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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주 ‘Exploration of Hwaseong’ 전시 전경(사진 이상재)


사실, 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거짓말의 거짓말 : 사진에 관하여>

토탈미술관, 15.4.23 - 6.21

포토닷 6월호

이기원


포토샵의 대중화 이후 사진이 거짓말을 있다는 이제 사진관에 증명사진을 찍으러 오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익히 알고 있는 상식이 돼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포토샵을 거치지 않은 사진만큼은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다. 덕분에 이런 지점을 노리는 어떤 사진은 조작의 과정을 거치고도 진실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어떤 사진은 포토샵을 쓰지 않고도 거짓의 조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해 가져야할 태도는 무엇일까?

 

토탈미술관의 2015 전시인 <거짓말의 거짓말 : 사진에 관하여>(기획 신보슬) 기획의도에서 밝히듯, 사진의 거짓말을 주제로 삼는다. 전시에 참여한 18명의 작가들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실과 거짓, 또는거짓같은 진실이나진실같은 거짓 이야기한다. 작품들은 사진과 이에 따라붙는 정보나 선입견 사이의 괴리를 건드리거나(노순택, 박진영, 하태범), 일상의 공간을 낯설게 보여주며(김도균, 정희승, 김태동), 사진을 무심코 지나치는 요소를 비틀기도 하고(백승우, 장보윤) 뻔뻔하게 들이미는 장난스런 역할놀이(황규태, 정연두, 윤병주)처럼 보이기도 하는 다채로운 작동방식을 선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전시는 마치 하나의 놀이공원처럼 작동한다. 관객은 각각의 작품 앞에 서서 /거짓을 판별하는진실게임 요구받는다. 이는 분명 흥미로운 체험이지만, 이미 전시의 제목에서부터거짓말이라는 키워드가 제시되다보니 이러한게임 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맹점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거짓말 대표되는 전시의 형식을 걷어내고 바라보면, 18 작가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전시장1층에서 서로 묘한 대치상황을 이루는 노순택, 박진영, 하태범의 사진은 다큐멘터리의 연장선상에서사진이 무엇을 말할 있는지에 대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노순택이 찍은 사진은 그저 뒤집힌 자동차의 모습만을 이야기하지만 이에 따라붙는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이 단서를 제공한다. 반면 박진영의 사진야구글러브카메라 그것이 한데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외에는 전혀 입을 열지 않지만, 동일본 대지진이 휩쓸고 자리라는 외부정보가 개입할 비로소 사진은 의미를 점유한다. 하태범의파키스탄 폭탄테러 경우, 얼핏 사진의 표면과 텍스트(제목)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얗게 탈색된 폐허 가운데 가지런히 놓인 슬리퍼가 이야기하는 것은 명확한 진실도, 거짓도 아닌 보도사진과 이를 소비하는 우리 자신을 향한 비판이다. 이처럼 사진의 바깥에서 개입하는 정보를 통해 사진의 입을 열게 하는 방식은 다른 결을 지닌 작품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김도균이 토탈미술관 전시장 곳곳을 촬영한‘w.ttm’ 시리즈는 각각의 작품들이 배치된 공간이 힌트가 되기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모호한 피사체의 정체를 고민하게 한다. 이같은 모호한 피사체는 정희승의 작업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은 그것이 어떤 장소에서 무엇을 찍은 것인지 호기심만 유발할 ,사실 이를 인지하더라도 작품의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 사진의 표면 자체로 작동하는 사진이기에 굳이 외부 정보를 알아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희승과 김도균의 작업 역시 출발점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작업들이 자신의 속내를 꽁꽁 숨겨놓은 사진이라면, 황규태와 정연두, 윤병주의 작품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열어둔 상태에서 장난치듯 뻔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 배치를 선보인 윤병주의 ‘Expoloration of Hwaseong’ 경기도 화성을 이와 동음이의어인 화성(Mars)으로 둔갑시키는새빨간거짓말을 통해 난개발로 얼룩진 경기도 화성의 실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작품만 놓고 보면 이는 그저화성(Mars)탐사인척했을 뿐이기에, 작가가 작품을 통해 어떤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거짓말은 그것에 속는 사람이 있어야 거짓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시는 사진이 관객을 속인다기보다, 관객이 사진에 자신의 선입견과 오해를 덧씌우면서 스스로 속아 넘어가고 /거짓을 규정짓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제 전시의 제목인거짓말의 거짓말이라는 표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사실거짓말에 대한 거짓말 진실이라 단정할 없다. 또한 거짓이라 확정할 수도 없다. 거짓의 대립항은 진실만이 아니라, 다른 거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거짓말의 거짓말이란 그야말로 없음 의미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지점에서 전시는 질문을 던진다.

어떤 사진이 의미하는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판단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어떤 사진을 보면 그것이 참인지 거짓(포토샵을 썼는지)인지부터 궁금해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생각해 봐야 점은, 사진은 진실도, 거짓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사진은 아무 말이 없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가 고민해봐야 하는 물음은사진이 거짓말을 하는가?’ 아니라, ‘사진이 스스로 말을 있는가?’이다.       



사진제공 : 토탈미술관



노순택 박진영 하태범 전시 전경(사진 이상재)

서로 묘한 대치상황을 이루며 배치된 노순택, 박진영, 하태범의 사진은 다큐멘터리의 연장선상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진이 무엇을 말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정희승, 끝나지 않은 문장 1 ( 개의 사진 액자), 2014, Archival pigment print, Wooden frame,100x61cm each-1, 2




김도균 장보윤 백승우 전시 전경(사진 이상재)


정연두 권오상 김도균 전시 전경(사진 김태동



김도균의
 작품들은 특정 공간을 점유하기 보다는 전시장 곳곳에 분산되어 배치돼 있다. 각각의 작품이 자리잡은 장소는 사진  공간이 지칭하는 곳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2016. 9. 26. 16:35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