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로딩중입니다.
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한 달간 본 전시들 - 2015년 4월
*리뷰라기 보다는 감상평에 가까운, 한 달동안 봤던 전시에 대한 매우 짧은 관람후기




<지금여기, 장님 코끼리 만지듯>, 지금여기, 15.3.31 - 4.30 

창신동의 전시공간 `지금여기`의 개관전, 최근 여러 곳에서 생겨나는 변두리 전시공간들과 달리 내부를 나름 말끔하게 정리한 덕택에, 공간 자체의 힘이 작품까지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여 사진매체에 특성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사실 평면 형태인 사진을 전시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였다. 전시는 공간의 이름처럼 '지금, 여기'에서 사진을 다루는 젊은 작가들을 두루 접할 수 있었고,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배치 역시 유연하게 짜여져 흥미로웠다. 특히 이의록 작가의 <저것 일 수 있었던 다름 아닌 이것>의 작품배치가 무척 신선했다.


<유철수의 좋은 프린트>, 램프랩, 15.3.28 - 5.11

'프린트 마스터'라 불리는 유철수의 아날로그 프린트를 선보이는 독특한 형식의 전시. 작가와 작품이 아닌, 프린트에 중심을 둔 전시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사진매체만이 해낼 수 있었던 전시. 특히 전시장 한켠에 같은 사진을 농도와 콘트라스트별로 배열하여 흑백사진의 미묘한 톤을 직접 비교하고 느낄 수 있었고 다양한 인화지 재질을 직접 만져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권도연 <고고학-The Art of Shovel>, 상상마당 갤러리, 15.3.26 - 4.22 

2014 스코프 최종작가로 선정된 권도연 작가의 개인전, 어디선가 발굴되어 얼핏 형체를 알 수 없는 작품 속 물체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과 이를 하나의 작업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전시장 한켠에 놓인 삽이 흥미로웠는데, 이를 확장시켜 사진+오브제를 병치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다음 작업은 무엇이 나올지 특히 기대되는 작가.



<거짓말의 거짓말 - 사진에 관하여>, 토탈미술관, 15.4.23 - 6.21 

18명의 작가 리스트만으로도 큰 기대를 했었던 전시, `거짓말의 거짓말`이라는 주제에 맞게 세심하게 선정된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진의 거짓말들을 폭로한다. 한편으로는 2010년 전후의 한국 현대사진을 결산하는 전시로 작동한다. 정연두 작가의 <Drive in Theater>가 매우 재미있고, 윤병주 작가의 <화성> 작업의 디스플레이도 흥미롭다. 다만 아무래도 작가 수가 많다보니 몇몇 작품은 존재감이 희미하다.



<막후극>, 인사미술공간, 15.3.27 - 5.1 

딱히 설득력있는 이유는 댈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바로 직전 전시인 <아무도 모른다>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공간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작품의 인상이 겹쳐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기획의도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실제 전시가 꾸려진 모습과 조금 괴리가 있는 것 같았다.  



<세 개의 방 - 홍순태 서울사진아카이브>, 서울역사박물관, 15.2.27 - 5.17 

최근 유행(?)하는 아카이브 전시의 가장 나쁜 예. 홍순태라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아카이브 전시라기 보다는 그저 자료로써의 서울사진을 보여주는 느낌. 기증받은 사진 자체를 인화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처구니없는 문제들이 드러났다. 자세한 리뷰는 포토닷 5월호에 실렸다.



 <빈 방>, 류가헌, 15.4.7 - 4.19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던 전시, 주인 잃은 빈 방의 사진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양한 층위의 사진들 중 가장 잔인하고 바라보기 힘든 것이었다. 영정사진이 될 수 없었던, 되지 말았어야 할 사진들이 영정사진이 되어버린 비극적이고 야속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실 이를 요청했어야 할 유가족과 또 이를 촬영했을 사진가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이에대해 글을 끄적거린다는 것 자체부터 죄책감이 든다.



이재용 <기억의 시선>, 스페이스22, 15.4.27-5.14 

정미소 시리즈에 이어 <기억의 시선>이라는 커다란 줄기에 자리하는 바다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전시,  정미소 시리즈가 개념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설득력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바다 시리즈는 시각적 요소보다는 작가가 그간 이어온 `기억`이라는 소재에 좀더 파고든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포토닷 5월호 `New Portfolio` 코너로 인터뷰를 실었다.



<그림/그림자>, 플라토미술관, 15.3.19 - 6.7 

주로 사진에 대해 써온 내게 회화만을 다루는 이 전시는 `사진 이후의 회화`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어떤 측면에선 사진보다 더 사진처럼 보이는 조세핀 할보슨과 세르반 사부의 작업이나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리송송, 박진아의 작품들에 있어서는 사진의 탄생과 대중화 이후 '회화'라는 장르가 가진 영역이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하지만 전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각 작가의 작품에 좀더 무게가 쏠려 특별히 기획력이 돋보이진 않는다.



<기억의 공간, 공간의 기억>, 광화랑, 15.4.22 - 4.28 

일주일간의 다소 짧은 전시기간이 너무나 아쉬웠던 전시, 전시는 사진아카이브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지역아카이브`의 첫 번째 공간인 종로구 운니동 일대(익선동, 돈의동, 낙원동, 봉익동, 권농동, 묘동, 와룡동, 경운동, 훈정동 등)를 차분하고 꼼꼼하게 기록한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그저 시각적으로 보이는 오래된 길거리의 모습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남아있는 상점, 공방들을 비롯한 공간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면서 그간 선보여온 어떤 지역 아카이브보다 심도깊게 공간을 기록했다. 앞으로 이어질 프로젝트 역시 무척 기대된다.


최초 업로드 날짜 : 2015/05/05 22:15 


2016. 9. 26. 16:33  ·  review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