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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칸 깊게 담긴 삶의 고민

<박흥용 만화: 아래 운율, 위의 서사>

아르코미술관 / 5. 30 - 8. 3 

경향 아티클 2014년 7월호

글 이기원


만화의 매력 하나는, 화려한 화면 구성을 빠른 호흡으로 훑어 내려가며 휙휙 책장을 넘기는 바로 손맛이다. 하지만 이는 쉽고 부담 없이 즐길 있다는 측면에서 만화의 장점인 동시에, 만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한다. 이러한 통념은 일상생활 속에서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하는데, 우리가 문득 마주하는 허무맹랑하거나 유치한 상황에 대해 무심코 내뱉는만화 같다 표현이 이를 증명한다.


아르코미술관에서 5 30일부터 8 3일까지 열리고 있는 <박흥용 만화 : 아래 운율, 위의 서사>전을 통해 소개되는 작품들은 분명 만화의 형식으로 만들어졌지만만화 같이가벼운 것도, 허황된 것도 아니었다. 작가 특유의 운율감 있는 장면 구성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유려하게 흘러가지만, 담겨있는 내용은 술술 넘길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대 시대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적 정서로 풀어내어 깊이를 더한다. 이는 독자를 불편하게 하고, 생각에 빠지게 한다. 네모 여백은 단지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곳에는 끝을 없을 만큼 깊은 작가의 고민이 투영되어 있다.


전시장은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그의 데뷔작 <돌개바람>(1981) 비롯한 초기 단편들부터, 최근 출간 중인 <영년>(2013) 이르기까지 30 년을 지속해온 작업들이 시대별, 주제별로 정리되어 하나의 아카이브로서 작동하고 있다. 덕분에 전시는 평소 박흥용 작가의 작품을 관심 있게 보던 관객에겐 그의 만화세계 전반을 꼼꼼하게 되짚어 있는 자리가 되고, 그의 이름이 생소한 이들에게는 만화의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이자 새로운 예술적 체험의 자리가 된다.




+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어릴적부터 딱히 만화에 흥미가 없었던 나로써는만화라는 장르를 미술관으로 옮겨왔을 ,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다소 난감했다. 당연히박흥용이란 이름도 매우 생소했다.


전시를 보기 찾아본 자료에서 만화가 박흥용에 대한 서술 가장 인상깊었던 표현은만화가들의 만화가라는 문장이었고 전시를 보고 나서도 이만큼 그를 명확하게 묘사해주는 표현은 없다고 생각했다. 마치 만화의 '심화코스' 같은 느낌이랄까


그의 만화에는 특히 여백이 많은데, 이러한 공간은 시각적으로 보여줄 없는 것들을 이어주는 미묘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그래서 오히려 칸이라는 느낌보단 동양화에서의 여백과도 같이비어 있지만 한편 차있는인상을 받았다


만화는 기본적으로 소리도, 움직임도 없지만 그의 만화칸의 흐름을 타고 흘러가다 보면 마치 영화를 보는 매끄럽게 이어지는 미장센을 경험할 있다. 더욱이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한번 보고 넘기는 취미나 유희의 수단이 아닌,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지점을 만들어준다. 그렇기에 전시는 만화가의 아카이브로도 작동하지만 자체로도 하나의 완결성있는 예술적 활동의 산물로 남는다.


모든 만화가 이처럼 예술적 범주에서 논의될 없지만, 분명 어떤 만화는 미술관에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언급될 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만화같다 비아냥거림을 자주 사용하는 나로써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가졌던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 아르코미술관



경향 온라인판 기사 링크

2016. 9. 26. 16:15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