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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기억의 교차점 


박지혜 <부재하는 감각들> 
송은아트큐브 / 10. 28-11. 27


경향 아티클 2013년 12월호

글 이기원



영상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꾸준히 활동해 작가 박지혜의 국내 개인전 <부재하는 감각들> 송은아트큐브에서 열렸다. 그녀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이 지닌 양면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며 올해 35회째를 맞은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기존 작업<The Impure Vacuum, 2012> 최근작 <Labyrinthos, 2013> 선보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4개의 화면을 통해 전시되는 <The Impure Vacuum> 남성과 여성이 오르골 인형처럼 움직이며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착과 구속이 뒤섞인 모습으로 변화한다. 여성은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느끼는 모호한 표정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의 다른 양태를 보여준다. 독일동화피리부는 사나이에서 영감을 받은 2채널 영상 작품 <Labyrinthos> 기묘한 몸짓을 하며 피리를 부는 남자와 뒤편 대형스크린에 펼쳐진 명의 소녀들의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없이 순수해 보이는 소녀들은 남자의 피리 소리에 이끌리면서도 걱정이 담긴 눈빛을 띠고, 피리 소리는 고요하다가도 격정적으로 변주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작품들은 상영 시간 내내 무슨 일이 벌어질 같은 께름한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정작 영상의 끝에 도달할 때까지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보는 내내 관람자를 불안감으로 내모는 것은 영상 자체에서 오는 반응이기보단 무의식적으로 관람자가 자신의 기억 속의 어떤 사건을 영상과 결부시키면서 비롯된다. ‘부재하는 감각들 바로 이런 지점을 파고든다.



+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현대미술의 특징 하나가 ‘난해함이라 정의될 정도로 현대미술 작품들은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다. 도무지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 건지 단박에 알아차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바로 이해될 있는 작품들은 너무나 진부한 얘기를 하거나, 현대미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지혜 작가의 <부재하는 감각들>역시 관객에게 친절한 전시는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으스스하다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영상은 너무나 말끔하고 아름답지만, 컴컴한 전시장과 묘한 선율의 피리소리까지 합쳐져 작품을 바라보면, 결코 아름답다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지점에서 ‘아름다움 대해 고민하게 된다. 매끈한 영상과 이를 감싸는 을씨년스런 분위기는 결코 추하다고는 말할 없지만 그렇다고 아름답다라고 단언할 없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어떤 ‘불안 대한 논의로 넘어간다


 스크린을 통해 비춰지는 영상에선 한없이 불안감이 고조되지만 정작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관람자는 영상이 흘러갈수록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게다가 불안감은 영상이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 그렇다면 과연 불안감의 정체는 뭘까? 이는 결국 관람자 자신에게서 오는 감정이다. 영화나 드라마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가 수없이 접했던위기’, ‘공포’, ‘불안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현실에서의 어떤 사건과는 다르다.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훨씬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기의 순간이나 어떤 사건이 시작될 불안감이 피어나는 것은 으스스한 배경 음악이나 분위기 때문이 아니다. 현실의 비극은 어떤 힌트도 없고, 복선도 없이 조용히 다가와 우리를 덮친다. 없는 미묘한 감정만이 비극을 예고할 뿐이다. 결국 ‘부재하는 감각들 우리가 실제로 겪어보지 못했지만 간접적으로 보고 느꼈던 바로 지점에서 조용히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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