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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타임라인과 디저트 테이블 사이에서

- Serious Hunger


VOSTOK 6호 '큐티큐티 멜랑콜리' 게재

이기원(VOSTOK 편집동인)


우리는 종종 어떤 옷을 사기 위해 인터넷 쇼핑(심지어 가격이 조금 싸더라도!) 하거나 백화점에 가지 않고, 어떤 브랜드의 쇼룸(그중에서도 플래그십 스토어)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커피 맛은 별로지만, 공간 디자인이나 분위기가 세련된 카페에 가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런 충동은 단순히 어떤 종류의 의복이나 커피 분량의 카페인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곳에 있어야만 느낄 있는 분위기를 소비하는 경험에 방점이 찍힌다. 실용적 목적보다는 다분히 기분을 전환하기 위한 활동인 것이다. 요즘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시발비용[각주:1]이나탕진잼[각주:2] 이러한기분전환용 활동과도 연결된다. 여기에는 장기간의 해외여행부터 타임라인에서 귀여운 동물 짤방이나 먹음직스런 디저트 사진을 바라보는 단위의 짧은 순간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개인차가 있지만, ‘기분전환용 활동 공통점은귀여운’, ‘예쁜’, ‘달달한무엇을 소비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있다. 마치 RPG 게임의 힐링 포션(Healing Portion)처럼 분위기나 기분을 가장 손쉽고 즉각적으로 전환시켜주는 도구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모든 활동의 대부분이 사진과 연동된다는 것이다. ‘귀여운 / 예쁜 / 달달한무엇은 카메라를 거치면서 대상의 물질적/실재적 요소가 상당 부분 증발된다. 대상은 이제귀여운 / 예쁜 / 달달한으로 수식되는 것을 넘어귀여움 / 예쁨 / 달달함 표상하는 이미지로 남는다. 그리고 SNS 타임라인에 흩뿌려져 자체로 소비된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열심히 사진만 찍는 이들을 셀카나 SNS 중독자로만 치부할 없다.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분위기 가장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옷을 온라인 주문해 택배로 받는 경험보다, 옷은 사지 않지만 세심하게 꾸며진 오프라인 매장을 둘러보는 효과적인 기분전환이 있다. 이러한 경우를 떠올리면 어떤 기분을 만끽하거나 특정한 분위기를 즐기려고 , 물리적인 어떤 것을 구입하거나 사먹는 과정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측면에서 타임라인을 떠도는 어떤 것들은 그것을 실제로 가졌거나 먹어본 사람보다 이를 사진으로만 접한 사람이 훨씬 많은 경우도 존재한다. 마치그림의 처럼, 타임라인에서 사진과 영상으로만 존재하는 디저트 브랜드시리어스 헝거(Serious Hunger)’ 역시 이런 경우에 속한다. 종종 먹어봤다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것을 어느 곳에 가야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리어스 헝거라는 브랜드와 그것의 SNS 계정은 눈에 보이지만, 실제로 디저트를 판매하는 가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먹어볼 있는지 궁금해 한다. 어떤 이들은 먹을 있는 지의 유무와 관계없이 그저시리어스 헝거 흘려보내는 이미지를 보며 황홀함을 느끼는 집중한다.  


시리어스 헝거 주로 영상 작업을 선보여 왔던 송민정 작가의 여러 SNS 계정 하나이자, 가상의 디저트숍인 동시에, 영상과 설치가 혼합된 형식의 미술작업이라고도 있다. 이는 맛볼 있는 디저트 자체보다는 그것의 이미지를 통해 어떤 무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기분전환용 활동과도 연결된다. 그렇다면 이는 가상의 디저트숍일까? 물론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SNS 계정을 통해서 케이크나 쿠키를 사먹을 없다는 점에선가상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가상의 영역에 놓여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디저트는 이런 무드를 조성하는 부수적 요소로 작동하기 때문에, 누구나 계정을 통해 작가가 제안하는 무드를 느낄 있다. 이처럼시리어스 헝거 작가가 창조한 어떤 세계 디저트 브랜드이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가상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는 SNS 타임라인을 통해 현실과 가상 모두에 발을 걸친 상태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있다.


주로 CF 형식인시리어스 헝거 영상 작품들은 다음과 같은 자막-내레이션을 통해 당신의기분(Mood)’ 전환시켜 것이라고 이야기하거나 암시한다.



그것은 농담 또는 가상의 인물, 그곳에서 우리는 전혀 배고프지 않아요. 단지 멋져 보일 뿐이죠.”

- Serious Hunger x Zeewooman, 2016


지금부터 우리가 제시하는 기분을 전송합니다. 최대한 정확한 기분을 제안할게요 

- Double Deep Hot Sugar: the Romance of Story, 2016 


직관적인 크림이 당신의 기분을 즉각적으로 개선합니다.” 

- Cream Cream Orange, 2017


이러한기분 전환 요소 주로 영상 자체보다는시리어스 헝거 참여한 전시와 행사에서 선보인 디저트 테이블 세팅과 이를 촬영한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여기서 관객이 세팅된 케이크와 디저트를 직접 먹어볼 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곳의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하고, 안에서 관객이 어떤 기분과 경험을 느끼고 소비하는지를 짚는 것이시리어스 헝거 미술작업으로서 기능하는 지점이다.   


최근시리어스 헝거 취미가의 2 전시장 오픈 행사의 '세레모니 진행했다. 관객들은 그간 타임라인에서 봤던 케이크를 비롯해 식물상점과 협업한 꽃과 식물 등을 조화롭게 세팅한 테이블을 마주할 있었지만, 역시나 케이크를 맛볼 없었다. 다만 관객들은시리어스 헝거 제안한 분위기를 즐기고, 각자의 방식으로 테이블에 세팅된 요소들을 살펴보며 사진을 찍을 있었다. 이러한 맥락은 이전에 참여한 전시나 행사인 <덕후 프로젝트>(북서울시립미술관, 2017), <과자전>(코엑스, 2017), <예술가의 런치박스>(서울시립미술관, 2017) 등에서도 유지되었다. 지난 10월에는 <취미관>(취미가, 2017) 참여한 송민정은 프랑스 쥬비시(Juvisy) 있는 카페 잡화점 ‘Est-ce vraiment nécessaire?(정말 필요한가요?)’ 주인으로 설정된 다른 계정쟈끌린 선보이기도 했다. 안내 영상과 함께 소형 냉장고로 꾸며진쟈끌린코너에서는오픈가’ 2,000원을 지불한 관객만 냉장고 문을 열고, 쿠키와 초콜렛 등의 상품들을 살펴보고 구매할 있었다. 여기서오픈가 작가가쟈끌린 통해 조성한 분위기를 경험 구매할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인 셈이다. 이러한 설정은 작가가시리어스 헝거또는쟈끌린 통해 의도하는 바를 선명하게 해준다. 또한 여기에 참여한 관객들은 스스로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시리어스 헝거 조성하는 무드는 케이크와 테이블 세팅처럼 예쁘고 귀여운 분위기가 주조를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딘가 휑하고, 철저히 세팅된 이미지의 구석에서 우울함과 쓸쓸함이 감지되기도 한다. 영상 작업 전반에서도 시리어스 헝거는 마냥 귀엽고 예쁘고 달달한 무엇의 무드만 환기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귀엽고 / 예쁘고 / 달달한무엇[각주:3]기분 전환용으로 소비하는 행위에는 그만큼 현실의 우울과 스트레스가 반영되어 있고, ‘시리어스 헝거정확한 기분을 전송 / 즉각적으로 기분을 개선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예컨대자살각류의 트윗에 이어 고양이나 강아지 사진이 리트윗되는 패턴의 타임라인을 떠올려 보면, 송민정 작가가시리어스 헝거 통해 의도하는 것은 SNS세계에서 사진 찍기 좋은 (주로 귀여운) 무엇들이 유행하고 소비되는 방식 자체를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덕분에시리어스 헝거미술 작품으로서 바라보는 관객이 소비/향유할 있는 것은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케이크나 영상 작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가에게 타임라인은 마치 회화 이미지를 떠받치는 캔버스처럼, ‘가상의 디저트숍으로서 시리어스 헝거( 이미지) 내보이는 지지체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케이크 이미지를 소비하는 타임라인의 반응은 단순히 관객의 오해 섞인 피드백이 아니라, 작업을 구성하는 다른 축으로 작동한다.



송민정

‘현재 상태(current mood)’를 재료로 자신이 설정한 ‘분위기’를 제공하거나 가상의 계정이 되어 타임라인 위로 자신을 링크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리어스 헝거’는 작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계정으로 광고의 형태를 빌어 관객 혹은 소비자에게 링크시키는 가의 디트 브다 .






  1. 비속어인 ‘시발’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이를 테면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고급 미용실에서 파머하거나 평소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던 길을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지출하게 된 비용이 해당된다.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2017) [본문으로]
  2. 재물 따위를 흥청망청 다 써서 없앤다는 뜻의 ‘탕진’과 재미를 뜻하는 ‘잼’을 합친 신조어로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 말이다. 경제 불황과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수입이 많지 않은 젊은 세대가 적은 금액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기 위해 사용 가능한 돈을 모두 쓰는 것을 말한다. 딱히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 소소하게 씀씀이를 늘려 낭비하는 재미를 느끼는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2017) [본문으로]
  3. 이는 귀여운 동물이나 아기를 비롯해 캐릭터 굿즈, 먹음직스런 음식, 세련된 공간 인테리어에서부터 ‘사진 찍기 좋은 작품/전시’까지 포함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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