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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마로니에 공원에 정체성 심어주기

<마로니에 다방>, 마로니에 공원

14. 3. 22. - 4. 25

경향 아티클 2014년 4월호

글 이기원


 최근 서울의 명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라지고, 재탄생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겉으로는 매끈한 외양을 갖춰가지만 이를 통해 남은 것은 지금껏 명소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와 향기를 이어가기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남는다.

  

 대학로를 대표하는 공간 하나인 마로니에 공원 역시 2년간의 단장을 마치고 재개장했다. 말끔하게 정돈된 공원은 시민들의 새로운 안식처로 돌아왔지만, ‘마로니에 공원만의자유분방한 풍경을 즐겼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원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마로니에 다방> 3명의 시각예술가(박유미, 김동훈, 박하연) 5팀의 공연예술가들이 모여 지난 40 마로니에 공원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를 추억하고, 일반적인 공원이기보다는 '연극인들의 광장'으로써 작동했던 마로니에 공원의 '향기'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공원 편에 놓인 설치 작품은 프로젝트 기간 5 팀이 19회에 걸쳐 진행하는 공연을 위한 무대인 동시에, 붉은 벽돌로부터 과거 마로니에 공원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5 팀의 공연 역시 젊은 예술인으로서 가지는 고민과 갈등을 중심으로 가장 '마로니에 공원다운' 방식과 메시지를 담아 관객들에게 공간이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외에도 아르코 아카이브 센터에서는 프로젝트의 일환인 '다방 아카이브' 이어진다. 프로젝트 준비과정에서 만난 연극인들의 인터뷰와 공연 리허설 영상 등이 도서 자료와 함께 전시되며,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는 공연 영상이 상영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는 25, 다방의 영역을 공원 전체로 확장하는다방연회 끝으로 <마로니에 다방>프로젝트는 막을 내린다.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전시 덕분에 꽤나 오랫만에 대학로에 들렀다. 마지막으로 대학로에 갔을 때만 해도 공사장 가림막으로만 존재했던 마로니에 공원은 가림막을 걷어내고 새단장을 하여 매끈한 모습으로 주말 오후를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새로운 마로니에 공원 첫인상은 기존의 마로니에 공원 특유의 모습이기보단 광화문이나 청계천 광장과 같은 단지새로운 여가 공간 느낌이였다. <마로니에 다방> 기획의도 역시 이러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사에도 짧게 언급했지만, 마로니에 공원 아니라 최근 몇년 동안 서울은 외양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서울 곳곳의 명소들은 (의도했던 하지 않았건) 사라지고, 재구성되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겪고 있다. 변화를 겪은 대부분의 명소들은대체로' 이전에 장소가 가지고 있던 특유의 향기와 느낌을 잃어버린듯 하다. 돌아온 청계천은 억지로 흘러가는 것만 같고, 일명쓰나미 불리는 서울시 신청사는 그대로 구청사를 덮치려는 듯이 위태로운 모습이며, DDP 외계에서 UFO 동대문 운동장을 삼켜버린 것만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어떤 장소의 매끈하고 세련된 외양은 돈으로 있지만, 역사와 추억이 깃들어 있는그곳만의 향기 돈으로도 없고, 마냥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2014, 서울은 마치 딱히 정확한 컨셉없이 온갖 포토샵 기술을 동원하여 아름답게만 꾸며진 광고 사진을 보는 같다. 누구나 매끈한 이미지 모델이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한없이 아름답고, 친절하며, 착해 보이는 것이 진실과 연결되지 않는 다는걸 알듯, 꾸며지고 다듬어진 표면 아래 서울의진짜'모습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2016. 9. 26. 16:13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