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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gy_one 이기원이 보고, 쓴 것들을 분류해 둡니다.


윤향로 <스크린샷 3.02.34-1~4>, Acrylic on Canvas, 80.3x116.8cm(each), 2017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아뜰리에 에르메스, 2017) 전시전경


다음으로 내보내기(Export As)

-윤향로 ‘Screenshot’ 시리즈


글 이기원


컴퓨터를 매개로 만들어지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과 같은 데이터들은 단일한 확장자로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형식’이란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우리가 그간 어떤 작품을 볼 때 이야기하는 ‘형식’ 또는 ‘매체’과는 성격이 다르다. 오프라인의 어떤 물질에 기반한 ‘형식’은 쉽사리 변화할 수 없는 속성을 가지지만, 액정화면으로 매개되는 데이터들은 얼마든지 다른 형식의 파일로 변환/재가공 될 수 있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워드프로세서에서도 이 글을 txt 확장자의 메모장 파일로 내보내거나, PDF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docx나 hwp 파일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미지의 경우 하나의 데이터가 결과값으로 가질 수 있는 확장자의 수는 훨씬 많아지는데, 이는 주로 데이터의 사용 목적에 따라 분화된다. 가령 어도비 포토샵을 예로 들면, 작업한 데이터를 최대한 수정 가능한 형태로 남기고 싶다면 PSD파일로, 최종 인쇄를 위한 파일이라면 PDF 또는 TIFF를 선택할 것이다. 혹은 움짤을 만들었다면 이 데이터는 gif로 내보내질 것이다. 이처럼 결과값으로의 확장자는 모두 다를 것이지만 이들은 모두 하나의 이미지 또는 텍스트라는 데이터를 구현한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까지 최종 결과물로서의 확장자와 이를 인식하는 경험방식에 따라 각각의 데이터를 다른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기준에서 윤향로의 ‘Screenshot’ 시리즈를 살펴보면, 이것이 라이트박스에 출력된 ‘그래픽’과 카펫으로 만들어진 ‘설치 작업’ 그리고 캔버스의 형태로 나온 ‘회화’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이 시리즈를 바라봐야 하는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면 ‘Screenshot’ 시리즈는 어떤 형식의 작품인가?     


윤향로 <Screenshot 1.12.44-1>, UV print, Acrylic, LED channel, Galvalume,116.8x80.3cm, 2016

<직관의 풍경>(아라리오 갤러리, 2016) 전시전경


윤향로 <Screenshot 7.00.38>, BCF Nylon, Polypropylene, Polyester, 171x297cm, 2016

<직관의 풍경>(아라리오 갤러리, 2016) 전시전경


윤향로 <Screenshot 3.02.23>, BCF Nylon, Polypropylene, Polyester, 200x450cm, 2017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아뜰리에 에르메스, 2017) 전시전경


윤향로의 ‘Screenshot’ 시리즈는 <직관의 풍경>(2016, 아라리오 갤러리)와 <오 친구여, 친구는 없구나>(아뜰리에 에르메스, 2017) 등의 기획전에서 부분적으로 선보이고, 자신의 세 번째 개인전 <Screenshot>(원앤제이플러스원, 2017)을 통해 완결된 형태로 발표된 작업이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에서 포착해낸 이미지를 변형/가공하여 이를 카펫, 라이트박스, 회화의 형태로 만들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 만화, 움짤 등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하는 작업 방식은 작가의 이전 작업 ‘Blasted (Land) scape’(2014), ‘First Impressions’(2014) 등에서 언급되는 ‘유사회화’의 맥락과도 연결돼 있으며, 이는 모니터나 액정화면에서 바라보는 디지털 이미지를 어떻게 물리적 사물 또는 이미지로 재매개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Screenshot’ 시리즈의 제작 과정을 좀 더 살펴보면, 작품의 가장 1차적 소스가 되는 애니메이션 이미지들은 마법소녀물로 분류되는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변신 또는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순간에 어떤 만화적 효과로서 제시되는 이미지를 선별하고 이를 확대/크롭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은 Waifu2x(2D 이미지의 해상도를 높여주는 웹용 플러그인)과 포토샵의 알고리즘을 거쳐 해상도가 높아지고, 존재하지 않은 부분들이 이어붙여진 확장된 이미지로 재가공된다.


이런 지점에서 캔버스나 카펫, 라이트박스의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최종 결과물’이라는 표현보다는 소스 데이터의 ‘변주’ 개념에 가깝다. 세 가지 결과물의 물리적/시각적 양태는 각기 다르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이미지-데이터에 기반해 ‘다른 형식으로 내보내기(export)’ 된 데이터에 가깝다. 하나의 이미지 파일을 4K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보는 것과, HD급 모니터에서 보는 것 또는 CRT 모니터의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경험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은 출력하는 데이터는 모두 동일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윤향로의 ‘Screenshot’ 시리즈는 액정화면과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매개된 디지털 이미지 또는 데이터가 카펫과 라이트박스, 캔버스 회화의 형식으로 내보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중 카펫에 프린트된 이미지는 이를 구성하는 실뭉치 하나하나가 픽셀처럼 기능하면서 극단적으로 낮은 해상도의 액정화면을 연상시킨다. 라이트박스 이미지는 해상도가 최대치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확대하면 확대할수록 해상도가 낮아지는 비트맵 이미지를 은유한다. 


반면 작가의 손이 프린터처럼 기능해 만들어진 캔버스 시리즈는 이미지 데이터를 불러온(import) 것이기보다는, 벡터 이미지로 변환시킨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캔버스는 디스플레이 패널과 같은 지지체로 작동한다. 에어브러시를 이용해 캔버스 위로 매끈하게 달라붙은 아크릴 입자들은 각자가 (비트맵 이미지에서의) 고정된 픽셀이 되기보다는 해상도나 화질의 영향을 받지 않는 벡터 이미지로서, 데이터가 지칭하는 이미지-해상도나 화질이 결정되지 않은 로우(raw) 이미지- 그 자체를 지칭한다. 덕분에 이미지는 벡터 이미지의 속성을 물려받아 캔버스의 옆면으로도 확장(공교롭게도 이는 Waifu2x의 알고리즘과 유사하다)된다. 이처럼 ‘Screenshot’ 시리즈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작품의 최종 형태가 아니라, 그것이 기반하고 있는 소스 파일로서의 이미지에 주목해야 하는데, <Screenshot> 전시 도록에서는 설치전경 사진과 함께 전시 작품을 복사촬영한 이미지를 싣는 대신 소스 이미지를 그대로 인쇄해 수록했다는 점은 이와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데이터로서의 이미지는 작품의 형식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해서는 필연적으로 동시대 이미지 환경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성장 과정에서부터 디지털 이미지에 익숙하고 이를 폭넓게 접해온 동시대 회화 작가들(주로80~90년대생)은 평소에 수집한 인터넷 이미지-스틸컷, 스크린샷, 짤방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마치 세잔이 생 빅투아르 산을 끊임없이 그렸던 것처럼, 이는 각자가 특별히 의도하지 않더라도 평소 각자의 눈앞에 놓이는 시각적 경험의 대부분이 액정화면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매개되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덕분에 이러한 시각 경험은 단순히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데이터 자체를 평면, 입체, 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출력해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이는 그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해 온 ‘재현’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작업의 소스가 되는 데이터를 출력/변환/재가공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는 시각적인 이미지의 재현이 아닌, 데이터의 재현으로 ‘재현’의 전제조건이 변화하는 것으로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캡션 추가 예정)

<Screenshot>(원앤제이 플러스 원, 2017) 전시전경


 (캡션 추가 예정) 작품 디테일

<Screenshot>(원앤제이 플러스 원, 2017) 전시전경


(캡션 추가 예정)

<Screenshot>(원앤제이 플러스 원, 2017) 전시전경


(캡션 추가 예정) 작품 디테일

<Screenshot>(원앤제이 플러스 원, 2017)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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