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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애니 레보비츠가 찍은 수전 손택


'블록버스터 사진전' 틀에 갇힌 애니 레보비츠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글 이기원


 몇 년 전부터, 시립미술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주로 열리는 대형 상업 전시, 소위블록버스터 전시 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한 국내 인기 회화 전시들이 인상파 시기에만 머무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나 보도, 패션 사진의 범주로만 편중되고 있다. 2008 매그넘전을 필두로 델피르와 친구들, 퓰리쳐상, 내셔널 지오그라피, 카쉬에서 최근의 라이프지 사진전,  필립 할스만의점핑 위드 러브 굵직굵직한 사진전시들은 장르적으로도 비슷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작가 자체보다 사진(작품) 유명한 아이러니가 두드러진다. 다시말해 이런 전시에서 작가가 얼마나 의미있는가보다는 사진 자체의 유명세나, 사진 인물(피사체) 인지도가 전시 흥행과 홍보에 영향력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번 애니 레보비츠 전시 역시 위에서 설명한 우리나라의 대형 상업 사진전의 속성을 답습한다.


 물론 이런 대형 전시들은 맥락에서 '예술의 대중화' 기여한다. 사람들이 유원지나 쇼핑몰을 찾는 것처럼 쉽고 편하게 전시장을 자주 찾고 즐긴다면 이는 분명 문화예술계 전반에 긍정적인 역할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전시의 질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보다 어떻게 작가와 사진을 더욱 신화화시켜 많은 사람을 불러모을까 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정작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경우에도 부제인살아있는 전설과 만나다에서 있듯 애니 레보비츠는 숭고한 영웅과도 같은 전설로 신화화된다. 물론 그녀는 대접 받을만한검증된사진가이지만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라는 부제가 껍데기만 남은 허울처럼 느껴질 정도로 어떻게 그녀가 전설이 되었고, 그녀의 사진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마치 부제의전설 지칭하는 것이 애니 레보비츠가 아니라 그녀의 사진 유명인들을 뜻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정도로.  

 

 이러한 의문은 전시 설명 프로그램(도슨트) 들어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설명이 작품이나 작가 자체의 대한 것이 아니라 작품 인물에 대한 이야기, 촬영당시 있었던 자잘한 에피소드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도대체 데미 무어의 임신 누드 사진에서 당시 남편이 브루스 윌리스냐 애쉬튼 커쳐냐 하는 것이 작품 이해와 무슨 연관이란 말인가? 정작 전시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수전 손택을 담은 사진들에 대해 결정적인 설명이 있는 요소인 수전 손택과 애니 레보비츠의 연인관계에 대해서 단지 '동반자' 에둘러 서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데이트 코스나 가족 나들이 목적으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뜬구름잡는 예술 이야기보다는 연예면 가십거리같은 이야기가 훨씬 쉽고 흥미롭게 다가오겠지만 이러한 뒷이야기들은 작품에 대한 파편적인 배경지식일뿐,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설명' 아니다. 이는 마치 ' 사진에 대해 모르니 대충 이정도만 알아두고 넘어가 같은 느낌이다.


 이처럼 전시가 작품자체보다는 유명인 피사체와 같이 겉으로 보여지는 요소에 집중하는 것은 회화와 다른 사진의 특성과도 연관이 깊다. 회화를 감상할때 관객은 자신이 작품으로부터 받은 느낌을 먼저 이야기하지만 사진을 볼땐 철저하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의 범위 안에서 보이는 것을 먼저 읽어낸 감상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사진 인물이 누구이며, 그들이 작가와 어떤 관계에 있었는가와 같은 사소한 뒷이야기만으로도 관객은 작품을 이해했다고 느낀다. 전시측 입장에서는 가장 쉽고 편한 전시설명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굳이 애니 레보비츠가 찍은 작품이 아니라 사진 인물이 나온 다른 어떤 사진에도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관객은 사진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단지 피사체를 이해한 것이 된다


  전시와 같은 대형 사진전시가 단계 나아가기 위해서는 마냥 관객의 수준 향상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좀더 친절하게작품을 보는 방법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정규교육제도에는예술 작품 감상법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 작품의 뒷이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는것에서부터 시작된다.      

   

2016. 9. 26. 16:07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