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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언어로 부리는 '아날로그의 마법


빛으로 사진 - Tracing Light

아산정책연구원 갤러리 / 4.19-5.31


경향 아티클 2013년 5월호

이기원


디지털이라는 문명의 급류는 모든 매체를 스마트폰과 컴퓨터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다특히 디지털카메라와 포토샵의 등장 이후 사진은 어떤 매체보다 빠르게 녹아들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어떤 작가들은 필름으로 찍었다는 사실만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닻미술관의 외부기획으로 꾸려져 아산정책연구원 갤러리공간에서 열린 <빛으로 사진>전은 사진 초창기의 현상법을 탐구하고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4명의 사진가를 소개한다. 참여 작가인 린다 코너(Linda Connor) 암실의 인공광 대신 태양광으로 노광을 주는 프린팅 아웃 페이퍼(Printing-Out Paper) 대지의 빛을 담았고, 클리아 맥키나(Klea McKenna) 핀홀 카메라 안팎에 맺힌 자연풍경을 포토그램과 혼합하여 펼쳐낸 작품을 선보였다. 사진이 처음 발명된 19세기에 널리 쓰였던 콜로디온 습판법(Wet-Collodion Plate)으로 작업하는 닉슨(Ben Nixon) 대륙의 경관을 느릿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크리스 맥카우(Chris McCaw) 돋보기로 종이에 불을 붙이듯 필름 대신 인화지를 사용한 초대형 카메라로 태양빛을 모아 사진을 태운 <Sunburned>연작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오래된 프로세스를 적극 활용한 명의 작가들을 통해 사진의 뿌리를 재조명하고, 매체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기법적인 측면 외에 명확한 공통분모가 없는 작가를 나열한 것이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또한 작업방식의 희소성만 앞세워 정작 각각의 사진들이 품고 있는 메시지가 가려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전시는 틀에서는 올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4인의 사진들을 엮어낸 것인데, 작품 정보는 옆에 붙여두지 않고 A4한장에 갈무리해 쓰여 있었다. 개인전도 아니고 4명의 사진가가 다른 방식으로 현상, 인화했지만 소재는 모두 서부의 자연을 담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시 외적으로도 관람자에게 친절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의 결정적인 불만은, 과연 쉽게 접근하기 힘든 옛날의 방식을 택했다고 해서 자체만으로 예술적인 의미를 찾을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기획자의 전시 서문은 마치 4 작가들의 쌓아온 권위와 경력 그리고 올드 프로세스의 희소성으로 말미암아 관람자들은 이에 경도되어야 한다는 지시문 같았다. 잊혀져 가는 옛날의 방식을 이용하여 다시 세상에 알리는 것은 뜻깊은 활동이나 이것은 예술가의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4인을 곳에 모아 전시를 했다는 것은 결국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들이 각자 어떤 의도나 메시지를 가졌느냐보다 작업 방식을 우선순위에 두었다는 의미인데, 이는 한편으로는 특정 필름 카메라만 사용하는 어떤 동호회의 단체전과 같은 맥락으로 느껴진다.

2016. 8. 22. 14:10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