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본 전시들 - 2015년 10월
*리뷰라기 보다는 감상평에 가까운, 한 달동안 봤던 전시에 대한 매우 짧은 관람후기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5> + 아르나우트 믹 <평행성>, 아트선재센터, 8.29 - 11.29
철원 동송에 이어 아트선재센터로 옮겨온 이번 전시는 꽤 넓은 아트선재센터의 공간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빼곡히 작품들이 들어찼다. 특히 1층의 공간은 정말이지 작품을 ‘구겨넣었’다는 표현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데, 각기 다른 작가의 영상 작품이 한 공간에 위아래로 설치된 모습은 관객에게도 고역이였지만 해당 작가 입장에서는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전시와 함께 진행된 아르나우트 믹의 <평행성>은 2층 전시장 전체를 점유하면서 상대적으로 공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또한 전시 맥락상으로도 <평생성>은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에 포함된 것도, 개별적인 것도 아닌 애매한 지점에 놓이면서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의 흐름을 뚝 끊어버렸다.
<뉴로맨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9.22 - 16.1.24
한국-호주 국제교류전으로 열린 미디어 아트 전시. <뉴로맨스>가 진행되는 서울관 6전시실은 매번 미디어 아트 위주의 전시가 열리는데, 6전시실 특유의 답답한 동선(입구과 출구가 같은) 때문인지,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주로 선보이기 때문인지 매번 열리는 전시들이 비슷비슷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더군다나 이번 전시는 ‘한-호 교류전’이라는 전제가 깔리면서 전시의 맥락을 더욱 가늠하기 어려웠다. 몇몇 흥미로운 작품들이 있었지만 그 자체로 생경한 느낌 외에는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
2015 청주공예비엔날레 <확장과 공존>, 9.16 - 10.25
인터뷰차 청주에 갔다가 겸사겸사 둘러봤다. 여타 소규모(?) 비엔날레와 비교했을때, 전시 완성도도 높고 비엔날레가 열리는 옛 연초제조창 건물이 무척 매력적이라 흥미로웠다. 더욱이 ‘공예’라는 장르의 특성상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계층의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살롱 2015>, 커먼센터, 10.7 - 10.25
커먼센터의 2014년 개관전 <오늘의 살롱>의 ‘2탄'격인 전시. 작년과 다르게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작품 판매가 이뤄지는 아트페어로도 작동했다. 내게 회화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지만 어렴풋이 요즘의 경향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작품 수가 엄청나게 많은데 그 캡션을 리플렛을 통해서만 확인해야 해서 끊임없이 리플렛과 작품 위치를 대조하느라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고 나올 때쯤엔 어질어질했다. 물론 커먼센터의 공간의 특성상, 작품 옆에 캡션을 다는 것이 썩 어울리진 않지만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내년계획:System Planning>, KT&G 상상마당 갤러리, 10.8 - 11.8
상상마당에서 몇 년만에 선보이는 기획전. 가상의 작가의 개인전을 예고하고, 상상마당에 이력서를 제출하는 (사실상 가상적인) 작업 등을 통해 미술계 ‘시스템’을 짚어본다. ‘가상을 상정하는’ 이번 전시에서 오히려 가장 흥미로웠던 건, 벽면에 쓰여진 실제 ‘내년 상상마당 일정표’였던 것 같다. 기획의도나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유의미했으나 각각의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도, 개별적으로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아쉬웠다.
상명대 사진과 졸업전시 <and>,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10.13 - 10.19
비단 이 전시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진학과 졸업전시들은 좀처럼 전시제목이 '한 단어(그것도 영어단어)’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는 졸업전시의 ‘기획의도’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다시말해 학교 바깥의 사람들에게 이를 보러가고 싶은 기대감을 전혀 심어주지 못한다. 결국 ‘내수용’ 전시로만 존재하는데, 이것이 인사동에서 숱하게 열리는 사진 동호회 회원전이나 아카데미 수료전과 형식 상으로 무엇이 다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상명대 졸업전시 역시 기존 ‘사진학과 졸업전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각각의 작품들 역시 여느 졸업전시에서 매번 봤던 것 같은 작품들로 구성돼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 점이 특히 안타깝다.
<굿-즈>,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10.14 - 10.18
<굿-즈> 리뷰는 따로 남겼다.
안종현 <통로>, 송은아트큐브, 9.11 - 10.28
종로와 종묘 주변의 밤 풍경을 담은 ‘통로’ 시리즈를 결산(?)하는 개인전. 작업 자체와는 별개로 송은아트큐브의 전시장 구성에서 전시 제목과 날짜 표기를 벽면 레터링이 아닌 벽면에 매립한 TV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매번 불만이긴 했는데, 유독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졌다. 인사동처럼 일주일 단위로 전시가 진행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액정화면을 통해 전시제목을 확인해야하는 것도 그마저도 정말 성의없는 디자인과 폰트로 구성됐다는 점은 개선될 사항이라 생각한다. 전시 제목에 디자인적 요소가 포함되고 이를 응용하면 간접적으로 전시나 작업의 의도를 암시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모든 걸 무시해버리는 느낌.
<Platform B>, 아마도 예술공간, 10.12 - 11.8
동시대 예술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책’이라는 플랫폼을 다루는 기획전. 지상 층에서 UPSETPRESS의 가상 도록과 지희킴의 ‘아티스트 가이드 맵’은 동시대 예술이 책으로 치환되는 과정과 그 자체로 갖는 작품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지점에서 유의미했으나 지하 공간은 다소 모호한 인상이 강해 이를 기획/제작한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의미와 달리, 관객 입장에게는 다분히 ‘안알랴줌’스러운 요소가 많았다. 사실 이는 유능사가 기획한 <청춘과 잉여>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기도 했는데, 상대적으로 각각의 참여 작가가 갖는 힘이 강해 그나마 이를 유추할 수라도 있었던 <청춘과 잉여>와 달리, <Platform B>는 작품마저 뒤로 빠지면서 도무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도도함만 남았다.
차미혜 <가득, 빈, 유영>, 케이크갤러리, 10.8 - 10.31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는 최근 젊은 작가들의 ‘희미한 경향성’으로 보는, 근대 유산(혹은 부산물)들을 탐구하는 작업의 맥락에 연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작가는 광장시장 근처에 존재했던 ‘바다극장’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폐관됐지만 물리적으로는 남아있는 바다극장과 그곳을 여전히 관리하는 ‘김 과장’의 존재는 퍽 흥미롭다. 다만 영상 작업에 비해 사진 작업들이 마치 부속 장식품(??)처럼 존재해, 극단적으로는 사진 작업이 전시장에서 빠져도 전시의 맥락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느껴진 점은 아쉬었다.
노기훈 <Mise-en-Scene>, 지금여기, 10.23 - 11.15
포토닷 12월호에 실었다. 곧 이곳에도 올릴 예정.
최초 업로드 : 2015/11/29 20: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