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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철침묵과 낭만수정동, Gelatin Silver Print, 40.6x50.8cm, 2014


작품세계 2 위한 중간점검이자 예고편 : 이갑철 <침묵과 낭만>

고은사진미술관, 15.3.7 - 5.27

포토닷 4월호

이기원

 

발표된 어언 10년도 지났지만, 여전히충돌과 반동’(2002) 시리즈 작가 이갑철을 상징하는 작업이자, 지금의 이갑철을 있게 계기인 한편, 끊임없이 그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로 작용한다.

거리의 양키들’(1984), ‘Image of the City’(1986), ‘타인의 ’(1988) 같은 초기 작업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파고들던 작가는충돌과 반동 기점으로 우리의 전통문화와 정신세계로 관심의 방향을 조정한다. 소재를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갑철은 이전 작업과의 이질감 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는데 성공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2000년대 중반한국 사진의 전성기 싹을 틔우는 결정적 계기로도 작용했다고 있다.

 

하지만 강렬하게 빛난충돌과 반동 사진만큼이나 이후 그림자도 짙게 드리웠다. 이갑철이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선보인 <Energy->(2007) 전시의 작품은 신작이라기보다는충돌과 반동 이어진확장판같은 느낌으로 작동했고, 성과 역시충돌과 반동 흡수되었다. 작가는소포모어 징크스 의식한 탓인지, 이후 10여년간 이렇다할 작업을 내놓지 못하면서 그의 신작을 기다리는 관객의 기대만큼이나 작가 자신의 부담 역시 커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2015, 드디어 그의 새로운 사진이 고은사진미술관의 연례기획전부산참견錄 통해 공개됐다.



<침묵과 낭만>(3.7~5.27)이라는 전시 제목으로 꾸려진 이번 전시는 이갑철이 지난 1년간 부산을 배회하며 촬영한 사진들이 미묘한 맥락에 따라 벽면의 색을 달리해 배치되어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처음 마주하는 붉은 벽에는 일반적으로 가장 이갑철다운 사진이라 통용되는,흔들리고 흐트러진 사진들이 자리한다. 이는 결국 가장충돌과 반동스러운 사진이라 표현해도 무리가 없는데, 그렇기에 부분은 어쩌면 작가 자신이 힘을 주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라기보다는 관객이 기대하는전형적인이갑철 사진을 모아둔 것처럼 보인다.

붉은 색으로 둘러진 방을 넘어서면, 흰색과 회색 벽에 걸린 사진들을 만날 있다. 이는 전시 전체를 놓고 보면 붉은 벽의 사진들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곳에 이르러 작가는 비로소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부산의 풍경을 조심스레 내어놓는다.

 

굳이 비유하자면 붉은 벽의 사진들이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스러운 느낌이 묻어나는침묵 해당한다면 회색 벽에 배치된 사진들은 마틴 (Martin Parr) 화법을 연상시키지만 철저히 이갑철다운 방식으로낭만 이야기한다. 이는 흰벽의 공간에서도 이어진다. 작가가 부산의 곳곳을 배회하며 포착한 도시풍경은 얼핏 찍은 같이 보이지만 프레임 곳곳의 요소를 살펴보면, 비뚤어지고 흐트러진 구도 안에서 인물의 포즈를 집요하게 조합하고, 절묘하게 포착해 미묘한 위트와 익살을 드러낸다. 사진 인물들은 신체의 일부만 드러내거나, 실루엣 혹은 초점영역 바깥에 위치한 흐릿한 모습으로만 남아있지만 이들은 마치 양손저울의 균형을 맞추는 무게추처럼 위태로우면서도 조화롭게 풍경에 녹아들어 자리한다.

 

얼핏침묵과 낭만 부산을 소재로 다루면서 도시의 풍경에 집중했던 이갑철의 초기 작업과 닮아있는 듯하지만,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부산의 도시성은타인의 이나거리의 양키들작업과는 확연히 다른 구석-‘위트 묻어나는 장면구성-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그간 자신을 둘러싼 부담과 엄숙함을 덜어놓으려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이갑철의 신작 기다린 관객에게침묵과 낭만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질 있다. ‘충돌과 반동이후 전통문화와 정신을 묵직하게 다루는 것이 작가의 정체성처럼 굳어버린 탓에 살짝 무게를 덜어낸 사진들이 어색하게 보일 있고, 소재 면에서도 그가 다룬 도시의 풍경이 이갑철 자신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인지, ‘부산참견錄이라는 과제에 따라 도출된 것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이갑철의 신작이라는 기대와충돌과 반동이라는 선입견을 걷어내고 이번 전시를 바라보면 분명 유의미한 지점을 포착할 있다. 2014년에 촬영된 사진이지만 마치 1970~80년대 혹은 이전의 부산을 회상하게 하는 몇몇 작품들은부산에 참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기억과 직관을 조합한다. 이처럼 <침묵과 낭만> 전시는 작가 고유의 시각과 스타일을 충분히 유지하면서도 다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므로 이번 작업을 그의 신작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그의 새로운 방향성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예고편으로 보는 타당하다. 더군다나침묵과 낭만 (다른 시리즈의 작업기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고작 1 동안 찍은 사진인데다, 어디까지나부산참견錄이라는 전제가 따라붙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침묵을 깨고 발표한 이번 전시가이갑철 작품세계 2막을 여는 신호탄으로 자리하길 기대한다


*사진제공 고은사진미술관 




ⓒ이갑철, 침묵과 낭만, 부산역, Gelatin Silver Print, 40.6x50.8cm, 2014


ⓒ이갑철, 침묵과 낭만, 용두산공원, Gelatin Silver Print, 40.6x50.8cm, 2014


ⓒ이갑철, 침묵과 낭만, 황령산, Gelatin Silver Print, 40.6x50.8cm, 2014


ⓒ이갑철, 침묵과 낭만, 자갈치, Gelatin Silver Print, 40.6x50.8cm, 2014


2016. 9. 26. 16:33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