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로딩중입니다.
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변두리 사진 보고서> 제13호

*변두리 사진 보고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진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작동하는지에 대해 다루는 연재물입니다.


우리는 이미지로 소통할 수 있을까

부유하는 이미지, 짤방에 관하여 (1)

포토닷 2016년 4월호

글 이기원

 

지난 2 29, 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5번의 도전 끝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유독 오스카와는 인연이 없어 오스카만 빼고 다 가진 남자라 불리던 디카프리오였기에, 시상식 전부터 SNS상에서는 수많은 놀림(?)과 짓궃은 짤방이 오고갔다. 결국 그가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상을 축하하며 이를 풍자하는 이미지를 타임라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팽이가 하염없이 돌고 있는 움짤[각주:1]이었다. 이는 그가 출연했던 영화 인셉션’(2010)의 한 장면으로,그 팽이는 주인공 코브(디카프리오 분)의 부인인맬(마리옹 꼬띠아르 분) 토템으로 자신이 꿈 속에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 확인하는 도구(팽이는 꿈 속에 있을 땐 멈추지 않고 계속 회전한다)로 등장한다. 이런 이유로 디카프리오의 오스카 수상 소식에 팽이 움짤을 올리는 것은 그에게 오스카 수상이 꿈이 아닌지 확인해보라는 장난스런 축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사실 ‘팽이움짤은 이미 예전부터 널리 쓰여온 스테디 셀러 짤방 중 하나지만, 이번에는 오스카와 관련한 디카프리오의 상황이 더해지면서 그 재미가 배가됐다. 물론 이 짤방의 의미 혹은 짤방이라는 개념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이들에겐 앞선 이야기는 마치 특정 집단에서만 통용되는 은어나 암호처럼 느껴질것이다. 하지만 이런 맥락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 짤방은 지금까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사진 한 장으로 압축해 보여주는 직관적인 표현도구로 남는다.

 

짤방의 작은 역사

짤방은 일반적으로 온라인 공간을 떠도는모든 이미지를 지칭하는 단어로 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는 최근 TV 프로그램을 통해 짤린 방송’(토막 영상)을 부르는 말로 쓰이기도 했으나 본디 짤방은 짤림 방지의 줄임말로 2000년대 초 인터넷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DCinside, 아래 디시)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의 디시는 세분화된 갤러리를 통해 거의 모든분야를 다루는 대형 커뮤니티로 알려져 있지만, 디시인사이드의 ‘DC’는 디지털 카메라의 약자로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로 탄생했다. 덕분에 디시에서 유저들이 활동할수 있는 공간은 게시판이 아닌 갤러리로 명명되었으며 지금과 같은 세분화된 주제별 갤러리가 아닌 카메라 기종별, 사진주제별(풍경,인물 등) 갤러리로 구성돼 있었다. 이런 이유로 디시에서는 갤러리에 게시물을 올릴 때 사진을 첨부하지 않으면 관리자에 의해 게시물이 잘리는(삭제) 조항이 존재했다. 이에 유저들이 게시물 삭제를 막기 위해 올린 이미지(글 내용이나 갤러리 성격과 관련이 있건 없건) 짤림 방지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것이 지금의 짤방 또는 로 이어져왔다. 이후 디시인사이드는 유저가 짤방을 올리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임의 지정된 이미지가 올라가는 자동짤방 기능을 도입하면서 짤방의 태생적 기능은 사실상 소멸됐지만, 온라인에 존재하는 이미지로서의 짤방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확장하며 동시대 이미지 언어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다뤘듯 애초에 짤방의 목적은 말 그대로 잘림 방지였기 때문에 유저들은 해당 이미지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나, 2002년이후 이른바 아햏햏[각주:2] 코드의 유행으로 개벽이, 개죽이,영화 취화선의 장승업, 국내에서 뚫훍송으로유명해진 달러 멘디 등의합성-필수요소’(아래 합필)가 널리 사용되면서 짤방은 웃긴 합성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이후 싱하형’(이소룡), 심영(야인시대) 등의합필들이 등장하며 짤방은 비단 사진이나 그림 이미지에만 국한되는것이 아닌 영상, 음원의 영역으로도 확장됐다. 이는 대중에게 당대 신조어인 UCC(User Created Contents)의 일종으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이런 짤방은 2008~2009년 전성기를 맞이한다. 2008년 여름빙과류 빠삐코 CM송과 영화 좋은놈나쁜놈 이상한놈(아래 놈놈놈)’(2008) OST를 교차편집한 빠삐놈이 등장해 이른바 빠삐놈 열풍[각주:3]을 일으켰다. 당시 빠삐코 제조사인 롯데삼강은 생산량을 예정보다 30~40% 올리고 중단했던 과거 CF를 재방영했으며, ‘빠삐놈의 패러디 버전에 합성됐던 가수 구준엽과 전진은 직접 나서 새로운 리믹스 버전과 뮤직비디오를 선보이기도 하는등 빠삐놈은 오프라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이 시기를 짤방 르네상스라 칭하기도 했지만, 이후 일베(일간베스트)의 등장과 맞물려 혐오, 비하의 의미가 담긴 짤방들이 대거 생산되면서 짤방 생산지로서 디시의 파급력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에 2010년 전후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으로 짤방은 좀 더 다양한 곳에서좀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생산된다. 이때부터는 대세로 인정되는 합필도 좀처럼 등장하지 않고유행하는 어떤 짤방의 시초를 찾아내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한 짤방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짤방 확산의 토대가 된 온라인 환경의 변화

앞서 밝혔듯,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을 기점으로 짤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전까지 그 자체로 웃기고 마는 이미지거나 특정 커뮤니티의 구성원에게만 통용되는 하위문화에 가까웠던 짤방은, 모바일 메신저와 SNS로 자신의 활동무대를 넓혔다. 특히 스마트폰의 화면 캡쳐 기능과 사진 편집 및 짤방 제조 어플리케이션[각주:4]은누구나 쉽게 짤방을 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고,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이를 유통/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그 토대가 되는 웹2.0이 자리를 잡으며 온라인 플랫폼이 한 단계 발전한 것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1.0 시대에는 주로 하이퍼텍스트 위주의 형태로 음악이나 동영상 사용을 제한하는 웹사이트가 대다수였다. 네트워크의 대역폭이 작았기에 음악이나 동영상 등은 웹사이트의 리소스를 많이 차지해 낭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정보는 텍스트와 링크로 제공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또한 개방적이지 못해 운영자가 수직적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 때문에 사용자는 자료를 수집할 일도 없었고, 저장 공간도 충분하지 않아 거의 콘텐츠를 보는 것에만 그쳤다한마디로 정보의 확산이 어려웠던 환경이었다.

이후 웹 2.0 시대가 오면서 저장 공간이 넓어지고,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개방형 서비스 구조로 바뀌며 정보가 확산되기 시작했다.발전한 웹에서는 특정인이 데이터를 독점하지 않고 모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열려 있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고, 공유와 확산이 쉽게 가능했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쉽게 짤을 게시하고저장하고 공유할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각주:5]

 

또한 이러한 온라인 환경의 변화와 발맞춰 스마트폰의 기술적 발전까지 더해지면서 그간 용량이나 구동 문제로 PC에서만 주로 사용되던 움짤 역시 모바일에서 활발히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런맥락에서 짧은 영상 기반의 SNS인 바인(Vine)이나 인스타그램의 움짤 제작 어플 부메랑(Boomerang) 등이 등장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역시 Gif 형식의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게 하면서 짤방은 기술적 한계를 딛고 새로운 가능성을모색한다.

 

프로세서를 비롯한 부속품의 발전은 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줬다. 예를들어, 모든 사람의 포스팅을 한 페이지로 나열해 보여주는 페이스북의 경우, 콘텐츠의 무게가 늘어날수록 버벅거림 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현버전의 페이스북을 아이폰 3Gs의 프로세서(ARM Coretex A8600MHz 60nm)로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8g의 용량으로 원하는 짤 갤러리를 마련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이처럼 기술적 환경이 뒷받침되다 보니 짤의 형태도 다양해졌다.[각주:6]

 

이런 지점에서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SNS 이미지 리플 기능 도입과 같은 온라인 환경의 내/외부적 변화는 짤방이 단방향의 유머코드에만 머물지 않고, 이모지(Emoji) [각주:7]나 이모티콘처럼 어떤 감정이나 메시지를 표현/전달하는 기능까지 수행하는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이미지 언어로서의 이모티콘, 이모지, 짤방

문자부호로 구성돼 표현방식의 한계가 뚜렷한 이모티콘과 달리,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지나 짤방은 문자나 이모티콘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미묘한 뉘앙스까지 담아낼 수 있다. 특히 이모지는 하나의 그림언어로 이를 조합해 어떤 맥락을 만들어낼 수 있어 짤방과는 다른 측면에서 소통 가능성을 열었다. 이에 영국 옥스퍼드사전 편찬위원회는 ‘2015년 올해의 단어’로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 이모지를 선정하며 이모지는 10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수단이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이모지는 이모티콘이나 문자보다 미묘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동시에 언어로서의 특징도 가지고 있어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짤방은 이를 이해하는데 어떤 맥락이나 배경지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언어로서의 기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측면에서 이모지와 차별화된다. 덕분에 짤방을 즐겨 쓰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즐겨쓰는 짤방을 수집/보관(이른바 짤줍’)하는 짤방 사진첩을 만들어 이를 일상에서 수시로 활용한다. 이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짤방의대표적 사례로는 손현주의 거지 짤방’, 장기하의 엉엉엉’, 김혜수의죽겠어요’, ‘카톡 복주머니’, ‘어머 이건 사야해!’ 등을 비롯 2014년 말 크게 유행한 이애란의 ‘~ 전해라’(백세인생) 등을 꼽을 수 있는데,이들 짤방은 이미지 자체를 보여주는 것에 중심을 두고 이와 결합한 텍스트(자막)를 통해 좀더 유머러스하고 강렬하게 감정이나 의미를 전달한다이런맥락에서 텍스트와 결합한 짤방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짤방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여전히 특정 세대나 커뮤니티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성향이 강해 이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짤방의 난점은 사진 이미지가 그자체로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매체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와도 연결될 수 있다. 어떤 사진이건간에 그것이 찍힌 장소, 시각, 피사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거나 미리 인지하고 있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해당 사진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감정을 표현하는 짤방 역시 기존의 자막을 제거한다면 상당수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웃긴이미지로서의 짤방 역시 별다른 설명 없이 표면적으로 웃긴 이미지나특정 커뮤니티의 코드나 분위기를 이해해야만 즐길 수 있는 것에서 텍스트와 결합해 기존의 맥락이 뒤바뀌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있다.

(다음호에서 이어집니다)

 


 


참고자료

김나래,‘잉여로운 산물 – ‘짤방의 생산 원리와 특징을반영한 그래픽 디자인’,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5
강유선,‘‘짤방의 형식과 특징에 대한 연구’, 홍익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1
나무위키 짤방’, https://namu.wiki/w/짤방







  1. 김나래,‘잉여로운 산물 – ‘짤방’의 생산 원리와 특징을반영한 그래픽 디자인’,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5 [본문으로]
  2. 기본적으로 다양한 뜻을 가지고있으나 주로 모호하고 기분이 언짢은 상황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쓰인다. 용법에 있어서는 ‘거시기’와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3. 권수현, ‘자다깨니스타.. ‘빠삐놈’ 열풍에 롯데삼강 ‘반색’’, 연합뉴스, 2008년 8월 1일자 http://goo.gl/9lKPG1 [본문으로]
  4. 원하는 사진에 TV프로그램의 레이아웃과 자막을 덧입혀주는 방식의 어플리케이션을 꼽을 수 있다.그중에서도 뉴스나 100분 토론, 인간극장 등의레이아웃이 주로 인기를 끌었다. [본문으로]
  5. 김지혜, ‘우리는 언제부터 짤을 쓰기 시작했지’, 월간 WEB 2015년 7월호, 통권 187호, 67쪽 [본문으로]
  6. 서종원,‘짤은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짤의 다양한 이슈와 미래’,월간 WEB 2015년 7월호, 통권 187호, 77쪽 [본문으로]
  7. 이미지+이모티콘의 합성어로 ‘그림문자’를뜻한다. 이모지는 그림으로 구성돼 문자부호로 구성된 이모티콘과는 구분되어야 하나,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이모티콘이 이모지 영역까지 포괄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본문으로]
2016. 9. 26. 16:43  ·  critiqu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