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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기 

임연진, < 안에 고래가 있다>

코너아트스페이스 / 2014. 1. 11 - 2. 1


아티클 2014년 2월호 

글 이기원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방문을 열었는데, 커다란 코끼리가 누워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 일단 멈춰 서거나, 아예 문을 다시 닫을 것이다. 이처럼 누구나 알고 있는 커다란 문제에 대해 딱히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어 이를 처리할 엄두조차 나지 않거나, 혹은 그것이 두렵게 느껴져 애써 모른척하는 상황을 빗대어 영미권에서는 안의 코끼리(an elephant in the room)’ 표현을 사용한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해온 임연진 작가는 이러한 관용어에서 차용한 < 안에 고래가 있다>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선보였다. 전시는 작가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펭귄, 범고래, 유니콘-기린( 달린 기린) 담은 회화 작품을 비롯해, 범고래의 울음소리와 환경 문제를 다룬 통계자료가 흘러나오는 사운드 작업, 실제 크기로 제작된 범고래 지느러미가 전시장 한가운데 설치되었다.


작품 범고래들은 어린이 동화의 장면 같은 친숙한 모습으로 펭귄과 노닐고 있다. 그러나 범고래의 영문 이름이 ‘killer whale’이란 것에서 유추할 있듯 범고래는 펭귄은 물론이고 상어를 잡아먹기도 하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이다. 이런 맥락에서 범고래의 친근한 모습 이면에 자리한 낯선 진실은 우리의 삶을 잠식하는 현대사회의 권력구조와 상당 부분 닮아있다. 이러한 부조화는 전시장의 고래 지느러미로 치환되어 그대로 안의 코끼리 작용하는 한편, 지느러미마저도 커다란 고래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통해 전시는 우리 사회에서 왜곡되고 숨겨져 불편한 진실 대해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물음을 던진다


+ 그리고 다한 이야기


' 안의 코끼리라는 관용어는 서양 문화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낯선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역시 그러했다. 전시 서문을 읽고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야 온전히 내용을 이해할 있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서 작품을 보았을 ,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지만 전시장을 빠져나온 한참 후에야 차츰 의미와 의도에 대해 곱씹어 있었다


작품의 표면은 어린이 동화처럼 알록달록하며 귀여운 형태를 가지지만, 범고래가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원래 온순한 성격을 지녀서가 아니라 그들이 인간을 이길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복종할 정도의 지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조금 섬뜩하다


이런 구조는 현대사회의 권력이 국민들을 다루는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 더이상 권력은 그들의 힘을 대놓고 보여주기보단 언론을 비롯한 광고등의 각종 매체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 서서히 우리의 삶을 잠식해가는 방법을 택한다. 그렇기에 피지배자(국민)들이 이러한 권력의 음모(?) 깨닫게 되더라도 그것은 이미 개개인의 삶에 너무나 뿌리깊게 파고들어 도저히 이를 배제하거나 축출할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우리가 스마트폰과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없는 것처럼). 만약 이러한 구조를 눈치챈다 하더라도 이는 전시장 바닥의 고래 지느러미처럼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부분이다. 전시장에서 고래 지느러미가 차지하는 부피도 상당한데 이면에 숨은 범고래의 몸통을 끄집어낸다면 아마 건물 전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안의 고래 안의 코끼리보다 난처하고 무시무시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고래를 방에서 끄집어내 실체를 드러낼 있을까?





2016. 9. 26. 16:09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