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이웃’의 의미
<낭만적 이웃>
갤러리 버튼 / 9.1-9.28
경향 아티클 2013년 10월호
글 이기원
현대인은 스마트폰 속의 누군가와는 손가락 하나로 쉽게 친구를 맺지만, 정작 자신과 붙어서 생활하는 이웃과는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것조차 꺼린다. 이렇게 이웃의 개념이 시끄럽고 거슬리며 심지어는 두렵기까지 한 타인으로 변화한 요즘, <낭만적 이웃>이라는 다소 낯선 조합의 제목을 내건 전시가 갤러리 버튼에서 열렸다.
한 사내의 전신사진과 그를 위해 제작된 의자로 구성된 정찬일의 <키162cm, 배나온마흔두살남자가허리를펴고앉는의자>는 과연 현대인들에게 주어진 것들이 진정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전선에 앉은 참새를 인간으로 치환한 사진작업 <전선 위의 참새>와 도시 곳곳에서 하염없이 흐느적거리는 바람인형을 주제로 한 영상 <스카이댄서>를 선보인 전수현은 거리의 참새나 바람인형을 보듯 타인을 대하는 현대인의 실태를 풍자하며, ‘나’와 ‘너’를 겹쳐 인쇄한 문승영의 <품는 글자>는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기억에서 비롯된 송문갑의 <이웃>시리즈와 베트남 출신 작가 판 끄엉(Phan Quang)이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하미마을 학살 사건’의 생존자와 그 자손들을 사진으로 담은 작업 <Mo>, <Tuong>은 어떤 사건의 주체도, 객체도 아니지만 엄연히 그곳에 놓인 목격자 혹은 방관자로서의 이웃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각기 다른 5인의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소외되어 온 ‘낭만적 이웃’이 특정한 누군가만의 입장이 아니라, 우리 누구라도 놓일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부제인 ‘Who is your neighbor?’라는 물음으로 축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