 각기 담고 있는 내용과 성격이 다르더라도 분명동강국제사진제라는 틀에서 묶이며 최소한의 일관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각각의 전시장을 둘러보면 작품에 붙는 캡션이나 전시장 안내 표시, 전시 제목과 기획 의도를 적은 벽면 레터링과 같은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관객의전시감상 안내서 있는 리플렛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들쑥날쑥하고, 관객 입장에선 다소성의 없다 느껴질 정도로 급조된 인상이 강하다.

먼저 리플렛의 경우, 전시장을 찾은 관객이 전시에 대한 정보를 가장 쉽게 확인할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정작 리플렛에는 전시장의 전시 제목조차도 명시되지 않고 그저주제전’, ‘국제공모전 같은 식으로 전시의 형식만 나열되고 자세한 정보는 빠져있어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또한 이와 맞물려 동강국제사진제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전시공간인 동강사진박물관은 3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건물에 대한 명칭도 불명확하고, 건물 앞에 어떤 안내 표지도 마련되지 않아 리플렛의 그림지도를 보지 않고서는 어디서 어떤 전시가 열리는지도 쉽게 없었다.특히 4, 5, 6전시실이 위치한 사진예술창작체험관[각주:1] 경우 내부에 3개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어 관객의 혼란을 초래한다. 이처럼 관람객의 편의와 이해를 고려하지 않은 요소들은 전시가 상대적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어려운 동시대 사진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과 별도의 전시 감상 프로그램이나 도슨트가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일반 관람객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불친절한 전시로 비춰진다.

같은 엉성한 사진제 구성은 각각의 전시장 내부에서도 여전했다. 야외에서 전시되는 국제공모전과 전국초등학생 사진일기 공모전을 제외하고 주제전과 포트폴리오 리뷰 수상자전, 보도사진가전 등과 같이 실내에서 열린 나머지 전시들은 각기 다른 방식의 작품 캡션과 비뚤어진 벽면 레터링, 일관성 없는 글꼴 사용 전시된 작품과는 별개로 동강국제사진제 전반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물론 어디까지나 전시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주최 측에서는 캡션이나 레터링과 같은 부수적인 요소가 형편없이 구성될 경우 영향이 작품에도 미칠 있음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전시 전반에서 작품 배치를 흥미롭게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시들은 사진 액자들을 어떤 순서로 나열하는지에 대해서만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가지 하나인국제공모전 경우, 이를 굳이 야외 전시로 구성하면서 모든 작품들을 주최 측에서 임의로 제작한 전시대에 끼워 맞췄다.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가 포함되는 부분이자 넓게는 작품의 일부로서 작용하는 작품 사이즈나 프린트 방식과 같은 요소는 사실상 증발해 버렸다. 또한 이를 관객의 동선이나 시야에 대한 고려 없이 배치하면서 이들이 온전한작품으로 보여지기보다는 그저 커다란도판으로만 존재하게 한다. 결국 국제공모전은작품을 보여주는 이라는 전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마저 찾아볼 없는전시인듯 전시 아닌어떤 나열로만 존재한다.


주제의 실종, 기획의 부재

 

물론 동강국제사진제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전시에는 각각의 제목이 붙여져 있다. 하지만 이들 제목은 어떤 주제의식을 전달하기보다는 그저 형식상 붙여진 인상이 강하다. 그중에서도 이번 동강국제사진제의 주전시라 있는 주제전과 국제공모전의 경우 작품들이 특별한 형식이나 기준으로 묶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목은 전시의 주제나 방향성을 대표하고 참여 작가들이 선정된 기준을 엿볼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이런 측면에서 이번 동강국제사진제를 포괄하는 제목인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전시의 방향성이나 주제의식과 같은 요소가 엿보인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는 어떤 전시를 대표하는 문장이라고 보기엔 너무 추상적이고 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데다, 이를 부연할 설득력 있는 기획의도나 서문도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주제전 <인생은 아름다워 - 우연의 교집합 : 시간, 장소, 사람> 경우 부제는 주제목에 대한 부연설명을 한다기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의미를 확장하는 역할로만 작용한다. 의미를 흐려지게 하는 제목달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제전은 부분으로 나뉘어 각각거대한 불길, 모든 것을 휩쓸어내는’, ‘서늘한 바람,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이라는 소제목까지 붙어 제목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 기획의도나 주제를 더욱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결국 전시는주제전이라는 형식으로 주제목-부제-소제목까지 3단계에 걸쳐 제목을 갖고 있지만 정작 어디서도 명확한 주제나, 기획력을 찾아볼 없는 함량 미달의 인상만 남긴다.

주제전과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을 공유하는 국제공모전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작품 제작, 배치 문제와 더불어 전시된 작품들을 살펴보더라도 앞선 주제전의 문제처럼 공모 주제인인생은 아름다워 무엇을 의도한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불어 공모 기간이 보름여(15.4.20~5.5[각주:2])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결국 작가들은 주제와 크게 관계없이 기존의 작업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모 운영에 있어서도 최초에는 실내 전시로 계획돼 있던 전시를 야외로 옮겨 진행한 것이나 선정자 발표 역시 예정된 시점에서 열흘이나 지나 홈페이지에이메일로 개별통보하였습니다라고만 공지하는 운영에서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더욱이 국제공모전 참여작가 명인 박형렬 작가는 주최 측에게서 동강사진박물관 주차장을 활용하는 장소 특정적 작업을 제안 받고, 이를 개막식에 맞춰 설치까지 완료하였지만 주차장에 작품이 설치되었다는 공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설상가상으로 악천후까지 겹쳐 설치된 테이프는 떨어져 나가고 위로 천막이 설치되면서 대다수의 관객들은 그곳에 작품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상태로 개막식은 흘러가 버렸다. 이처럼 국제공모전은 이번 동강국제사진제가 내세운 새로운 시도이자메인 전시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날림으로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부끄러운 사례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시 내적인 부분에서의 문제점은 비단 주제전과 국제공모전에서만 노출된 것이 아니다. 보도사진가전 <지금, 여자, 사진> 경우, 참여 작가들이 현직 여성 사진기자라는 외적 기준 외에는 어떤 주제의식이나여성 사진가로서 갖는 특별한 시각을 찾아볼 없었고, 이는 공모를 통해 5인의 강원도 여성사진가를 선정하여 진행한 강원도사진가전 <저마다 다른 다섯 가지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이번 동강국제사진제 전반에서 드러나는 주제와 기획력의 실종 문제는 동강국제사진제를 대표하는 이미지인 포스터에서도 찾아볼 있다. 먼저 짚어볼 것은 전시를 대표하고 이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포스터에 그해 행사의제목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광주나 부산, 미디어시티 서울을 비롯한 다른 대형 전시의 경우, 항상 전시의 제목이 포스터에서 가장 부분을 차지하며 해당 전시의 대주제를 명확하게 던져준다. 그에 비해 이번 동강국제사진제 포스터를 보면14 동강국제사진제라는 이름과 행사 기간 외에 전시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전달하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동강국제사진제의 핵심인 주전시가 아닌 부대행사 하나인동강사진상수상자의 작품이 매년 메인포스터 이미지로 사용돼왔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동강국제사진제는 동강사진상 수상자를 위한 행사인가?” 라는 물음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수상자의 작품이 자체로서 작품성과 권위을 가질 있지만, 해의 동강국제사진제를 대표할 하나의 이미지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제의 실종, 각각의 전시 사이의 일관성 상실, 관람자를 위한 배려 부족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동강국제사진제는 관람객뿐만 아니라 전시에 참여한 작가에게도 작품과 작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실망스러운 기억으로 남을지 모른다. 운영위원회는 14회까지 이어왔다는 관성으로 어떻게든 치러내기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내년 행사를 준비해야 것이다.




국제공모전 <인생은 아름다워> 전시전경



보도사진가전 <지금여자사진전시전경


 

 박형렬, Mixed Parking Line, 테이프, 가변설치, 2015, 동강사진박물관 주차장


이번 작업은 주차장에 그려진 주차선을 중심으로 여러 색의 테이프를 기하학적 형태로 연결하거나 210×424cm 기존 주차공간에 흰색테이프로 새로 만든 다른 주차공간의 확장을 통해 주차장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일상공간이 낯설어지는 경험과 관점의 확장을 시도한다. <작가노트 발췌>  



  1. 동강사진박물관 맞은편에 위치한 ‘사진예술창작체험관’은 지난해 동강국제사진제 개막에 맞춰 준공됐다. 그러나 이번 사진제의 어떤 자료에서도 이곳의 명칭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본문으로]
  2. 국제공모전 공모 관련 공지는 동강국제사진제 공식 홈페이지에선 사라진 상태지만 김달진 미술연구소 홈페이지에는 관련 자료가 아직 남아 있다. (www.daljin.com/214/152077) [본문으로]
2016. 9. 26. 16:38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